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좀 먹어야 할 것인디
언젠가 소설이 될 이야기
본 내용은 픽션입니다
엄마: 며칠 더 있다 가지 그래 엄마.
할머니: 되얏다. 답답해서 안되겄어.
엄마: 뭣이 답답혀 낮은 층으로 이사 와서 거실에서 내다보믄 정원같이 풍경이 좋고만
할머니: 너나 실컷봐라잉
엄마: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 아파트 단지만 한 바퀴 돌아도 산책 되는디
할머니: 아 글씨 너나 실컷 보라고 나는 집에 갈라니께
엄마: 참 이상하네. 엄마 마음대로 해
손자: 할머니도 집이 편하시겠지. 가시게요 할머니, 할머니 집이랑 엄마 집이랑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셔요
할머니: 그려 고맙다잉 니가 애쓴다
엄마: 자도 애쓰지만 나도 애썼어! 엄마 잔소리 들어가면서 같이 지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여!
할머니: 알았다 그란게 간다고 안 하냐!
손자: 그만들 하고 얼른 가게요
-------------------------------------
할머니: 이 차는 손잡이가 없냐
손자: 높아서 타기가 힘들죠? 여기 잡으세요
할머니: 할매가 키가 째깐혀서 높은 차는 타기가 힘들다잉
손자: 제가 잡아드릴게요
할머니: 아이고 숨차다잉. 할매가 늙어서 쪼끔만 움직여도 이렇게 금방 숨이 찬다잉
손자: 이제 편하게 앉아 계셔요 천천히 모셔다 드릴게
할머니: 그려 니가 왔다 갔다 하니라고 고생이 많다잉
손자: 아니에요. 자주 놀러 오셔요 혼자 계시면 심심하니까
할머니: 아니여 답답해서 오래 못있는다잉. 이번에는 일주일이나 있었는디 오래 있었어 삼일이믄 족혀 얼른 집에 가봐야 혀. 그리고 느그 어매랑 같이 있으믄 잔소리를 해싸서 못산다잉
엄마: 엄마가 잔소리를 하지 내가 잔소리를 하간!
손자: 집에 뭐가 있간디 자꾸 집에 가야 된다고 하세요
할머니: 잉~ 꽃나무 물도 줘야 되고 혈압약 타러 병원도 가야된다잉
손자: 아이고 할머니 바쁘시네
할머니: 그려~ 내가 바쁜 사람이여 할 일이 천진디 지금 이렇게 와있어서 맘이 불편하당게 안그냐
손자: 그래요 그럼 얼른 가셔 가지고 꽃에 물도 주고 혈압약도 타고 며칠 뒤에 또 오시면 되겠네
할머니: 아이고 됐다 인자 안 온다. 내 걱정은 말어~ 근디 중국집이 문을 열었는가 모르겄네
엄마: 아이고 됐어 나 배도 안 고프고 야도 바빠서 엄마 내려주고 바로 가봐야 된대
할머니: 그냐? 아니 그래도 밥때가 되얏는디 배가 고파서 어쩐다냐
손자: 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할머니 배고프시면 시켜 드세요
할머니: 아니 나는 배 안고픈디 너덜 배고플까 봐 그라지
엄마: 됐다니까 그러네 우리 배 안 고파 엄마나 시켜 드셔
할머니: 배 안 고프냐? 그래도 뭣좀 먹어야지 어째 그냐
손자: 괜찮아요 할머니. 아침을 늦게 먹어서 배가 안고프네
할머니: 그려 알았다.
-------------------------------------
엄마: 아따 이 동네는 진짜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네
할머니: 응~ 시골이라 그라지. 그래도 많이 변했어
엄마: 뭐가 변해 건물들이 다 그대로고만. 저기 철물점이 옛날에 나 중학교 때 친구가 하던 곳인데 아직도 있네
할머니: 건물만 그대로지 사람들이 다 떠나고 없어. 내 친구들도 다 죽었다잉
손자: 그래도 할머니는 건강하시잖아요. 오래 사셔야지
할머니: 오래 살믄 뭣할 것이냐. 여기저기 아픈 것이 갈 때가 되얏어
엄마: 그런 소리 하지말어 밥만 잘먹더만
할머니: 야! 밥은 끼니가 되얏응게 먹는 것이고. 그나저나 너덜 배 안 고프냐 밥 좀 먹어야 할것인디
엄마: 아이고 그놈에 밥 타령 좀 그만해 알아서 먹을랑게
손자: 여기 공원도 있네
엄마: 나 학교 다닐 때 여기 와서 그림 많이 그렸다. 미술대회 뭐 그런 거 하면 다 여기서 했어
할머니: 야가 나 닮어서 학교 다닐 적에 그림을 잘그렸다잉 공부도 잘하고
엄마: 그럼 그때 대학 좀 보내주지 그랬어 아들들만 공부시키지 말고
할머니: 그때는 다 안 그랬냐
엄마: 그 잘난 아들들은 지금 다 뭐하는가 몰라
할머니: 그만혀라 그래도 갸들이 착혀
손자: 할머니도 그림도 잘 그리고 공부도 잘하고 그랬어요?
엄마: 그래 할머니가 그 시대에 이화여대까지 갔어 외할아버지 만난다고 집에서 반대해서 졸업을 못했지만
손자: 이야 할머니가 엘리트셨네
할머니: 그려 내가 그때는 이쁘고 공부도 잘하고 그랬지. 집안도 좋고, 그래서 나 좋다는 놈들도 많았는디. 저기 시내 병원장 아들내미도 있었고 뭐 정치한다는 놈 아들내미도 있었는디 외할아버지랑 결혼하는 통에 집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다잉
손자: 왜 그렇게 반대를 하셨대요
할머니: 가난하다고 안그냐
손자: 근데 할머니는 왜 외할아버지랑 결혼을 하셨어요
할머니: 아 긍게 그때 내가 결혼을 안 했어야 했는디 근다
손자: 푸핫.. 그럼 할머니 후회하시는 거예요
할머니: 후회 허먼 뭣허고 안 허먼 뭣허냐 인자 다 가브렀는디
-------------------------------------
할머니: 아이고 손자 차 타고 온 게 금방 와버리네. 고맙다잉 편하게 잘 왔다
손자: 아니에요. 또 모셔다 드릴게
할머니: 여 좀 앉어서 쉬어라. 뭣좀 먹을라냐? 집에 감이 있는디 감좀 주까나?
손자: 아니요 할머니 저 그냥 물이나 한잔 먹을게요
할머니: 그려? 아니 배고파서 어쩐다냐 밥때가 됐는디
엄마: 아 밥 얘기 좀 그만하라니까 배고픈 사람 아무도 없는디 자꾸 그러네
할머니: 그려? 알았어 가만있어봐라잉
손자: 할머니 뭐 꺼내오지 마셔요 안 먹어요~
할머니: 아니 그게 아니고 꽃에 물 좀 줄라고
손자: 아.. 꽃.. 물 줘야지. 저 꽃이에요?
할머니: 잉~ 저것은 달리아여 금세 꽃이 저렇게 펴버렸다잉. 야는 천일홍이고. 시장에서 9천 원에 사왔는디 지금 넉 달째 안 죽고 살아있다잉
손자: 원래 금세 죽어요?
할머니: 물 안 주면 금방 죽어버리지, 아 긍게 할매가 물 줘야 된다고 안 허냐
손자: 애지중지 물 주러 오시는 이유가 있었네. 꽃이 이쁘네요
할머니: 이쁘쟈? 할매는 가만히 이렇게 꽃 보고 있으믄 기분이 좋아진다잉 긍게 물도 주고 잘 키워야혀. 근디 너거 어매는 어디 갔다냐
손자: 그러게 안 보이네요 화장실 갔나
할머니: (고함치며)야~ 뭐더냐~ 호박 좀 가져갈래~
엄마: 그려 있으면 하나 줘 가져 갈게
할머니: 그려 잠깐만 있어봐라잉. 호박이랑 저기 저 깻잎이랑 상추가 먹을만한 것이 있는가 모르겠네
엄마: 아이고 뭐 이것저것 챙기지 말고 그냥 있는 것만 줘
할머니: 있어봐라 긍게, 호박이 아주 잘 익었어 큼직한 것이 가져가서 죽 끓여먹던가 전을 해 먹던가 해라잉
엄마: 아따~ 내가 알아서 할게
할머니: 니가 알아서 못한 게 안그냐
엄마: 아니 내가 이제 육십이 넘었는데 아직도 잔소리를 허네
할머니: 나는 내일모레 구십이여!
손자: 그려 싸워 싸워. 싸우는 것도 힘이 있어야 싸우는 것이지
엄마: 인자 가자
할머니: 그려 어서 가라
손자: 할머니 다음에 또 올게요~ 며칠 계시다가 또 놀러 오셔
할머니: 그려 고맙다잉 근디 배 안 고프냐
손자: 괜찮아요~ 갈게요 할머니 나오지 마세요
엄마: 엄마 갈게 들어가~
할머니: 그려~ 어서 가라잉~
-------------------------------------
엄마: 들어가지 왜 대문 앞에서 저렇게 꼭 청승맞게 쳐다보고 있는디야. 맘 안 좋게
손자: 옛날부터 그러셨어 외할아버지랑 상 할머니 살아계실 때도. 세분이 손 흔들었었는데 이제 혼자 계시네
엄마: 티격태격하다가도 이렇게 놓고 올라고 하믄 또 마음이 안 좋다니까
손자: 그런 거지 뭐. 그러니까 좀 잘 해 드려. 할머니는 본인이 암 수술한 거 모르시지?
엄마: 어 그냥 혹 좀 뗀 걸로 아셔
손자: 그래. 그래도 식사도 잘하시고 거동도 불편하지 않으신 거 보니 수술이 잘됐나 보네
엄마: 다행이지. 우리 집에 오래 와있으면 좋은데 답답해서 못 있겠다고 하니 이렇게 며칠씩 왔다 갔다 해야지 뭐
손자: 그래 몸도 안 좋으신데 맛있는 것 많이 해 드려
엄마: 안 그래도 할머니 와계시면 매일 음식 하느라 난리여. 그래도 잘 드시니까 다행이긴 하다만
손자: 그래 엄마도 고생이 많네.
엄마: 돌아가시면 후회 안할라고 그래도 잘하려고 한다. 너네 외할아버지 때도 그랬고
손자: 그래 엄마가 고생이 많네.
엄마: 놀고먹은 게 하는 거지 뭐. 외갓집이랑 가깝기도 하고. 다른 형제들은 다 멀리 사니
손자: 그래 엄마 고생하는 거 자식들이 다 알고 삼촌 이모들도 알 거야
엄마: 알간? 옆에서 안보믄 모르는 것이여
손자: 그려 엄마가 제일 고생이 많어~ 얼른 집에 가서 식사하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