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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Sep 10. 2023

원래 사람 마음은 변하는 거야

진화와 흑화, 기대와 불안, 그럼에도.

아들: 나 이제 포켓몬스터 안 좋아해

아빠: 왜? 4살 때는 엄청 좋아했었잖아

아들: 이젠 마리오가 좋아

아빠: 그렇구나 그럼 나중엔 또 다른 캐릭터를 좋아할 수도 있겠네?

아들: 응, 원래 사람 마음은 변하는 거야

자동차를 좋아하다가 공룡을 좋아하고, 뽀로로를 좋아하다가 타요를 좋아하고, 로보카 폴리를 좋아하다가 헬로카봇을 좋아하, 포켓몬스터에서 슈퍼마리오로 아들의 장난감에 대한 관심사는 변화무쌍하게 변해간다. 그리고 자신도 그러한 변화가 당연하다는 듯, 그리고 그것을 인정한다는 듯 사람의 마음은 원래 변하는 거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는 드라마의  대사는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을 이미 깨닫기라도 한 듯 보이는 다섯 살 아이의 통찰에도 다가서지 못한다. 하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이 다섯 살 짜리도 깨닫는 삶의 진리를 몰랐을 리 없다. 그것은 그저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변하지 않기를 바랐던 간절한 바람이자 자신의 상태와 정반대 편을 향해 달려가는 대상에 대한 원망이며 지나온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이었을 따름이다. 렇게 우리는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변해가는 대상과 마주할 때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그것이 나와 결을 달리하는 변화일 때 더욱 가파르고 무참하게 가슴을 후빈다.


긍정의 변화가 있고 부정의 변화가 있다. 전자는 진화일 테고 후자는 흑화일 테다. 모든 종류의 흑화 앞에 우리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선량했던 아이가 불량해지는 모습, 건실했던 청년이 방탕해지는 모습, 성실했던 아버지의 무기력해진 모습, 이런 부정의 변화 앞에서 가슴이 쪼그라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원래 사람 마음은 변하는 것이라는 아이의 말 앞에 철렁함을 먼저 느낀 것 또한 진화보다 흑화를 직간접적으로 더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햇살이 물기를 말리듯 밝게 웃는 아이의 미소 앞에서 부정적 변화에 대한 두려운 생각은 긍정적 변화에 대한 기대에게 그 자리를 금세 내어주고 만다.


그래서 너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가게 될까?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부모란 본디 가능성에 맹목적으로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존재인 탓에 흑화 할 너의 모습에 대한 두려움보다 진화할 네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크. 그래서 당연하게도 불안보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다시금 너를 지긋이 바라보게 된다. 제에서 오늘로 건너오며 네가 보여준 그간의 변화는 모든 순간 긍정의 변화였으니, 오늘에서 내일로 건너가며 네가 보여줄 앞으로의 변화 역시 모든 순간 긍정의 변화이리라 믿는다. 그렇게 부모는 자식을 믿고, 응원하고, 기다리며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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