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관계와 가짜 관계

아! 하면 어! 하고 응? 그래 그런 거

by 정 호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일까.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은 가능한 것일까.

그것은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인가?


우리는 언제나 진짜를 원하고 갈망하지만 세상은 너무도 복잡하고 인간이라는 존재 역시 복잡하여 진짜를 구분해 내는 일은 몹시 힘들어 보인다. 심지어 어떤 때에는 어렵사리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 놓고도 수고로움을 뒤로한 채 가짜를 선택하기도 한다.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마음 편한 가짜를 선택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에게 평화와 안식을 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진실은 존재한다.


세상엔 귀하지만 찾아내기 힘든 소수의 "진짜"와 흔하게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어 마치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들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진실이다. 그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인간관계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서로가 서로에게
진짜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가로 가름될 것이다.


가짜 관계 속에서는 거짓된 이야기 이외의 나눌 수 있는 것이 없다. 친구의 승진이나 아파트 청약 당첨의 행운, 지인 자녀의 커다란 성취, 부모로부터 물려받은(을) 유산, 가정적이고 능력 있는 남편 혹은 부인, 탁월해 보이는 어떤 재능이나 성품, 이런 유무형의 이득에 대해 속으로는 질투와 부러움의 감정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축하를 건네는 모습. 그와 반대로 속으로는 잘되었다고, 고소하다고 여기는 불행을 겪고 있을 타인에게 진심이 어려있는 표정으로 위로를 건네는 모습. 이것은 낯선 풍경인가 익숙한 풍경인가.


가짜 관계 안에서는 가짜 행동이 넘쳐난다. 거짓된 관계에는 기본적으로 불안과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얼마나 커다란 저항에 부딪힐지 두려워하는 마음, 비난받을 것이 두려운 마음, 이런 마음들은 가짜 관계이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안과 불신이다


하지만 진짜 관계 안에는 이런 불신과 불안이 없다. 내가 무슨 말과 어떤 행동을 드러내더라도 이해받을 수 있고, 설령 비판은 받더라도 비난은 받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만 우리는 평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평온함 속에서도 공허함과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된다고 볼 수 있다. 진짜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관계들이 사실은 진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풍요 속의 빈곤이었던 셈이다. 연예인이나 인싸들이 공허와 헛헛함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주변에 넘쳐나는 가짜들을 진짜라고 착각하고 살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가짜들이 실체 없이 곧 무너져버릴 모래성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진짜를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나 혼자 발산하는 관계는 공허하다.


우리는 때때로 진짜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관계에서조차 공허함과 헛헛함, 혹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공백을 느끼곤 한다. 그 이유는 나 혼자서만 그 관계를 "진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브 앤 테이크는 인생의 진리다. 여기에서 주고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산술적으로 내가 10을 줬으니 상대방도 10을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고받음의 크기나 빈도는 중요하지 않다. 주고받는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일방적인 베풂이나 도움, 혹은 모든 종류의 유무형적 가치의 전달, 내가 느끼는 편안함과 친근감, 이런 것들은 나에게 즐거움 혹은 어떤 기쁨을 주기에 자기 해방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것을 진짜 관계로 오인하게 만들지만 그것은 어쩌면 슬픈 일방통행 일지 모른다.


진짜 관계는 쌍방향으로 자유로워야 한다.


한쪽만 마음 편한 관계는 앞서 연예인과 인싸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어느 순간이 되면 공허감을 느낀다. 상대방의 불편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이만큼 해줬는데, 나는 이렇게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전심을 다해 진심으로 대했는데, 왜 내가 하는 것만큼 상대방은 나에게 자유롭고 수평적인 관계가 되어주지 못하는가.


그것은 알 수 없다. 수많은 이유들 때문일 수도 있고, 그저 어느 순간의 비틀림 때문일 수도 있다. 분명하면서 중요한 것은 양쪽의 파동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그저 "운"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가짜 관계가 많다고 해서 슬퍼할 이유는 없다. 인간이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진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그러기엔 에너지도 시간도 자원도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가짜 관계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관계들을 통해 삶에 흩뿌릴 다양한 양분을 얻는다.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하며 때로는 진짜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도 한다. 모든 진짜 관계의 시작은 가짜 관계에서 태동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가슴 부풀어 오르는 충만함을 그리며 산다.


신에게 기대는 것, 사랑에 목매는 것, 일에 전념하는 것, 성취를 향해 달려가는 것, 취미에 몰두하는 것, 사람마다 충만함을 충족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무엇이 되었건 열심을 다하던 사람에겐 필연적으로 공허함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잠시 다른 길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인생은 길고 공허함은 끝없이 찾아올 테니. 순간을 달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아직은 잘 모르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