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그간 아이들과 나눈 대화, 학부모와 상담한 내용을 정리해 책을 펴낸 송주현 작가의 글을 하나씩 읽다 보니 흥미가 생겨 그의 책을 구입해 읽게 되었다. 어느 분야건 10년 정도 일을 하면 어떤 통찰 비슷한 것이 생긴다. 하물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우물을 판 사람이 쓴 책이라면 분명 무언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읽기도 전에 들뜬 마음이 되었다. 딱딱한 책 제목과 달리 상당히 현실적이며 어떤 문장은 교사가 주로 사용하는 정제된 문장이 아닌 날것의 느낌이 나는 문장을 사용함으로써 어떤 후련함을 느끼게 만든다. 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며 아이들의 단상을 올리고 그로 인해 블로그 이웃들의 자녀고민에 대한 상담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는 작가는 그렇게 오래도록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나름의 정답을 정선해 한 권의 책을 엮었다. 시간이 쌓아 올린 일정량의 정보는 그렇게 자료가 되고 책이 되어 어떤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한다.
학업, 생활, 부모 역할, 문제상황,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범주를 나누고 각 챕터별로 7~8개의 꼭지글이 담겨있다. 학업에 관해서는 한글을 모르는 아이, 늘 건성건성인 아이, 책을 싫어하는 아이, 학군지로의 이사, 학원과 유학에 관한 고민 등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고민거리에 대해 다룬다. 생활에 관해서는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 담임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미워하는 것 같을 때, 특수학급에 보내야 하는지, TV와 스마트폰, 야동에 관한 아이의 몰두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해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부모 역할에 관한 챕터에서는 아이로부터 도망가고 싶을 때, 효도를 어떻게 가르쳐야 좋을지, 가난하다고 기죽은 아이 기 살려주기, 맞벌이에 대한 고민, 이혼에 대한 고민, 자녀와 친해지고 싶은 새엄마의 고민 등이 실려있어 온갖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네 번째 챕터 문제상황 역시 학교에서 늘 마주하는 상황이기에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다. ADHD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받은 상황, 친구들에게 관심 없는 아이, 거친 아이, 동성애 취향이 의심되는 아이, SNS에 빠져있는 아이, 싸가지 없는 딸, 가해자가 된 아이 등 부모로서도 교사로서도 어쩌면 가장 어렵고 힘든 질문일 수 있는 내용을 모아두었다.
문제 해결 방식이 이상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어느 면에서는 상당히 현실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저자가 제안하는 대응 방식은 다양하지만 결국 몇 가지 범주로 수렴한다. 받아들이고, 기다려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보고, 응원하라는 것이다. 사실 상담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듣고 나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뻔한 말 같지만 사실 혼자만의 힘으로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내용을 모두 실현해 내는 사람은 드물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것. 독서와 조력자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