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영정사진을 찍고 유서를 적고 묘비명을 고르는 등 죽음에 대한 감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며 삶의 의지를 다져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으리라.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지만 삶의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죽음과 오롯이 마주할 수 있을 때에만 삶에 있어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가려낼 수 있게 되리라. 그렇게 삶의 의지를 다지고 동기부여를 위해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런 식의 활동을 진행해 본 적은 있지만 생각해보니 스스로 그런 글을 써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글쓰기 수업 과제 덕분에 내가 떠나는 순간 묘비에 어떤 단어를 남기고 갈지 잠시 동안이나마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썼다. 섰다. 짧다.
요즘 최대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글쓰기다. 왜 시간을 들여 돈도 안 되는 글을 쓰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좋아서 하는 일에 다른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그저 재미있어서 썼고 쓰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 언제까지 재미가 있을지,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그런 것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다. 그러다 보니 쓰는 사람으로 살다가 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그렇게 살다가 묘비명에 “글을 썼다”라는 문장을 쓰고 갈 수만 있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테다.
이립, 불혹, 지천명, 나이를 지칭하는 수많은 용어들이 있다. 불혹을 앞둔 나이라는 것이 스스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혹하는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흔들리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산다. 흔들리지 않고 싶다는 것은 바로 서고 싶다는 열망, 즉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찾고 세상 앞에 우뚝 서고 싶다는 생각일 테다. 주변의 생각에, 세상의 생각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생각과 나의 색깔을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이 바로 나를 세우는 주춧돌이 되어주리라
인생은 짧다. 어느 시절이었건 지나고 보면 다 짧았다. 짧았던 것은 늘 좋았고, 늘 아쉬움이 남는다. 봄을 기다리던 모든 순간들이 사실은 봄이었다는 어느 따스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처럼 사실 지나고 보면 모든 순간은 봄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인생이 짧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짧았다는 것은 즐거웠다는 뜻일 테니까.
그렇게 글을 쓰고 나를 세우며 짧은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