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대부분의 사기가 그러하듯 기획부동산 사기 역시 피해자의 욕망과 조급함을 공략하여 그토록 허술하게 직조해낸 장밋빛 미래를 무참히도 파괴한다.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자들이 손해에 대해 배상받기 어려운 이유는 사건의 발생 시점과 사기 혐의에 대한 인지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이 흘러있기 때문이다. 땅은 보통 십 년은 가지고 가야 된다는 시쳇말에 따라 처음에 매입한 이후 한참 동안 그 땅에 대해 관심을 끄게 되는 것이 피해자들의 일반적인 행동특성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사기꾼들은 피해액을 고스란히 차명계좌에 은닉해버리고 추후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어 고소를 진행하더라도 가압류할 재산이 없는 탓에 변제를 받을 길이 없어 피해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다가 포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기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정신은 황폐해진다. 기획부동산은 가치 없는 땅을 쪼개고 쪼개 그것이 마치 엘도라도의 황금이라도되는 것 마냥 온갖 감언이설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다.
누군가는 그런 사기를 대체 누가 당하는 것이냐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혀를 차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비난과 조롱으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해악을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려보려 노력한다면 그리 쉽게 말할 수는 없는노릇이다. 피해자에게 사기꾼의 감언이설은 다양한 형태의 달콤함으로 다가왔을 테다. 그것은 자녀에게 경제적으로베풀 수 있는 최초의 부모 노릇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부푼 희망이었을 수도 있고 부부의 노후를 지켜줄 든든한 버팀목이었을 수도 있다.
"아 그러게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땅을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덥석 사고 그랬어. 한두 푼도 아니고 그렇게 큰돈을..."
"나중에 너희들한테 도움 되라고 그랬지"
선한 의도와 악한 결과는 결코 모순이 아니다.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자 언제나 악함에게 선함이 패배하고야 마는 비극을 불러오는 슬픔의 메커니즘이다.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이런 장면들을 쉽게 맞이하곤 한다. 악한 결과는 언제나 선한 의도보다 쉽고 빠르게 우리의 현실 속으로 침투하기 때문에 선한 의도가 우리의 눈에 들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변호사 : 사건을 수임하고 고소 고발을 진행함에 있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점은 피해자가 스스로 사기를 당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피해를 당하신 분들은 가까운 지인에게 사기를 당한 경우가 많아 본인이 처한 상황이 사기라고 인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그 부분을 확실히 인지하고 진행하셔야 소송 중간에 소송을 취하하시거나 혼자서 고통을 끌어안고 사건이 흐지부지 종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돈 앞에는 정말 장사가 없는 것일까. 수십 년간 함께 쌓아온 세월의그늘 아래,간과 쓸개조차 꺼내어 줄 것만 같던동색의 지우에게 사기를 당하는 기분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아아... 분노에 앞서 슬픔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어닥칠 것만 같다.
"아빠는 사기를 당한 거야. 그분, 아니 그 새끼한테 사기당한 거라고. 그런 새끼는 친구가 아니야. 제발 가족을 먼저 생각해. 고소 진행해야 돼"
"알았어 아들. 아빠가 잘해보려고 그렇게 한 건데 너까지 그렇게 말하면 아빠가 가슴이 너무 아프잖아 그만해라"
세상의 크고 작은 선의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오롯이 금전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나에게 제시되는 권유는, 특히 그 금액이 크면 클수록 의심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돈 되는 것을 나에게? 왜?
거대한 스트레스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의욕을 앗아가고 허무에 빠지게 하며 쥐고 있던 것들을 하나 둘 내려놓게 만든다. 그것은 자의에 의한 내려놓음이 아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의식의 어디 즈음이 순간적으로 블랙아웃을 경험하며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놓쳐버리고 마는 것에 가깝다. 그렇다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떨어뜨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긴 소송은 사람을 황폐화시킨다던 어떤 이의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어떤 결과가 나오건 하루빨리 사건이 종결되기만을 기다려본다. 그때까지 정신이 덜 피폐해지도록, 쥐고 있던 것들을 털썩 떨어뜨리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