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와 허구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
아들: 레인보우 프렌즈 보여줘 아빠
아빠: 그건 무슨 만화야?
아들: 색깔 괴물들이 쫓아와서 도망가야 되는 만화야
아빠: 으~ 조금 무서운데? 아빠는 무서운 건 싫어 다른 거 하고 놀자
아들: 걱정 마 그건 티브이 안에만 있는 거야
집에서 아이에게 유튜브를 제한하는 편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들기 전 하기 싫은 양치질을 하거나 병원에 입원해서 수액을 맞아야 하는 때에만 허락을 하는 편이다. 슈퍼 마리오와 포켓 몬스터에 빠져서 한창 실랑이 중이기는 하지만 시청하는 영상 또한 가능하면 교육적이거나 학습적인 것으로 유도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느 날 레인보우 프렌즈라는 생소한 캐릭터(?)가 나오는 영상을 보여달라는 아이의 요구에 그것이 어떤 영상인지 먼저 찾아보았는데 5세 유아가 보기에는 다소 자극적인 장면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시청이 적절치 않아 보였다. 다행히 아이에게 우리 부부의 우회전술이 통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데 성공하고는 있으나 자극적인 것은 언제나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는 법이라 언제든 그것을 보고 싶은 마음에 부모가 없는 어딘가에서 영상을 시청할 위험이 남아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것이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아이가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때때로 특정한 경험을 통해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될 때가 있다. 예컨대 음란물을 통해 잘못된 성적 오개념을 습득한다거나 극단적인 성향을 띠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매몰되어 실제 세상 사람들이 온라인 안에서 마구잡이 식으로 배설되는 생각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것이라 지레짐작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가상의 세계에 오래 노출되다 보면 어느 것이 현실인지 헷갈리게 된다. 심지어 어느 시점에서는 가상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으며 현실의 세계가 거짓된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과 허구를 구분 지을 줄 아는 눈을 지니는 것은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 소모를 하지 않도록 돕는다.
SNS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허구와 과장, 왜곡과 보정으로 점철된 소설적 세계를 들여다보며 우리는 일상의 많은 시간을 허비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감정을 소비한다. 재미를 위해, 혹은 어떤 자본적 이득을 위해 그것을 활용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을 현실이라고 믿으며 불필요한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는 어리석음을 범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말처럼 그것은 그냥 휴대폰 안에만 있는 세상일 뿐이니까.
너무 오래 가상의 세계에 머무르는 일은 위험하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여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여러 방편이 구현된다 한들, 인간은 본디 실존하는 존재다. 두 발을 땅에 디디고 하늘을 올려다볼 때에만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할 수 있다. 쇼는 잠시 현실을 망각하게 만들어 쉼을 제공하는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 지나친 쇼의 관람은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