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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브런치 하실래요

예비작가를 위한 친절한 지침서

by 정 호
유용하며 친절한 예비작가를 위한 안내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뒤, 어느 순간부터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복일경 작가는 자신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조지 오웰의 말처럼 남들에게 똑똑해 보이고 싶은 "이기심"이나 체험한 바를 나누고자 하는 "미학적 열정"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충동에 근거한 행위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글을 쓰게 된 이유의 가장 근원적 이유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작가와 마찬가지로 재미에서 비롯된 충동적 행동이라고 말하는 편이 가장 적절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글쓰기를 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이어지게 된 책 쓰기에 대한 열망은 그와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 본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하이데거는 인간은 언어라는 거처에 살아갈 뿐만 아니라 창작은 불투명한 존재를 긍정적으로 이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말을 빌어 책 쓰기에 대한 열망을 조금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편의 글을 쓰는 행위는 순간의 몰입을 통해 즐거움에 빠져들 수 있는 "놀이"행위에 가까웠다면 써둔 글을 묶어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는 책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자유와 놀이보다는 정돈과 정립에 대한 욕망에 가까웠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글을 쓰다 보면 불투명했던 나라는 존재가 조금씩 투명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생각은 정말 나의 생각이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며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뿌옇게 흐렸던 나라는 존재가 조금씩 선명해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결국 자신을 긍정하게 만든다. 여기서의 긍정은 수용을 통한 인정을 뜻한다. 선명해진 나를 똑바로 바라보게 되며 그렇게 투명해진 나를 받아들이게 되고 그것은 결국 외부의 조건이나 비뚤어진 자아상으로부터 벗어나 나를 나로서 오롯이 인정하게 됨을 뜻한다. 이러한 과정의 끝이 자기 긍정이라는 것을 깨달은 철학자의 말을 통해 세월의 흐름 속에 살아남은 철학자의 시선이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글을 쓰고 책을 쓰게 된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결국 글을 넘어 한 권의 책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는 반드시 써둔 글을 정리해 출판사에 투고해보겠다는 연초의 목표를 위해 책 쓰기에 관한 강의와 책들을 조금씩 읽어가던 중 근래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강의료를 내고 1일 특강 형식으로 책 쓰기 강의를 들어보기도 하고 책을 수십 권 써서 베스트셀러로 만든 경력을 바탕으로 책 쓰기 특강을 진행하여 수많은 수강생들의 책 쓰기를 도왔다는 책 쓰기 매니저를 자청하는 사람들의 책을 읽기도 했다. 도움이 아주 안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책 쓰기는 자료 수집이 가장 중요하며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식의 원론적인 이야기들이나 자신의 지도 아래 출판에 성공했다는 일반인들의 성공 사례를 나열하며 결국 자신의 책 쓰기 특강이나 카페 가입을 유도하는 식의 강의와 책들을 읽어가며 여기도 아싸리 판이 되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자신의 책 쓰기 과정을 자세히 기록해둔 저자의 책은 그 자체로 친절한 안내서이자 유용한 실용서로 나에게 다가왔다.


사실 투고를 앞두고 가장 막막했던 부분은 출판사 리스트였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몇 개의 출판사가 있는지 그중 에세이를 주로 다루는 출판사는 몇 곳인지, 그 출판사들의 편집자와 어떻게 접촉할 수 있는지, 투고 계획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책 쓰기 특강이나 책 쓰기와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아도 값비싼 추가 수강료를 지불해야만 출판사 목록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는 출판사 리스트만 따로 돈을 받고 파는 곳도 있었다. 이런 갈증을 저자 역시 느끼고 있었던 모양인지 본인이 직접 발로 뛰어 에세이를 주로 취급하는 출판사 목록 100여 곳을 추려 책에 담아두었다. 이 리스트만 가지고도 이 책은 첫 책을 출간하고자 하는 예비작가들에게 가뭄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해당 책은 매 꼭지의 글 뒤에 부록으로 책 쓰기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수록해두었는데 그 자료들이 정말 꿀같이 달콤하다. 책 쓰기에 도움이 되는 추천도서 목록부터 시작해서 각종 글쓰기와 관련된 공모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의 목록, 등단의 이점, 다음 브런치와 관련된 내용, 다양한 인터넷 글쓰기 플랫폼들, 본인의 출판 기획서 샘플 사례, 출판사 리스트, 출판계약시 유의사항, 출판 과정에서 남는 후회들, 작가의 삶 등을 깨알같이 소개하는 저자의 정성을 보니 진정으로 초보 작가들을 위하고 있는 마음이 느껴져 뭉클함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공모전을 활용해 글쓰기 실력을 가다듬는다거나 씀이라는 어플을 통해 글쓰기와 관련된 소재를 매일 받아볼 수 있다는 식의 꿀팁은 글쓰기의 양과 질에 대한 고민을 현실적으로 덜어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책을 이제 2권 출판했다며 초보 작가를 자청하는 저자이지만 그 어떤 베스트셀러 작가의 책 쓰기 책 보다 큰 도움을 받았다. 모든 작가가 그러하겠으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저자는 글과 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그에 더해 글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 또한 느껴진다. 그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이 책이 나왔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초보 작가를 위한 마음과 그 마음을 세상에 현현하기 위한 그의 노력과 관심 그리고 그것을 위해 쏟아부었을 시간이 읽혀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고 쓴다는 것은 세상과 삶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는 말과 같다. 책은 저자를 비추는 거울이다. 투명한 거울이 있고 뿌연 거울이 있듯 투명한 책이 있고 뿌연 책이 있다. 저자의 삶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온갖 꾸밈으로 저자는 저 뒤로 숨어 오간데 없이 온통 뿌옇기만 한 책도 있다. 투명한 책을 만나는 일은 그래서 반갑다. 새로운 한 사람을 알게 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책을 읽는 것은 세상과 삶에 대한 앎을 추구하는 행위다. 그래서 저자가 드러나는 투명한 책을 만나는 것은 독서의 목적에 부합한다.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세상과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매우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타인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앎과 관계라는 두 가지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러한 앎을 나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다. 그것은 솔직해야 하며 사랑을 갖춘 사람일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책도 그럴 때에서야 좋다는 마음이 든다.


나에게 좋은 에세이란 자신의 삶을 진하고 맛깔스럽게 끓여낸 된장찌개와 다르지 않다. - 56p


쓰기와 관련된 자신의 삶을 진하고 맛깔스럽게 끓여내 주었기에,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나에게 좋은 된장찌개가 되어주었다. 첫 출판을 하기까지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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