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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2000년생이 온다

이해할 필요 없다. 다만 알고는 있자.

by 정 호

"이해란 다른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 너그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다른 세대를 굳이 너그럽게 받아줄 필요는 없다. 마음으로 받아주려 애쓰지 말고 그저 머리로 알아가자"는 것이 "2000년생이 온다"의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저자는 전작 "90년생이 온다"에서 보여준 방대한 자료를 적재적소에 포진시키며 트렌디한 예화와 신뢰를 주는 객관적 자료를 통해 한 세대에 관한 앎의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해 한번 더 새로운 세대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설명서를 직조해 내려 노력한다.

혈액형, MBTI, 관상 같은 종류의 것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라면 세대를 묶어 일괄적으로 설명하려는 작가의 노력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며 손사래를 칠지도 모를 일이다. 나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으나 저자의 용한 소설가 장강명의 말처럼 일반화와 범주화는 인류가 사고를 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토대라는 말에 수긍하며 저자가 일반화와 범주화하기 위해 애쓴 갖가지 노력의 흔적을 기꺼이 따라가 보기로 결심한다.


저자는 MZ로 일컬어지는 "요즘 것들"이 어떤 이유로 그렇게 정의되고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다양한 현실의 이슈들을 끌어와 설명하려 한다. 예를 들면 MBTI가 단순히 유행이라서 MZ세대가 환호하는 아니라 기성세대가 술자리를 통해 급속히 친밀감을 다졌던 것처럼 MZ세대는 MBTI를 통해 상대와의 간격을 좁히려 노력하고 있다는 식의 해석과 그것이 MZ세대가 가지고 있는 초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식의 해석이 그러하다. 기존 세대와 MZ세대를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구분하며 아날로그 세대가 사용했던 초창기 휴대폰은 배터리가 게이지 형태로 표시되었으나 MZ세대가 처음 사용했던 휴대폰은 배터리가 0부터 100까지의 숫자로 잔량이 표시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를 세밀함과 정밀성을 고유의 특징으로 갖게 된 이유로 설명하는 것도 재미있다. 아날로그 세대에게는 적당히, 융통성이라는 개념이 통용되었으나 MZ세대에게는 오로지 정밀한 원칙만이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을 휴대폰 배터리 게이지를 통해 설명해 낸 저자의 통섭적 사고에 박수를 보낸다.


책을 읽다 보면 이렇게 저자의 빛나는 관찰력으로 세대를 설명해 내는 부분이 많다. 어쩌면 다소 주관적인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에 저자는 객관적이며 통계적인 데이터로 그 생각을 적절히 보강한다. 저자는 세상에 관심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다. 그가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나열하는 것을 주욱 읽어 내려가다 보면 도대체 이런 보도 듣지도 못한 예시 자료를 어디에서 찾아내는 것인지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세대론의 대표주자가 된 그는 이제 유명인사가 되어 수많은 강연을 다니며 60년생 70년생에 대한 책도 써내달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고 한다. 그가 앞으로 또 다른 세대를 다룬 책을 내게 될지, 다른 분야에 꽂혀 전혀 새로운 책을 내게 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나 그가 글을 쓰는 성실하고 집요한 방식은 앞으로 그가 어떤 책을 써내건 독자로 하여금 신선한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보고서에 가까운 책은 시의성 있는 예시자료를 통해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진행방식에 적당한 유머를 칠한다. 그의 세대 분석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빼곡히 충실하고 꾸준히 성실한 근거의 수집 앞에 그의 주장은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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