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경력이 적고 나이가 어리면 교사로서 자격이 없는 건가요? 본인보다 어리다고 무시하는 게 말이 되냐고요. 아니 교사대 학부모로 만났으면 그냥 교사대 학부모로 지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의사가 어리다고 의사를 가르치려고 하나요? 검사가 어리다고 검사를 가르치려고 할까요? 꼭 의사나 검사같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 아닐지라도 어떤 직업인을 만나면 내가 그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상 기본적인 존중과 예우는 기본 아닌가요? 아니 설령 그 분야에 대해 자신이 잘 안다고 하더라도 인간대 인간이라면 어떻게...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단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경력이 적다는 이유로 자꾸 제가 뭘 모른다는 식으로 가르치려고 하는지 그런 부모님들을 만날 때마다 너무 기운 빠지고자괴감이 들어요.
B: 저경력 때 흔히 겪는 일이지 뭐... 선생님이 열심히 잘하고 있는 건 동료 교사들이 모두 잘 알고 있어. 너무 쳐져있지 말고 본인 소신껏 해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A: 선생님이 아직 경력이 짧으셔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라던지 선생님이 아직 이 학교에 오신지 얼마 안 돼서 분위기를 모르셔서 그러시나 본데 라는 말은 차라리 참을만해요. 어찌 생각하면 제가 정말 그분들 말처럼 뭘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 말들보다 제일 기분이 나쁘고 어이가 없는 말이 뭔 줄 아세요?
B: 애를 아직 안 낳아보셔서 모르시나 본데?
A: 어?! 어떻게 아셨어요? 선배도 들어봤어요?
B: 아마 특별히 출중해서 빈틈없는 교사가 아닌 이상 대한민국 교사라면 첫 발령받은 학교에서 결혼 전에 한 번쯤은 들어본 멘트일걸?나도 물론 들어봤지
A: 아니 어떻게 결혼을 했다는 것이 학생을 잘 지도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어버리는 거죠? 못난 부모가 얼마나 많고 자격 없는 부모는 또 얼마나 많은데 단순히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 아이를 잘 교육하는데 필요한 "자격"처럼 되어버리는 거냐고요
B: 응 진정해. 화나는 것은 알겠지만 진정하라고. 우습지만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이 맥 빠지는 일이지. 단순히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그 후 자신이 어른이 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넘쳐난다는 게 무서운 일이지. 그렇게 제대로 어른이 되지 못한 채 껍데기만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자기 자녀를 제대로 기르지도 못하면서 모든 탓을 외부로 돌리곤 하지. 친구를 잘못 만난 탓에, 학교가 부족한 탓에, 담임교사가 무능한 탓에, 그리고 자신은 단지 아이를 낳았다는 것 하나만으로 아이를 낳지 않은 젊은 교사들 앞에서 "자격"을 운운하며 본인이 성숙하고 깊이 있는 사람인 척하는 것을 즐겨.
A: 아이를 낳지 않았을 때보다 아이를 낳은 뒤에 더욱 많은 것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다는 말에는 충분히 동의해요. 경험해야만 느껴지고 보이는 것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이 교사로서 자질 부족을 증명하는 것이고 아이를 낳은 것만으로 교육을 입에 담을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체 그 자격과 권리가 어떻게 그렇게 단순하게 부여될 수 있는 거죠? 너무 본인들에게 유리 한대로 부여하고 거둬들이는 것 아닌가요?
B: 그래 맞아.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세상엔 의외로 그런 일들이 많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도 않고 누가 정한 것도 아니지만 어떤 문턱을 넘으면 으레 자연스럽게 그런 자격이 부여된 것처럼 사람들 머릿속에 인식되어 있는 것. 그래서 가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세상의 기준이 그렇기에 갸우뚱거리는 머리를 들키는 순간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일들. 예컨대 고학력이나 높은 지위 압도적인 부나 유명세를 가진 사람들이 하는 말은 으레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일이나 나이를 먹으면 젊은 시절보다 현명해질 것이라는 망상 같은 것들이 그렇지.
A: 맞아요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받는다더니 유명한 사람들이 이상한 말을 해도 사람들은 그 권위에 이미 압도돼서 틀렸다는 생각이나 이의제기를 할 생각조차 못할 때가 있더라고요. 패션도 그래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옷을 입고 나와도 패피들이 입으면 그게 유행이 되고 트렌드가 되는 일이 발생하잖아요. 어떤 지점을 넘어서는 순간 그런 권력이나 자격이 부여되는 것 같아요.
B: 그래 맞아. 이미 느끼고 있겠지만 사실 나이를 먹는다고 모두 현명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거든. 그런데 우리는 노인의 주름과 탁해진 눈빛을 바라보며 그 주름의 깊이만큼, 그 공허한 눈빛만큼 어떤 깊고 광대한 한 인간의 세계를 기대하곤 하지. 하지만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아. 생각보다 자신의 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해낸 어른들은 많지 않거든.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어떤 "자격"이라도 되는 것처럼 오직 나이를 앞세워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 앞에서 권위를 세우려고 애쓰는 애잔한 사람들이 많아. "나이도 어린 게"로 시작하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그런 의미에서 너의 인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 좋아. 나이를 제외하고선 스스로 권위를 세우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야.
A: 그래서 사람들은 기를 쓰고 무언가가 되거나 쟁취하려고 하나 봐요. 어디 즈음에 도달하는 순간 쓸데없는 논쟁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권위를 획득하게 되니까요.
B: 어찌 보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쉽고 편한 길이지. 아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해, 무언가에 도달하는 것이 쉽다는 말이 아니라 도달한 뒤에 삶이 편해진다는 소리니까. 태클 거는 사람들이 줄어드니 얼마나 편하냔 말이야. 일일이 내 생각을 설득하거나 설명할 일도 줄어들고. 그런데 그만큼 외로워지는 것도 사실일 거야. 생각이라는 것은 부딪히면서 다듬어지고 다듬어지면서 어우러지니까. 쉬운 길은 부딪힘이 없는 외로운 길이 되는 셈이지. 그래서 신데렐라 드라마를 보면 꼭 이런 대사가 나오잖아.
"나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이 얼마나 외롭고 쉬운 길을 살아온 사람의 한심스러운 감탄이냐고. 그동안 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아왔길래 생각의 부딪힘을 전혀 겪어오질 못한 거지? 물론 사사건건 부딪히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행복해 보이지는 않아.
자격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부여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야.우리는 모든 것들에 대해 어떤 자격도 없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해. 나는 그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은 오만함의 세상으로 들어서는 입구와도 같으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