영어 단어 see와 look은 의미만을 놓고 보면 양쪽 모두 "본다"라는 같은 의미를 갖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쓰임이 엄연히 다르다.
see는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나의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바라보는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look은 내가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깊이 있게 관찰하거나 몰입하여 살펴보는 경우에 사용된다. 즉 see는 수동적인 바라보기이며 look은 능동적인 바라보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see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넘쳐나는 외부의 정보들로부터 한시도 자유로울 틈이 없다. 이렇게 과도한 정보가 지속적으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분별력을 가지고 look을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look은 제대로 본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본다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왜 제대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제대로 본다는 것은 어떤 필터나 잘못된 해석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고 온전히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나 형태, 속성을 날것 그대로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우리가 루브르 박물관 같이, 어쩌면 평생에 단 한 번 마주하고 지나칠지도 모를 장소에 여행을 갔다고 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신 오지 못할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이라는 매체의 도움을 받아 부족한 우리의 기억을 메우고자 하는 애틋한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결코 미술 작품을 "제대로"들여다볼 수 없다. 작품의 크기와 색감, 미세한 붓터치가 남긴 거칠게 도드라져 표현되는 양감과 입체감, 그림이 배치된 각도와 그림의 구성을 통해 작가가 표현해내고자 했던 어떤 의미와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은 결코 카메라로 순간을 찍어낸다고 해서 파악할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 아니다. 가만히 서서 깊숙이 들여다보며 생각해보고 느껴봐야지만 오롯이 그 작품의 본질 근처라도 스쳐 지날 수 있다.
제대로 본다는 것은 이처럼 어떤 필터를 거두고 들여다보는 것을 뜻한다.
사람의 눈을 가리는 필터와 장막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편견이다. 편견은 잘못된 경험들이 쌓이면서 생기고, 그것을 바로잡아 줄만큼 영향력 있는 타인이 나의 곁에 없기 때문에 더욱 공고해진다. 혼자가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단순히 외롭기 때문만이 아니다. 외로움 역시 극복하기 상당히 어려운 장애물일 테지만 그보다 혼자가 더 위험한 이유는 피드백의 부재 때문이다.
20대 후반에 혼자서 4박 5일 일정으로 강원도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촘촘히 계획을 세워 여행을 다니는 스타일이었던 나는 출발하는 시간부터 집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시간 단위로 빼곡하게 계획을 세워 두었다. 하지만 여행이 어찌 그리 계획대로 순탄하게 흐르던가. 방문하려고 계획해두었던 박물관은 휴관일이었고 꼭 먹어보고 싶었던 맛집 역시 쉬는 날이었으며 서핑을 하려고 찾아간 바다에서는 그날따라 비가 주르륵 내리고 있었다. 서핑 샵 사장님은 비가 오는 날이 더 파도타기 좋다고 말해주었지만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서핑 초보자인 나는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계획에서 벗어난 변수가 하나 둘 터질 때마다 계획파였던 나는 점점 멘탈이 흔들리고 있었다.
혼자일 때는 주변으로부터 위로를 받지 못한다. 타인이 건네는 위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아무에게도 위로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고립감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혼자서 여행하며 느낀 점을 예로 든 것이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이 "나 혼자 있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강력하고 다방면으로 인간에게 위협을 가한다.
교통사고를 당해 1년간 병원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입원 초기에 여기저기 부러져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당시에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가장 기억나는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신체가 극한의 고통으로 괴로울 때에 가족들이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미약하게나마 일정 수준의 통증 완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혼자서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 테지만 학문이라는 것은 본디 몇몇 소수의 천재를 제외하고는 혼자서 깨우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것은 사실 모든 분야에 있어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이며 이런 상황에서 마주하게 되는 피드백의 부재는 혼자인 사람의 눈을 가려 길을 잃어도 잃은 줄 모르게 만들고 틀려도 틀린 줄 모르게 만든다.
이러한 다양한 타인의 피드백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상당한 완충작용을 한다. 그중 하나가 앞에서 이야기한 편견으로부터 탈피를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제대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오해와 어긋남 없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혼자서는 결코 제대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다. 그것이 인간이 인간인 이유이자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