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책을 읽는가

또 하나의 친구

by 정 호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책을 읽는다.


누군가는 그저 순수하게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며 세상의 진리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에, 또 다른 누군가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명상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어떤 이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확장하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내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시기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의 나에게 독서라는 행위는 마치 한 사람의 친구를 사귀는 과정과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이런 점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드는 새 친구를 사귀고자 하는 심정으로 새로운 책을 찾아 헤매는 것 같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는 과정은 다양하다. 단순히 제목에 이끌려 만나게 되는 책도 있고 작가의 유명세에 떠밀려 왠지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마지못해 집어 들게 되는 책도 있다. 독서 모임을 통해 알게 되거나, 지인의 추천으로 접하게 되는 책도 있다. 평소에 흠모하던 유명인이 쓴 책이라기에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서둘러 구입하게 되는 책도 있고 본인의 업과 관련하여 도움을 받고자 의무감에 읽어 내려가는 책도 있다.


사람과 책의 관계는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만남은 우연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한 권의 책을 마음에 담게 되는 과정은 반드시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친해질 수밖에 없는 친구와는 어떻게 하더라도 친해질 수밖에 없으며 가까워지기 어려운 사람과는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한들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것처럼, 사람과 책의 관계 또한 그러하다.


가끔 일면식도 없는 작가이면서 존경과 흠모하는 마음을 품게 될 때가 있다. 우연히 접하게 된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이 너무 좋아 작가를 찾아보게 되고 그 작가가 쓴 다른 책들을 연이어 읽게 될 때 이런 감정이 솟아오르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 이는 독자 혼자 작가를 짝사랑하는 것과 비슷한, 양방향적 소통을 진행하는 관계가 아님에는 분명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의 교류 혹은 정서적 어루만짐 비슷한 것을 혼자서 경험하고는 멋대로 그 작가와 친구가 되었다는 망상에 사로잡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누군가로부터 망상이라는 비판에 직면할지도 모를 독서의 이유이지만 나는 때때로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회성이 떨어지고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하여 부족한 영역의 능력을 감추기 위해 책으로만 파고드는 것은 아니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무어라 답을 할 수 있을까. 때로는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영역의 문제라고 답을 해야 할까.


정확한 답변을 내리기는 언제나 어렵다. 중간을 싫어하면서도 항상 글을 쓰다 보면 이쪽도 맞는 것 같고 저쪽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황희 정승도 아니면서, 그 말도 맞고 이 말도 맞다... 이런 글이나 쓰고 있으니 글쎄... 임팩트나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글쓰기 자세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