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다섯 살 되고 있어?

미래를 상상하기 시작하는 너

by 정 호
아들: 아빠 근데 우리 집에서 제일 뜨거운 게 뭐야?

아빠: 글쎄 뭘까?

아들: 나는 알아 그건 바로 다리미야

아빠: 맞다. 다리미가 제일 뜨거운 거네

아들: 우리 집에 다리미 말고 또 뜨거운 거 없어?

아빠: 있지. 가스레인지가 뜨거워. 불이 나오거든 그래서 엄마 아빠가 요리할 때는 주방으로 오지 말라고 하는 거야

아들: 나도 그럼 어른되면 아기들한테 주방에 오지 말라고 말해줄래

아빠: 정말? 그래 그렇게 해줘

아들: 응 다섯 살 되면, 나 지금 다섯 살 되고 있어?


아들은 다섯 살이 되면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 자주 네 살인 현재는 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섯 살이 되면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린 동생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일 또한 다섯 살이 되면 할 수 있는 어른의 특권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깜찍하다.


"나 지금 다섯 살 되고 있냐"는 아이의 질문은 그래서 진지하다. 아이는 지금 다섯 살을 어른이 되는 관문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아이는 다섯 살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 그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다섯 살이 되면 본인이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아기들에게 주방에 오지 말라고 말하기.

엄마 아빠에게 요리를 만들어주기.

혼자서 티브이를 켜서 보고 스스로 끄기.

글자로 된 책을 혼자서 읽기.

엘리베이터 혼자 타기.

키가 아빠보다 커지기.


이미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도 있고 다섯 살이 되더라도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일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쨌든 아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점이다. 꽤나 구체적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다섯 살이 되면, 어른이 되면, 유치원에 가면, 이런 식으로 자신의 앞날에 대해 상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꿈을 꾸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워하는 일은 쉬운 일도 흔한 일도 아니다. 젊어서는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해서, 늙어서는 자기 자신을 너무 잘 알아서 그렇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란 생의 어느 시절에도 쉽사리 그려낼 수 있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지금 이 조그마한 네 살의 어린아이는 즐겁게 해내고 있다.


얼마나 큰 기대와 설렘으로 다섯 살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까 생각하며 아이의 볼을 쓰다듬어본다. "나 지금 다섯 살이 되고 있어?"라고 천진하게 물어오는 아이의 빛나는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럼~ 매일 조금씩 다섯 살이 되고 있지"라고 답을 한다. 아이는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기쁜 환호성을 지르며 이불속으로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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