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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말에 화가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러게요.. 고민을 좀 해봅시다.

by 정 호

한때 개그우먼 김숙이 김구라에게 던진 한마디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어? 상처 주네”


개그우먼 김숙 씨처럼 우리 주변에도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만히 그 사람들을 지켜보면 불편함을 느낄 때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나름의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불편한 말을 똑같이 되돌려준다거나, "어떤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죠?" 라며 일부러 의도를 물어 머쓱하게 만든다거나,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가만히 쳐다본다거나 앞서 이야기한 김숙처럼 감정은 최대한 배제시킨 상태에서 상처를 받았다는 자신의 상태만 담백하게 전달한다거나. 혹은 유머러스하게 조금 과장된 듯한 표현으로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표현하는 방법도 있겠죠.

이런 것들을 우리는 스킬이라고 표현하면서 배우려고 해요.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런 기술적인 것들은 아무리 배우고 연습한다고 한들 그런 상황이 또다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진다면 이런 스킬들은 거의 써먹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내면은 그대로이기 때문이에요.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킬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가꿔야 하는 것입니다. 불편한 말을 불편하지 않게 느끼도록 우리를 갈고닦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기 스스로를 갈고닦는 일, 그것은 곧 수행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애 키우는 일을 도 닦는 일에 비유하곤 하죠. 아이를 키우기 전과 아이를 키운 후의 우리 두 눈은 분명히 바뀝니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도 바뀌어요. 왜냐하면 도를 닦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경험은 우리의 시야를 넓히는 최고의 스승입니다. 직접 해본 것만큼 피부에 각인되는 학습은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마주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약입니다. 우리는 모두 제한된 시간과 공간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간접경험이 필요합니다. 영화나 책, 타인과의 깊은 대화, 인간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는 예술작품들을 자꾸 들여다보면서 앎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앎의 수준을 높인다는 것은 단순히 머리로만 이해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맥락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려면 끝없는 사색이 필요합니다. 글을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 골똘히 생각에 빠지는 등 혼자서 자기 생각에 몰입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조금씩 가다듬어 나갈 수 있습니다.


꼰때의 특징 중 하나는 화를 잘 낸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세계가 좁기 때문입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세계가 반드시 넓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머리로는 이해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듣고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는지 쉽게 판단합니다. 하지만 그것의 맥락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사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될 때에만 우리는 보다 깊은 앎, 보다 깊은 지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어가면서 우리는 점차 불편함을 느끼는 일이 줄어들게 됩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보면 이런 글귀가 나와요. “목성과 보이저 1호의 만남이 있기 전까지 목성은 그저 하늘에서 반짝이는 하나의 행성일 뿐이었다” 사실 거의 모든 것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발견하며 살아가요. 거시의 세계를 확장하기 위한 탐험을 멈추지 않고 미시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한 관찰을 멈추지 않아요. 그것은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코스모스에서 인용한 말을 조금 바꾼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나와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저 그동안 겪어온 경험에 관성적으로 반응하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내가 나와 만난다면 그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불편함을 대하는 마음가짐 역시 지금과는 분명 다른 양태로 표현되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께서 모두 편안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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