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코스모스를 읽고 봤더니

by 정 호

인터스텔라를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를 구현하기 위해 엄청난 공부를 하고 블랙홀을 영화 역사상 가장 이론에 가깝게 구현해 냈다는 등 당시 엄청난 광고를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cg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우주와 블랙홀, 웜홀과 시간 여행을 어떻게 표현해 냈을지 궁금한 마음에 기대감을 품고 영화관으로 향했던 기억도 난다.


but... 태생적 문돌이였던 데다가 과학 도서 역시 거의 읽지 않았던 탓에 인터스텔라를 이해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저 광활한 우주와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우와~ 하면서 바라보고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다차원의 공간에서 과거의 딸에게 무언가 신호를 전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우와 신기한 장면이다. 블랙홀에 들어가면 순간이동을 하는 건가? 그럼 초월적 존재가 벌인 듯한 이상현상들이 모두 시간여행을 하는 인간이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건가? 하는 어설픈 생각을 하며 영화를 봤던 것 같다. 심지어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중간중간 졸기도 했던 것 같다! 아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더니, 이토록 친절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보면서 졸 수가 있다니, 무지한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3개월에 걸쳐 코스모스를 완독하고 나자 문득 인터스텔라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와 관련된 수많은 영화 중 왜 하필 인터스텔라가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그 직감은 유효했다. 코스모스를 읽은 보람을 느꼈다. 처음 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과학에 근간에 둔 이야기들이 이해되며 엄청난 고양감을 느꼈다. 앞으로 SF영화를 자주 찾아보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한글을 몰랐던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고 느꼈던 희열이 이런 것일까. 볼 수 없었던 한 방향의 세상을 이제는 조금 보고 느낄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다, 대단하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어떤 경외심과 고양감이 영화를 보는 내내 온몸을 휘감았다.


주인공 아들이 어디서 본 것 같다 했더니 티모시 살라메였다. 영화를 보는 동안 영화의 스토리에 압도되느라 인물을 현실로 끄집어내는 방향의 사고가 작동조차 못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여러 의미로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단순히 영화적 스케일이 커서, 과학적 지식을 생생하게 구현해 냈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을 실제 물리법칙에 적용시켰다는 점, 과학과 사랑과 철학을 절묘하게 엮어냈다는 점(이 부분은 코스모스와 맥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모순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인류는 새로운 도약을 끊임없이 시도할 수 있다는 점. 아직 내가 잡아내지 못한 수많은 의미를 영화를 다시 볼 때마다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는 점도 이 영화가 주는 설렘 중 하나다. 최소한 3번은 봐야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생각이라도 해볼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인터스텔라를 생각하면 그래비티와 마션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세 영화가 뒤죽박죽 머릿속에 섞여있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인터스텔라를 감상하며 명확히 하나의 영화를 따로 빼낸 듯한 느낌이 든다. 멧 데이먼은 항상 묵직하고 우직하고 멋진 역할로 많이 나와서 그런가 인터스텔라에서 뒤통수를 치는 모습에 적응이 안 됐지만.. 인간의 본성과 과학자로서의 의식을 잘 표현한 듯싶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영화와, 과학자들과, 감독의 사상과 신념,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와 걸어갈 발자취를 이토록 적합하게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장이 있을까 싶을 만큼 기가 막힌 표현이다. 황홀경에 빠진 탓에 영화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딱히 표현하고 싶지도, 표현할 수도 없는 그런 상태가 되어버렸다. 작품 한 편을 보고 이토록 무궁한 고양감을 느끼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코스모스를 읽은 것에 감사하고, 인터스텔라를 다시 보게 된 것에 감격한다. 앞으로 겪을 수많은 미지의 것들에 눈 뜨게 될 또 다른 순간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