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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Feb 09. 2023

급발진? 발작버튼?

따듯함은 점점 더 멀어만 가고

세월이 흘러 세대가 변하면 이전 세대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세대를 해 당혹감과 불편함을 표현한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 대중화는 유행의 전파속도를 더욱 가속화했다. 그렇게 빠르게 확산되는 것들 가운데 유행어가 있다. 유행어를 가만히 살펴보고 있으면 그 유행어를 주로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자 유행어는 그 최전선인 셈이니까.


말은 거울이다.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방식과 어떤 태도로 담아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를 비춘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중년의 여성을 부를 때  "어머님", "아주머니", "아줌마", "어이"라고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네 단어는 짧지만 강력하게 그 말을 건네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주위 사람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단어를 가려서 사용해야 하고 항상 말을 조심해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이  단편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평소에 좋은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어도 한마디의 말로 평판을 잃을 수 있다.


나노 사회라는 말이 유행이다. 코로나로 인해 공동체는 급격하게 무너졌고 안 그래도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있던 대한민국 사회는 더 잘게 쪼개어지고 있다. 개인의가 나쁜 것은 아니다. 개인주의의 탈을 쓴 이기 지켜보기 힘들 뿐이다.


발작버튼이는 단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슷한 말로 급발진이라는 용어를 쓴다. 이는 어떤 사람이 갑자기 화를 내거나 정색을 하는 등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는 모습을 비웃을 때 사용한다. 사회인으로 살아가며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어른스럽지 못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조롱하는 모습 역시 어른스럽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신세대라는 것을 몇 살까지로 정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유행하는 신세대의 용어라는 것을 살펴보면 점점 포용과 너그러움이 사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냥 웃고 넘길 수도 있다. 나 역시 때때로 나도 모르게 해당 용어를 머릿속에 떠올릴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상황이나 인을 표현함에 있어 참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 참 기분이 나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급발진, 발작버튼이라는 용어는 화를 내는 사람에게 모든 원인을 돌려버린다.


"쟤 왜 저래"

"몰라"


나는 장난쳤을 뿐이고 갑작스레 화를 내는 것은 네 탓이므로 나는 그것을 들여다볼 의무도 책임도 없으니 오롯이 혼자 떠안고 가라는 식의 태도,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전혀 궁금하지 않고 분위기를 깨뜨린 네가 나쁜 사람이라는 듯한 태도, 이는 따듯한 공동체와 거리가 먼 발상이다. 아쉽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유행일 정도니 이 정도 이기주의는 웃어넘겨야 하는 것일까.  바탕으로 한 따듯함이 사무도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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