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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있는 그대로를 봐달라는 세상을 향한 절규

by 정 호
세상은 수많은 절규들로 가득 차있다.


절규에도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을 테지만, 그리고 모든 절규는 고통과 아픔을 끌어안고 있을 테지만, 주류의 세상에 편입되지 못한 소수자들, 그로 인하여 어떤 배타성을 끊임없이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처해있는 사람들의 절규는 늘 그렇게 가슴이 아프다.


소수자는 늘 외롭고 서럽다. 소수이기 때문에 그렇다. 나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보다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무심하게 곁을 스쳐 지나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책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는 장애를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아름다움과 권선징악의 상징인 동화에 내포되어 있는 부당함과 배려심의 결여,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우리의 무의식에 들어와 차별과 폭력이 은연중에 내재화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지 조명한다.


이런 외침은 의미가 있다. 비주류, 혹은 소외받는 사람들은 언제나 기득권과 주류에 의해 알게 모르게 배척당하며 그로 인한 유, 무형의 손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왜 모든 동화에 등장하는 악당들은 항상 기형적인 신체적 특성을 가지고 등장하는지, 그것이 악당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차용되어야 하는지, 그로 인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자연스레 굳어지는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왜 주인공은 늘 결함 있는 신체적, 정신적 특성을 극복하고 정상의 범주에 들어서는 것이 갈등의 해결과제로 제시되는 것인지, 그냥 그대로 있으면 주인공이나 영웅이 될 수는 없는 것인지 책의 저자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넷플릭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예로 들며 마지막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왕위에 오르는 것으로만 체제와 제도를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되는 자신의 생각을 메타인지적으로 들여다보며 희열과 좌절감을 동시에 느끼는 지점은 어떤 의미에서 몹시 안타깝다. 영화라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 본인이 꿈꿔왔던 기대가 충족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희열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영화이기 때문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되는 지점에서 느껴지는 좌절감은 다시 현실로 그의 무거운 두 다리를 끌어당겼으리라.


여성 아나운서들이 획일화된 미적 기준, 여성 앵커에 대한 어떤 프레임을 깨뜨리고자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하는 "용기"를 내고 있다. 이것이 용기인 이유는 그동안 여성 앵커가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하는 것은 암묵적인 금기였기 때문이다.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하는 여성 앵커가 하나 둘 늘어나자 어느덧 사람들의 머릿속에 안경 쓴 여성 앵커는 더 이상 이전처럼 특별하거나 특이한 대상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소수인 사람들이 자신의 소수성을 드러내는 행위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낯설고 이질적이기 때문에 대중의 돌팔매를 맞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디 낯선 것에 대해 두려움과 불편함을 갖는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되냐는 날 선 비판은 용기를 낸 소수자들의 마음에 또 한 번의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 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

왼손잡이 - 이적 -


이적의 왼손잡이 같은 노래를 들을 때면 우리는 소수자가 느끼는 불편함과 분노에 대해 어렴풋하게 공감한다. 하지만 반쪽짜리 공감을 할 수 있을 뿐 완벽히 내 일처럼 느끼는 것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당사자가 되기 전에는 소수자의 삶에서 느껴지는 불편함과 압박감을 도저히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외침이 담긴 책이다. 소리를 내려는 연약한 아이를 우리는 늘 응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과도한 번역체의 말투 때문에 읽어내기가 다소 힘에 부쳤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책이라면 조금 더 읽기 쉽게 썼어야 하진 않았을까. 인내심과 독해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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