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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책따세와 함께하는 책 쓰기 교육

많고 많은 교육법 중에 왜 책 쓰기인가

by 정 호

글쓰기를 넘어 책 쓰기를 통해 학생들과 만나고 있는 교사들의 모임, 책으로 따듯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라는 비영리 사단법인에서 출판한 책 쓰기와 관련된 교육현장 실천서.


최근 몇 년간 교육의 화두는 실천이었다. 고루해 보이는 당위로 가득 찬 이론과 이상을 넘어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학생들과 어떻게 만날 것이며 그러한 일상적 만남을 기록한 현장 교사들의 실천서가 폭발적으로 출간되었다. 이는 정시보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확대되었던 교육계의 변화와,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가져온 블로그를 비롯한 각종 SNS의 일상화를 통해 기록의 용이성과 전파력 증대가 맞물려 발생한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론과 실천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묻는 철학적 논쟁과 마찬가지로 답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이론은 이론대로 실천은 실천대로 분명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적절히 취하면 될 일이다. 그런 의미로 현장에서 20년 넘게 책 쓰기 교육을 실천해온 실천가들의 기록지는 책 쓰기를 수업과 어떻게 연관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후배 교사들에게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나침반과 같은 지침서가 되어준다.


책 쓰기를 통해 아이들과 교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책 쓰기를 지도할 수 있는지, 각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책 쓰기 수업을 할 때 교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지, 장르별 책 쓰기를 할 때 도움이 되는 책의 목록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년간의 경험이 없다면 결코 쌓일 수 없었을 노하우들을 이 책은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실천서를 읽는 이유는 간단하다. 팁을 얻어 바로 적용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론서가 지식과 마음을 바로 세워 실천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면 실천서는 반드시 구체적인 실천의 방법과 꿀팁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초보자들은 쉽게 그 길을 따라 해 보며 첫발을 내디딜 용기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런 이유로 실천서는 너무 가볍고 땜질식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혹평을 하기도 하지만 어느 분야건 초보자들에게는 거창한 이론과 거대담론보다는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시범이 더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책에는 크게 4가지 분야의 책 쓰기 실천기록이 실려있다. "나를 알아가는 책 쓰기", "과학책 쓰기", "수학책 쓰기", "그림책 쓰기"가 바로 그것인데 이는 교사의 관심사에 따라 파생된 분야일 테다. 책 쓰기라고 하면 보통 국어교사나 초등교사가 접근하리라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허나 수학교사나 과학교사들도 책 쓰기를 통해 학생들의 수학, 과학적 지식을 함양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책 쓰기가 단순히 글쓰기의 확장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책을 쓴다는 것을 우리는 으레 글을 잘 쓰고 많이 쓸 수 있어야 가능한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책 쓰기"와 "책 쓰기 교육"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책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상당량의 글을 논리적으로 써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책 쓰기 교육은 이와는 조금 목적이 다르다. 책 쓰기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책"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책을 쓰는 과정에서 배우고 느끼는 모든 것이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스스로 찾아내고(진로, 적성, 자아발견),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스스로 자료를 찾아 읽어야 하며(독서, 자료수집, 분류 분석능력), 그렇게 찾아낸 자료를 바탕으로 일정량의 글을 스스로 써내야 한다.(발췌, 요약, 정리) 그때에 주제는 교과에 한정되어 있지 않으며(교과 간 통합, 창의력, 발산), 탐색의 과정에 있어 친구들의 자료를 함께 살펴보고(다양성 인식), 이러한 모든 과정을 거쳐 만약 책이라는 결과물을 내는 데까지 성공하게 된다면 해당 학생은 개인적으로 성공경험으로 인한 자존감의 상승과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며 함께 어려운 과정을 헤쳐냈다는 집단적 소속감을 통해 공동체 의식까지 함양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모든 학생이 책 쓰기 교육의 과정 끝에 책이라는 결과물을 품에 안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교사는 어떻게든 뒤쳐지는 학생들을 격려하며 도착지점까지 끌고 가고자 하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이는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어려움이다. 최선을 다해 방법을 안내하고 동기부여를 해주어야 하지만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생을 포기해 버리거나 스스로를 자책해서는 안된다. 그 과정 안에서도 분명 아이는 배우는 것이 있었으리라 믿고 끝까지 따스함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의 발달 수준에 따라 초등에서 진행하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중등보다 입시에서 자유롭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교육을 실행함에 있어 부딪힐 수 있는 문턱은 어쩌면 조금 더 낮을 수도 있겠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초등학생 수준의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적용시켜볼 만한, 가치로운 교육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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