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언제 저기까지 갔지

멀리서 보았을 땐 감지하기 어려운 움직임들

by 정 호
창문 너머 저 멀리 뭉게구름이 보인다.


마치 액자에 걸려 있는 그림인 것처럼,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일체의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멈추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언가에 홀린 듯 아름다운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저 휙 스쳐 지났을 땐 보이지 않았을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제자리에 멈추어 있는 듯해 보였던 구름은 웃는 듯 웃지 않는 듯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묘령의 여인이 던지는 표정처럼, 움직이는 듯 움직이지 않는 듯 알 수 없는 작은 진동으로 나의 시선을 붙잡아둔다.


혼란은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제자리에 붙들어두는 마력이 있다. 그렇게 정중동의 혼란함에 빠져 얼마 동안 구름을 쳐다보고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한참 동안 바라본 후에서야 구름이 처음 발견했던 자리에서 많이 움직였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구름이 많이 움직였다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은 어느 순간 갑자기 인식된다. 하지만 움직임이 일순간에 발생하진 않았을 터, 분명히 존재했을 미세한 움직임의 과정은 분명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인식하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다. 분명 내 두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의 과정을 완벽하게 알아차릴 수 없다.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 천천히 변해가는 현상일 테다. 하물며 시선을 거둔 채 무언가가 변하는 과정을 알아차리는 일이 어찌 가능할 것인가.


우리는 늘, 그저 한참 동안의 시간의 공백을 건너뛴 이후에서야 어떤 대상의 변화를 감지해낸다. 감지해낸다고 말하기도 우스울 정도로 우리는 변화에 둔감하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자리에서 새로운 자리로 그것이 많이 이동했다는 것을 눈대중으로 어림짐작하거나 혹은 다른 사물과의 대조를 통해 깨닫게 될 뿐이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중얼거릴 뿐이다.


언제 구름이 저기까지 갔지?


우리는 타인의 삶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결코 알아차릴 수 없다. 그 사람의 마음에 어떤 파동이 일렁이고 있는지, 그 사람의 눈빛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그 사람의 행동이 날카로워지는지 무뎌지고 있는지 변해가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없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 자신의 무심함은 돌아보지 못한 채 이렇게 따져 물을 것이다.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멀리서 바라볼 때는 타인의 움직임이 작게만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안다. 멀리서 보았을 때 작아 보였던 움직임이 사실은 그의 인생에 있어 폭풍과도 같은 격변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시선을 거두지 않고 바라보았던 사람들은 안다. 얼마나 커다란 폭풍우가 산꼭대기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는지를. 오직 멀리서 스치듯 바라본 이들만이 그렇게 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무심한 말을 무심결에 던져댈 뿐이다.


구름이 언제 저기까지 갔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