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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코스모스

인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망라하는 역작

by 정 호

이것은 과학 책인가 역사책인가 철학 책인가. 챕터 초반에는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어 태생적 문돌이인 나로서는 참 읽어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며 역시 과학 서적은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과학 이론을 설명하며 중간중간 섞여 있는 역사적, 철학적 이야기들과 후반부를 관통하는 칼 세이건의 인류학적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을 어느 한 분야로 특정 짓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1장은 성경을, 2장은 코란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과학 책이 종교 경전의 일부를 발췌하며 챕터를 여는 것이 신선했다. 통합과 통섭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과학이라는 것은 결국 미지의 세계를 다루는 종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한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과학, 종교, 철학, 문학, 역사는 결국 같은 이야기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인류가 추구하는 지적 열망의 총체인 그것들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용이 방대하고 깊어 총체적인 평을 하기 어려워 챕터별로 내용을 요약하고 부분적인 감상을 곁들여 정리해 둔다.


<1장.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우주가 얼마나 광막한지, 그 거대한 우주를 알고 싶어 했던 인류 최초의 지적 집합체로서의 공간이었던 알렉산드리아와 그곳에 모여있던 수많은 천재들에 관한 이야기. 그들이 남긴 기록과 그 소멸에 대한 안타까움. 우리와 우리들의 뿌리인 코스모스라는 존재를 규명하기 위해 탐험을 멈추지 않는 인류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줄 요약: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류에 대한 애틋한 시선.


<2장. 우주 생명의 푸가>

우주 어디에나 지구에 존재하는 물질들이 존재한다는 것. 탄소를 기본으로 하는 유기분자의 존재는 우주에서 지구에만 유일한 생명체가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깨뜨리는 증거인 셈. 생명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 시간만 충분하다면 우주 어디에서나 진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과 우주에서 진화는 필연적인 것. 인위도태와 인위선택. 자연도태와 자연선택. 그렇게 코스모스(우주)는 다윈의 진화론에 동의한다는 것. 자연이건 인간이건 인위적으로 어떠한 선택이나 도태를 반복함으로써 생존에 유리한 것들이 살아남게 되고 그것이 곧 진화라는 것. 진화란 변해가는 환경에 적응하는 이로운 돌연변이가 축적되는 과정. 70년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이 7000만 년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간 인식의 한계점 지적하며 그것은 마치 하루살이가 하루를 영원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인간이건 식물이건 바이러스건 결국 생명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 분자 수준에서 접근한다면 유전형질을 전달하기 위해 핵산을 이용하고 세포 내 화학반응을 조절하는 효소로서 단백질을 이용하는 점은 같다는 점. 고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들 모두 단 하나의 조상으로 수렴한다는 점.

한 줄 요약: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하나다.


<3장.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천문학 예찬과 점성술 불신. 인간이 어릴 때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다가 사춘기를 지나며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듯, 인류의 우주에 대한 인식 수준 역시 지구가 중심이라고 생각하다가 지구가 그저 하나의 파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비슷하다. 인간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기 인식이 다양하게 변하듯 인류의 지구에 관한 인식 역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갈지 궁금하다. 과학적 팩트가 변화하고 수정되어 가는 과정이 정신적 성찰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뉴턴 예찬. 그들은 점성술의 세계, 종교의 세계에서 인류를 과학의 세계로 끄집어낸 선구자. 그들은 비록 점성술로부터 완벽히 자유롭지 못했지만 점성술과 종교로부터 기원하는 생각들과 과학적 사유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고찰하며 과학의 세계로 용기를 내 걸어 들어갔다. 종교가 지배했던 세상. 신이라는 완벽한 존재를 추종해야만 했던 세상에서는 과학적 발견 역시 신성을 모독해서는 안되었다. 그런 강박적이고 편집증적인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새로운 생각들과 유연한 도전들이 좌초되었을지 생각하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그 시절 기하학에서는 원이 가장 완벽한 도형이었으므로 행성의 궤도 역시 원 궤도를 따라 돌 것이라는 상상력은 가장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신이라는 존재를 추종하는 세계에 어울리지 않게 비루하고 빈곤하다. 완벽할 것이라는 실증적 근거보다 완벽해야 한다는 어떤 강박에 가까운 생각은 그렇게 세계의 진실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는 때때로 이처럼 완벽이라는 허상에 휩싸이곤 하는데 완전히 완벽하지 않은 존재, 그러니까 아주 일부라도 이상을 추종하는 어떤 대상들 역시 일부의 완벽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착각할 때가 많다. 부모나 교사, 정치인이나 연예인, 선배나 고참 등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은 손윗사람, 혹은 만나본 적 없거나 대중적으로 영향력을 갖춘 어떤 사람들, 그들이 비록 완전히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부는 완벽하리라 믿는 마음이 무의식에 스며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결점을 보이는 순간 뜯어 먹히기 좋은 먹잇감이 된다. 자연에 대한 태도나 어느 시절까지 사실로 밝혀진 과학적 근거 역시 마찬가지다. 천동설은 지동설이 진리로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진리의 권좌를 차지했으나 그것은 한 때의 진리에 불과했을 뿐이다. 이처럼 가장 팩트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과학적 가설이나 이론들 역시 세월이 흘러 자연을 설명할 수 있는 더욱 명확한 대체제가 발견되는 즉시 과거의 유물로 전락하게 된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본다면 진실이나 사실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은 일정한 시간 안에서만 효력을 갖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체가 떨어지는 일은 태초부터 있었다. 달이 지구 둘레를 돈다는 사실은 까마득한 옛적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현상이 같은 힘에 따라 일어난다는 엄청난 사실을 최초로 알아낸 사람이 뉴턴이었다. - 코스모스 157p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이 사실 같은 이유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인간은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 하물며 그것이 인류 최초의 발견이라면 그 충격과 희열은 어떠했을까. 모든 과학적, 철학적, 종교적 사색의 최초 발견자들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지적 희열을 느꼈으리라 생각하니 가히 가장 부러운 사람들이다.

한 줄 요약: 과학의 사멸과 부활, 늘 의심하라.


<4장. 천국과 지옥>

지구예찬으로 시작. 하지만 남아있는 재해의 흔적들. 1908년 중앙시베리아의 한 오지에서 벌어진 사건, 퉁구스카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어마어마한 폭발이 있었고 그것이 지구 대기에 엄청난 충격파를 발생시켰으며 그 결과 광대한 산림 지대를 초토화시켰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가설은 혜성 조각이 지구에 충돌했다는 것. 혜성 충돌은 기나긴 지구의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드물기는 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일이고 만약 그것이 오늘날 발생한다면 핵폭발과 비슷한 충돌의 반응에 지구 여러 나라는 제각기 핵폭탄 발사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인류 종말을 의미한다. 혜성은 인류에게 공포와 경외심을 불러왔으며 미신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 여러 사례 나열. 뉴턴에 와서야 혜성이 태양계 내부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며 행성처럼 태양빛을 반사하고 태양 주위를 타원형으로 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낼 수 있었다. 혜성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행성과 혜성의 충돌이 빚어낼 지옥도에 대해 예측. 그러다가 금성 이야기를 하기 시작. 금성은 지옥을 형상화한 것 같은 곳이다. 지구 또한 온실 효과가 더 심해지면 금성처럼 될지 모른다는 상상. 환경에 대한 우려로 챕터 마무리.

한 줄 요약: 혜성과 금성에 대한 소개와 인류 종말의 다양한 가능성.


<5장.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화성에 대한 이야기. 가장 가깝고 지구와 가장 유사한 행성. 화성 탐사를 위한 많은 시행착오. 아주 조금씩 화성에 대한 정보를 모아감.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인류의 탐험 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무수한 도전 끝에 때로는 아주 조그마한 인식의 확장을, 때로는 아주 커다란 인식의 확장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인류의 우주에 대한 인식의 발달과정이기도 하지만 한 인간이 자신의 생에 대해 관찰하는 과정과도 매우 닮아 보인다. 보다 섬세한 눈으로 자기 자신과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의 과정 속에서 미세하게 확장되는 인식이란 세계의 거대함에 비해 너무도 작고 초라한 결과값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것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더 나은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능에 의해 반드시 추동될 수밖에 없는 것. 성 이주의 꿈에 대하여 서술. 불가능해 보이는, 불충분한 낙관 속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애쓰는 것, 그것이 인간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말처럼 화성 이주의 가능성을 꿈꾸는 과학자들의 도전은 불가능해 보이기에 더 아름답다.

한 줄 요약: 화성에 대하여, 불가능에 대하여.


<6장.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

목성과 토성에 대한 이야기. 1979년 보이저 2호의 목성 진입. 행성 간 공간을 항해하기 시작한 지 2년 만의 성과. 태양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태양의 빛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없음. 소형의 자체 핵 발전소를 탑재. 탐험에 대한 이야기. 유럽의 대항해 시대, 특히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 이야기를 통해 인류의 모험심 예찬. 인간의 지혜에 의존해서 살아야 했던 작은 나라의 외교방식. 사상의 자유를 억압받던 온갖 지식인들을 받아들임. 지동설을 주장했던 이탈리아의 갈릴레오에게조차 교수직을 제안. 이오의 화산 분출을 목격하며 흥분하는 과학자들. 이오의 매우 얇고 희뿌연 대기는 주로 이산화황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이 매우 얇기는 하지만 목성에서 방출되는 하전 입자들로부터 이오의 표면을 보호하기에는 충분한 두께라는 등의 서술은 이과적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전혀 흥미롭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책을 완독 해내기 어렵겠다는 장벽을 느끼게 함.


목성과 보이저 1호의 만남이 있기 전까지 목성은 그저 하늘에서 반짝이는 하나의 행성일 뿐이었다. - 코스모스 317p


사실 거의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발견하며 살아간다. 거시의 세계를 확장하기 위한 탐험을 멈추지 않고 미시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한 관찰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세계에 대해서도 인간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과학과 문학이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 이유 또한 이러한 측면 때문이다.

한 줄 요약: 목성과 토성 설명, 인류의 탐험에 대한 열망.


<7장. 밤하늘의 등뼈>

문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 아주 먼 옛날부터 우리 모두가 품었을 궁금증에 관한 이야기. 칼 세이건 본인에서 시작하여 고대 이오니아 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을 비롯하여 별에 대한 궁금증을 품었던 여러 현인들의 사상에 대해 풀어낸다. 왜 하필 고대 그리스의 이오니아 지역에서 문명이 시작되었을까. 그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 첫째. 섬을 중심으로 발달한 세계였기 때문인데 중앙집권적이지 않고 여러 문명이 교류하는 중간 지점이어서 다양한 지식의 교류가 가능했다. 둘째. 손을 많이 쓰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았다. 항해사, 농부, 직조공 등 그것은 실사구시적인 행위자를 뜻한다. 필요에 의해 답을 찾아내려는 사람들. 그것은 과학의 발달에 필연적 원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레스(일식 예측, 유클리드 기하학을 유클리드보다 앞서 이미 정리, 탈레스 - 유클리드 - 뉴턴으로 이어지는 현대 과학의 계승), 테오도루스(공학기술자, 발명가, 열쇠, 자물쇠, 자, 지렛대 청동 주조 기술, 중앙난방법 등을 발명), 히포크라테스(의학의 전통 수립), 엠페도클레스(공기의 존재에 대해 최초의 실험, 다윈보다 앞서 자연선택설에 따른 진화에 대한 고찰), 데모크리토스(원자의 개념 최초 제안, 극한의 개념 설명, 미적분의 문턱에 도달), 아낙사고라스(달의 위상 변화와 월식에 대해 정확히 이해), 피타고라스(지구가 둥글다고 추론한 인류 최초의 인물, 귀납추론이 아닌 수학적 논증을 최초로 실행한 인물,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인물, 관측과 실험이 아닌 순수한 이성의 사유로 자연법칙을 추론해 낼 수 있다고 주장, 플라톤과 기독교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 정다면체에 특히 매료되어 있었는데 정십이면체에 관한 지식을 위험한 것으로 간주함. 다면체는 총 5가지인데 네 가지는 각각 4대 원소로 여겨졌던 물, 불, 흙, 공기와 연관시켰으나 정십이면체는 하늘과 연관시킬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제5원소라는 단어의 기원. 정십이면체에 관한 것은 일반인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로 간주. 피타고라스 학파는 정수를 특히 좋아했는데 만물의 근원을 정수라고 보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무리수를 발견했고 무리수는 피타고라스 학파의 기존 견해에 따르면 위협적인 요소였다. 정수가 아니니까. 그래서 무리수의 영어식 표현인 irrational number에서의 irrational은 불합리라는 뜻을 갖는다. 구와 원을 완벽한 도형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행성들의 운동은 원형 궤도를 등속원운동한다고 생각하였으며 이것은 케플러의 연구를 지체시키는데 큰 악영향을 끼친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자신들의 관점에 반하는 수학적 발견은 공표하지 않았다.


실용적 가치를 얕잡아보는 풍조가 고대 그리스 사회에 퍼지기 시작했다. 플라톤은 관측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신분제를 옹호하였다. 플루타르코스는 훌륭한 물건을 만든 사람을 칭송할 필요가 없다고 했으며 크세노폰은 공학적 예술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천하게 여겨야 마땅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기능인에 대한 이런 사회적 통념과 천시 때문에 이오니아의 실험 중심적인 방법론은 향후 2천 년 동안 버림받게 된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가장 큰 오점인 실험을 천시하고 이성의 사유를 우대하는 생각이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이유를 과학사 연구자 벤저민 패링턴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오니아의 중상주의적 전통은 과학의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었으나 동시에 노예 경제의 발전을 동반했다. 노예의 정체성은 손을 사용하는 그들의 육체노동에 있었으며 육체노동을 한다는 것은 곧 노예에 가까워짐을 의미했다. 과학 실험 역시 육체노동으로 간주되었으며 그래서 실험은 서서히 경시되어 갈 수밖에 없었다." 중국 역시 비슷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의 천문학은 1280년경 절정에 다다르는데 그 이후 급소한 쇠퇴의 길을 걷는다. 그 이유를 엘리트 계층의 경직된 사고에서 찾고 있는데 엘리트 계층의 사고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경직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으나 특이점이 하나 있었으니 중국에서 천문학자는 세습되는 직업이었다. 과학 발전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호기심과 자유로운 탐구 정신인데 세습이라는 관례는 호기심이나 탐구 정신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관례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과학적 실무를 외국인 기술자들의 손에 맡겨 두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외국인 기술자들이란 주로 기독교 신부들과 수도사를 의미한다. 이들은 유클리드 기하학과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 우주관을 중국에 소개하는데 중국의 엘리트 계층은 태양 중심적 우주관을 덮어 두는 데 온 신경을 썼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인도, 마야, 아즈텍 문화권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신분제도와 노예제도 그리고 기독교 중심적 세계관은 과학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의 역할을 수행한다.


원자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축제 없는 인생은 숙소가 없는 긴 여정과 같다."라고 말했다. - 코스모스 356p. 순간일지언정 우리에게 쉼과 기쁨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타당한 설명이 아닐까.

한 줄 요약: 문명의 기원과 고대의 과학자들 그리고 과학의 쇠퇴.


<8장.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별자리에 관한 이야기. 별과 별의 거리, 별과 지구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어서 지구 어디에서 관측하더라도 별자리의 모양은 동일하다는 것. 하지만 실질적으로 별자리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르게 관측된다는 것. 하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그것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것.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별자리의 모양을 탐색해 볼 수 있다는 것. 빛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 아인슈타인의 이야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야기. 1939년 영국 행성 간 학회의 우주선 설계에 대한 이야기. 수소 폭탄을 폭발시켜서 그 반작용으로 우주선이 전진하게끔 설계한다는 오리온 계획 이야기(삼체가 떠오름). 빛의 속도로 여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인 문제들. 실제로 그것이 가능하다고 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들(시간 지연, 지구에 남아 있는 인간들에게 정보를 광속 이상의 속도로 전송할 수 없음) 다중세계, 다중우주의 가능성. 별을 관측하는 방법들.

한 줄 요약: 우주여행을 위해 필요한 이론과 실제적 기술들


<9장. 별들의 삶과 죽음>

원자 이야기로 시작. 원자에 대한 설명. 핵력에 대한 설명. 현대 화학과 연금술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 원자의 생성에 관한 이야기. 간단한 핵을 복잡한 핵으로 전환시키려면 양성자와 중성자를 첨가하면 된다(이것을 핵융합이라고 한다)이때 방해 요인인 양성자의 척력을 상쇄시키는 방법은 핵력을 발동시키고 양성자의 전기적 척력을 감쇄시키는 것인데 이것은 1000만도 이상의 초고온에서 가능하다. 태양의 초고온 덕분에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빛이 생성된다. 태양의 생성과 소멸 과정에 대한 서술. 초신성 중성자별에 대한 이야기. 중력에 대한 이야기. 블랙홀과 웜홀에 대한 이야기.


질량과 수축, 핵융합, 중력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니 초등학생 때 읽었던 다이어트 고고라는 만화가 떠오른다. 초고도비만인 아이들이 알약을 먹으면 히어로가 되고 뚱뚱하면 뚱뚱할수록 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는 콘셉트의 만화인데 그 만화의 작가는 밀도와 질량, 중력과 수축에 대한 과학적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그런 만화적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이었을까. 과학적 이론, 철학적 사상과 어떤 작품들이 같은 맥락으로 연결되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그 연결성의 긴밀함과 촘촘함에 따라 재미를 느끼고 경탄하기도 하며 내가 곧 세상이고 세상이 곧 나라는 종교적 가르침이 허황된 것이 아니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한 줄 요약: 태양, 초신성, 중력, 블랙홀 핵융합 등 우주의 구성 요소와 생성 과정 대한 설명


<10장. 영원의 벼랑 끝>

빅뱅, 우주의 팽창, 강력한 복사 에너지와 고밀도 물질들의 생성, 고온 고밀도의 원시 화구가 냉각되면서 수소와 헬륨 생성, 밀도의 편차가 생기면서 가스 구름이 생성, 그것들이 밀도와 중력에 의해 뭉치고 회전하며 은하 생성, 생성된 물질들은 폭발을 반복, 폭발의 여파로 새로운 물질들이 생성, 은하는 서로 끌어당기며 은하단으로 성장, 은하 내부에서도 밀도에 의한 중력수축으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며 별이 탄생, 초기 질량이 매우 큰 별들은 빠르게 진화가 진행됨. 질량이 큰 별은 질량이 작은 별보다 핵연료를 훨씬 더 빠르게 소모하며 빛 에너지를 방출하며 폭발하는데 이것을 초신성이라고 하며 초신성의 폭발은 다른 세대의 별을 만드는 원료로 성간 공간에 흩뿌려짐. 그것들이 여기저기서 뭉치며 항성과 행성이 됨. 빅뱅이라는 대 폭발은 편차 있는 밀도를 생성해 내고 그것은 중력을 만들어내 서로 끌어당기는 과정에서 초신성이라는 새로운 폭발을 일으키고 그것이 또 다른 별들을 만들어내는, 폭발과 생성의 연쇄과정이 곧 우주의 대서사시인 셈. 우주의 거리와 운동에 대해 계산할 수 있었던 것은 도플러 효과 덕. 적색이동, 게다가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우리 은하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 줄 요약: 우주의 시작과 끝


<11장. 미래로 띄운 편지>

정보에 관한 이야기. 인간의 유전자, 뇌, 도서관은 정보저장 장치.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특히 고래는 고등지능을 가진 동물로서 다양한 정보를 유전자에 담고 있음. 소리로 소통하는 그들은 지구 끝에서 끝에 위치해 있어도 서로의 소리로 소통이 가능함. 인류가 바다에 배를 띄우기 시작하며 생긴 잡음으로 인해 고래의 소통가능 범위는 불과 수백 미터로 줄어듦. 뇌간, R - 영역, 변연계, 대뇌피질에 대한 이야기, 정보량을 비트로 환산하여 인류가 생성하는 정보량을 수치화하는 이야기, 우연과 돌연변이에 의한 진화 가능성을 예로 들며 인간 이외의 종이 지식을 갖춘 종이 되었을 수 있었음에 대해 언급하며 겸손해야 함을 강조. 보이저 호에 실어 보낸 레코드판에 대한 이야기. 외계 문명과의 조우에 대한 기대감 혹은 확신. 멸망에 대한 두려움의 표명.

한 줄 요약: 정보 저장과 정보 전달


<12장. 은하 대백과사전>

파이오니어 1,2호와 보이저 1,2호의 진수를 통해 인류의 우주 탐사에 대한 기대 표명, 우주인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있었으면 좋겠다는 칼 세이건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장.


고대에 우주 비행사가 지구에 와서 남겼다는 흔적에 관한 목격담이나 증언이 수없이 많지만 그 어느 것도 우리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다. 이러한 목격담이나 보고를 그냥 받아들인다면 지구가 한때 불청객의 방문으로 넘쳐났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그러했기를 바란다. 외계인과 외계 문명을 이해할 수 이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코스모스 582p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를 최초로 해독한 장 프랑수와 샹폴리옹에 대한 소개. 그리고 과학자들 역시 샹폴리옹과 마찬가지로 고대 문명으로부터의 메시지를 찾고 있다고 밝힘. 외계 문명이 있다면 분명 수학과 과학적 신호로 그들의 문명을 구성하여 보내올 것이라 예측. 왜냐하면 수학과 과학은 지역별 민족별로 다른 언어와 달리 우주의 근본에서 추출된 공통 원리이기 때문. 이러한 방식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전파천문학, 우주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문명권을 계산해 낼 수 있는 공식을 창안해 낸 코넬 대학교의 프랭크 드레이크 교수와 드레이크 방정식에 대한 소개, 이 방정식에 의하면 과학적으로 밝혀져 거의 상수로서 확정된 변수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측정이 불가능해 미지의 변수들이 있는데 이 변수 값에 따라 기술 문명사회가 적어도 한 번 꽃 피울 수 있었던 행성들이 우리 은하에만 10개~10억 개 정도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편차가 너무 크지만 0은 아니라는 사실)

한 줄 요약: 외계 문명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확신.


<13장.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지(호전적 태도, 그릇된 관습,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 이방인에 대한 이유 없는 적개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들 가능성(측은지심, 후대를 사랑하는 마음, 배우려 노력하고 지적인 것을 향한 열정)에 대한 동시적 고찰. 그 유명한 "우주에서 본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일 뿐"에 대한 언급. 핵전쟁에 대한 지극한 두려움.

한 줄 요약: 인간은 생존과 파멸의 동시적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



블랙홀, 쌍성계, 시간 이동, 다중 우주 등 우주적 이론에 대한 부분을 읽어 내려갈 때는 인터스텔라, 삼체 등이 떠올랐고 중력, 밀도 등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초등학교 때 읽었던 다이어트 고고라는 만화가 떠올랐다. 무한소와 양자역학에 관한 내용을 읽을 때는 마블 시리즈, 그중 특히 앤트맨이 떠올랐고 외계인과의 조우와 소통에 대한 부분에서는 드뇌 빌뇌브 감독의 컨텍트와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택트가 동시에 떠올랐으며 인류의 불안과 무지, 핵전쟁의 두려움에 대한 마지막 챕터를 읽으면서는 오펜하이머와 진격의 거인이 떠올랐다. 인류가 지구를 하나의 사회로 구성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여 숨 가쁘게 달리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를 모두 아우르는 단일한 지구 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지구인이 이룩할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는 대목에서는 약간 결이 다르지만 에반게리온의 인류보완계획이 떠올랐다. 코스모스를 읽으며 다시 보고 싶은 작품들이 많이 떠오르는 경험을 하며 칼 세이건의 말처럼 우주에 대한 관심은 인류의 공통적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나이아가라 폭포나 피라미드 같이 압도적인 크기의 자연이나 조형물, 고대 그리스의 유물이나 유적지 같이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어떤 대상 앞에서 경외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인식 가능한 수준의 거대함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인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광막함 앞에서는 감히 그것을 측정할 수도 의식할 수도 없게 되므로 우리 인식에 그것은 쉽사리 정돈되어 포섭되지 않는다. 우주가 그렇다. 우리는 우주의 광대함에 처음에는 경외감을 느끼다가 금세 또 잊어버리고 만다. 너무 광활한 존재는 우리의 인식에 담아둘 수 없기에 그렇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코스모스는 팩트에 근거한 과학 서적이자 그 치밀한 관찰과 실험에 근거하여 풍부한 상상력과 기대감을 발휘하는 소설이며 역사와 철학을 아우르는 인문 서적이다. 칼 세이건은 인류가 우주에 대해 알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고 이제는 얼마간 알게 되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주, 인류의 시작이자 종착지인 코스모스라는 것이 일반인들의 삶과 유리된, 과학자들만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실상 인류를 넘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근간을 구성하는 근원이자 본질이라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세이건은 그런 우리에게 우주라는 존재를 인식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듯 보인다. 우리는 엄연히 우주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살아가라고, 인간이 자신에 대해 죽을 때까지 고찰해야 하듯, 인간 그 자체인 우주 역시 그러한 고찰의 대상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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