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전 세계적인 셀럽의 반열에 오른 톰 크루즈는 탑스타를 넘어, 가히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릴 정도의 명성에 걸맞은 연기력과 멋짐을 발산하는 중이다. 톰 크루즈 하면 당장 떠오르는 것은 수려한 외모와 엄청난 연기력이지만 그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여타 열정적인 배우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작품에 대한 열정과 상상을 초월하는 담력이다.
우주전쟁에서 외계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딸을 안고 필사적으로 뛰어다니던 부성애 넘치는 아버지의 모습도,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욕망에서 비롯된 혼란과 미스터리를 잔뜩 껴안은 채 방황하던 남편의 모습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광기와 고독을 동시에 품은 매혹적인 뱀파이어의 모습도 잊히지 않을 만큼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그이지만 톰 크루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뭐니 뭐니 해도 바로 탑건, 미션 임파서블, 마이너리티 리포트, 어 퓨 굿 맨 등을 통해 쌓아 올린 군인 혹은 특수요원과 같은 엘리트 정예요원의 모습이다.
군사물과 첩보물 그리고 SF 장르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액션이다. 모든 연기에 진심인 그이지만 액션에 있어서만큼은 가히 장인이라 불릴 정도의 정성과 태도로 세계 영화팬들에게 늘 충만한 기쁨을 선물하는 그이기에 이번 영화 역시 얼만큼 공을 들였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전투기 조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훈련을 수행해내고 일부 장면은 실제 전투기를 조종했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배우가 뭐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본인의 업에 진심인 사람의 모습은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과 존경을 자아내게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톰 크루즈의 영화에서 액션을 빼고 말할 수 없듯 이번에 개봉한 <탑 건: 매버릭>역시 그 액션의 양과 질은 상상을 초월한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시장이 영화관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주춤하게 만든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봐야만 하는 이유, 즉 영화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냈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이번 영화는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만 한다. 영화는 본디 영화관에서 보아야 오감이 온전히 몰입되는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영화 <탑건: 매버릭>은 그 몰입의 질이 확연히 다름이 분명하다.
전투기 조종 씬이 굉장히 많고 그 감각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공을 들인 티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은 늘 멋지다.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영화에 진지하게 몰입할 때, 이 정도 퀄리티의 영화가 세상에 태어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면 그들의 진지함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뛰어난 액션씬에서 느낄 수 있는 영화적 쾌감,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배우들의 변화된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모습, 때로는 약해진 모습, 전편에서 속편으로 이어지는 서사, 사라져 가지만 여전히 소중하고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탑건: 매버릭>은 여러 측면에서 감상과 감동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이야기할만한 것이 넘쳐나는 영화지만 그 가운데서도 인물들의 멋짐에 푹 빠져버린 탓에 그 멋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슬픔, 남겨진 사람의 부탁과 지원해주고 싶은 사람의 꿈의 충돌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사람의 고뇌, 불안하고 방황하는 영혼을 유일하게 쉬게 해 줄 수 있는 사람과의 조우, 오랜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젊은 날의 영광을 함께 되돌아볼 수 있는 진한 우정, 먼저 길을 걸어본 사람만이 건네줄 수 있는 어른으로서의 정확한 조언, 후대를 위한 희생, 굽히지 않는 신념, 톰 크루즈는 한 편의 영화 안에서 이토록 수많은 멋을 눈빛과 미소로 심지어 걸음걸이나 인사와 같은 짧은 동작들로 표현해낸다. 이 정도면 연기를 한다기보다 몸에 멋이 밴 사람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다.
제니퍼 코넬리 역시 멋진 첫사랑의 모습 그 자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무한한 신뢰, 내 남자의 고뇌와 두려움에 공감하고 그것을 품어줄 줄 아는 넓은 아량과 그 여유에서 비롯되는 유머러스함. 그와 동시에 자신의 사랑이 자녀에게 상처가 될까 걱정하는 엄마로서의 모습까지. 영화는 수많은 어른다운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이 영화에는 온갖 멋진 사람과 장면들이 넘쳐난다. 엄마의 사랑을 응원하는 성숙한 딸, 오해로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에게 분노를 품고 있지만 생사고락의 비행 끝에 언어를 넘어선 화해의 포옹으로 굴곡의 세월을 단숨에 넘어버리는 장면, 최고가 되고 싶은 열망을 숨기지 않고 서로 경쟁을 하면서도 승패를 쿨하게 인정하며 서로 하나가 되는 장면, 자신감에 근거해 자존심을 부리면서도 승패에는 확실히 승복하는 장면, 자신의 두려움과 한계를 극복해내는 장면 등.
빛이 도드라지려면 어둠이 있어야 하고, 선함이 선 해 보이려면 악함이 존재해야 함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영화가 그렇고 현실이 그래 왔기 때문이다. 허나 이번에 그 생각이 완전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굳이 빌런이 없어도, 서사가 있는 매력적인 악역이 없어도, 멋짐은 그저 멋짐 그 자체로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해버리고 말았다. 그 수많은 멋짐들이 서로 다투지 않고 각자의 멋짐을 뿜어내는 완벽한 하모니 속에서 호불호의 영역을 넘어선 어떤 절대 선 같은 것을 목도한 느낌이다. 완벽한 몰입과 완전한 감동.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아름다움과 벅참을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귀한 경험을 선물해준 영화 <탑건>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