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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Aug 07. 2024

그럼 사진을 많이 찍어놓으면 되지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

아빠: 아빠는 요즘 우리 아들이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안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아들: 왜 그런 생각을 해?

아빠: 아들이 크면 클수록 아빠랑 같이 할 수 있는 게 늘어서 빨리 컸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지금 모습이 너무너무 예뻐서 안 크고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어

아들: 그럼 사진을 많이 찍어 놓으면 되지

아빠: 그렇구나, 그럼 되겠다.(왠지 뭉클)

아들: 지금 귀여운 모습을 사진 찍어 놓고 나중에 같이 보자.


시간이 흐른다. 언제 이렇게 커서 대화가 가능한 나이가 되었는지 감개무량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아침 안개가 폐부에 슬그머니 들어차듯, 아이가 자라는 것이 아깝다는 말이 가슴속 깊숙이 스민다. 잠들어 있는 아이의 발을 만져본다. 실제인지 착각인지 모르겠으나 어제보다 자란 것 같다는 느낌을 매일 아침 느낀다. 아이의 손가락을 가만히 만져보며 보드랍고 오동통한 이 손바닥과 손가락이 어떻게 자라날지 가만히 상상해 본다. 매일 저녁 같은 놀이를 하자고 졸라대는 아이를 바라보며 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피로와 자기 연찬의 욕망을 끊어낸다. 부모의 한마디에 자지러질 듯 까르르 웃는 아이를 바라보며 희열에 가득 찬 목소리로 너보다 내가 지금 더 기쁜 마음이 든다고 우겨대고 싶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고 말하며 부모의 표정을 읽고 "그런 목소리로 말하지 마!"라며 목소리 톤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나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에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내가 내어준 나의 작은 세상이 아이의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을지 생각할 때마다 더 큰 세상을 내어주기 위해, 더욱 정돈된 세상을 그려주기 위해 마땅히 애써야 한다는 생각에 한없이 어깨가 무거워지곤 하지만, 그것은 부모에게 있어서 세상에 일종의 어떤 기여를 하고 있다는 기쁨을 주기도 하는 일이기에 부담과 동시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너의 성장과 동시에 사라질 것임을 안다.


네가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기쁜 동시에 슬픈 일이다. 어엿하게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성을 확립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기에 기쁘면서도 더 이상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없어짐을 인식하는 일이기에 슬픈 일이다. 사진을 많이 찍어두면 된다는 너의 말은 옳다. 그렇지 않아도 기억 속에 휘발될 너의 모습을 놓칠세라 울고 웃고 온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너를 담아내느라 엄마와 아빠는 늘 분주하게 휴대폰 카메라 어플을 눌러댄다. 진으로는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쉽고 애타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누를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장면을 기억에 온전히 남기기 위해 너의 표정과 움직임을 가만히 집중하여 쳐다보다가 또 그 순간이 아까워 카메라에 너를 담기를 반복한다.


네가 지금 우리에게 매일 선물하고 있는 넘치는 웃음이 우리가 함께 나누는 시간의 밀도를 더욱 깊어지게 만든다는 것을 안다. 세월이 흘러 웃음소리가 끊어지고 서로의 인생을 멀리서 응원하게 되는 그런 날이 언젠가 반드시 올지라도 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되새기리라는 것을 이미 예감할 수 있다. 그것은 반드시 그렇게 될 일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사진 속에, 때로는 기억 속에 너의 모습을 차곡히 쌓아가며 우리는 너와 멀어질 어느 날을 대비한다. 너무나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 너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남기기 위해 진으로, 글로 너의 순간들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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