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의 진지함이란
아들: 아빠 내가 이기고 싶어
아빠: 이기려면 집중해 집중
아들: 나 지금 집중하고 있어
인지능력이 아직 덜 발달된 어린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임은 제한적이다. 게임이라는 것이 원래 정해진 룰 안에서 다양한 변칙을 구사하고 빈틈을 공략해야 이길 수 있는 놀이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룰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집중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인지능력이 다소 부족한 어린아이들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들이 있다. 규칙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면서 머리보다 신체를 이용하는 게임들이 그렇다. 예를 들면 얼음깨기나 폭탄 돌리기 같은 종류의 게임이 그렇다.
루핑 루이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전원을 켜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비행기가 나의 베이스에 있는 동전을 쳐서 아래로 떨어뜨리는 게임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나의 베이스로 비행기가 다가올 때쯤 버튼을 눌러 내 동전을 건드리지 않게 공중으로 비행기를 띄우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동전은 지키고 상대방의 동전이 먼저 떨어지면 게임은 종료된다.
"나 지금 집중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의 본부를 지키기 위해 버튼 위에 검지 손가락을 올려둔 채 빙글빙글 돌고 있는 비행기를 응시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라. 그 순간의 진지함 만큼은 전투를 앞둔 여느 장수 못지않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 진지함과 대비되는 조그맣고 반들반들한 손가락 때문인지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는 없었지만 본인 스스로 집중하고 있다고 당차게 말하는 모습에 서둘러 웃음을 숨기고자 애를 쓸 수밖에 없었다.
장난을 치며 배시시 웃음 짓는 아이의 모습도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이토록 진지하게 스스로 집중하고 있다고 당차게 외치는 아이의 모습은 왠지 모를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네 살의 어린아이에게 집중력이라는 것은 유튜브를 볼 때에만 발휘되는 것인 줄로 알았다. 하지만 그의 세계 안에도 어느덧 승리에 대한 욕구가 자리 잡고 있음을, 그리고 그에 도달하기 위해 집중력을 구사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집중하지 못한 채 흐릿한 삶을 살아간다. 여기저기 기웃대느라, 내 것이 아닌 것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느라, 무엇이 내 것인지 알지 못해서, 욕망과, 무지와, 불만족으로 인해 우리는 늘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만다. 한 순간이라도 오롯한 집중을 발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낸 삶이라면, 그것을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는 의지와 역량과 환경이 갖추어진 삶이라면, 그것은 가히 나쁘지 않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