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과 아마추어 그리고 프로의 세계

보는 눈이 다르다

by 정 호
A: 형 축구 진짜 잘하네, 클럽에 안 나가도 구력이 있어서 그런가 날아다니네

B: 야 잘하긴 뭘 잘해. 그냥 겨우 왕초보 티 조금 벗은 수준이지

A: 내 눈에는 엄청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프로 선수 같아

B: 너도 조금만 배워보면 바로 알 걸? 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지인의 운동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감탄이 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지, 나이가 40이 넘어 이제는 신체능력이 저하될 시기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대 시절과 별 다를 바 없는 몸놀림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단했다. 프로의 몸놀림을 지척에서 바라본 적이 없기에 정확한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진심으로 그의 운동실력이 프로 선수의 몸놀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며 겸손하게 자신의 실력을 낮추곤 했다. 그것은 괜한 겸손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운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까막눈인 나의 눈과 10년 이상 한 종목을 꾸준히 운동해온 아마추어의 눈의 차이 아니었을까.


까막눈과 아마추어의 눈, 그리고 프로의 눈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왕초보인 까막눈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ㄱ부터 ㅎ까지 일일이 가르쳐야 하며 왜 그런 것을 해야 하는지 어떤 원리로 그렇게 작동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야 한다. 배경지식과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건 왕초보는 신생아 시절의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르치는 사람의 눈과 입과 손을 바라보며 하나씩 따라 하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는 조금 형편이 낫다. 일정량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기에 전체적인 흐름을 빠르게 인식하고 기본적인 기능이 숙달되어 있다. 어느 정도 척하면 척이 가능해서 팀원들 간의 소통도 무리 없이 이루어지고 감독이나 코치의 요구에 맞추어 행동 수정이 가능하다. 팀 기여도가 높고 왕초보를 대상으로 코칭이 가능하며 프로가 되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일상생활에서 개인적 취미활동을 영위하거나 초보를 가르치는 수준에서 경제적 수입 창출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프로의 영역은 전혀 다르다.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 대해 통달해 있으며 척하기도 전에 눈빛만으로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다. 초보뿐만 아니라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수준의 사람을 대상으로 코칭이 가능하며 자신만의 커리어가 있다.


이토록 다른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 어느 대상을 같은 눈으로 바라볼 리 만무하다. 운동을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지만 이는 운동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왕초보는 일주일에 글 한편 써내기도 버겁지만 아마추어에게 그 정도는 이제 크게 힘이 들지 않는 노동에 속한다. 하지만 프로의 디테일에는 여전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존재한다.


어느 분야가 되었건 자신이 밥벌이를 하는 영역에서 만큼은 프로, 혹은 준프로 정도는 되어야 밥벌이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취미의 영역은 어떨까? 취미는 밥벌이가 아닌 만큼 왕초보 수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괜찮은 것일까. 사람의 욕심에 따라 다르겠지만 취미라고 할지라도 그 취미에 진심인 사람들은 왕초보 티를 벗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왕초보를 벗어나 아마추어 정도는 되기를, 프로의 세계까지는 어렵더라도 가능하다면 준프로 정도의 수준까지는 성취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자신도 모르게 품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것은 마음을 품은 대상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 분야에서는 왕초보로 어느 분야에선 아마추어로 어느 분야에선 프로로 살아간다. 왕초보의 까막눈과 아마추어의 어설픈 눈과 프로의 매서운 눈을 시시때때로 갈아 끼우며 우리는 때로는 겸손해지고 때로는 충만한 자신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올라운더 플레이어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관심 있는 영역에서만큼은 프로 근처에 가 닿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꾸준함 말고 다른 길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