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위기
1도에서 6도까지, 1도 상승할 때마다 지구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6개의 챕터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한다.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치명적이고 위협적이다. 과학서적답게 많은 논문을 바탕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차분히 서술해 나간다. 이런 류의 책은 다량의 논문을 바탕으로 근거를 주욱 나열하기 때문에 논문 요약집 같은 느낌이 들어 문학적인 재미보다는 정보 습득에 가치를 두고 그로부터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유익하다. 환경오염이 인류에게 어떤 위협을 끼치는지 그 구체적인 사례를 알고 싶은 사람, 자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이다. 챕터별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챕터 1. 1도 상승>
대기 화학자 찰스 킬링은 고도가 낮은 곳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수치가 계속 변하므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분한 높이를 가진 하와이 빅아일랜드 마우나로아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했는데 이것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그래프를 오늘날 킬링 곡선이라 부른다. 26p
2015-2016년 사이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가 진행되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매년 녹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태양열을 반사하지 못하고 생태계 먹이사슬 균형이 무너지고 빙하가 녹아내린 자리에 새로운 선박들이 드나들며 해양생물들이 선박의 프로팰러에 몸이 잘려나간다.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사라지게 되면 그 근방 대기가 점차 고온다습해지며 폭설이 내린다. 이는 식물의 발아에 영향을 미치고 철새들은 알을 부화시키지 못한다. 또한 다른 지역의 폭염과 산불을 발생시키는데도 일조한다. 산불을 통해 생성된 이산화탄소는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42p
남극의 빙산이 녹아내리고, 한때 얼음동굴로 유명했던 페루의 블랑카산맥에 자리한 눈이 녹아내려 호수로 변하고 그 밖에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히말라야 산맥 유럽의 알프스 산맥 등 전 세계 주요 산맥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 기후대가 바뀌며 어떤 동식물은 멸종되기도 하고 서식하는 지리적 범위가 이동했다. 동식물의 서식지는 10년 동안 극지 방향으로 약 17킬로미터 이동했고 고도 또한 11미터 상승했다. 동물은 스스로 이동할 수 있어 서식지 변화에 그나마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으나 식물은 그렇지 못하다. 동물이 이동한 곳에 그들의 먹이가 아직 따라오지 못했으므로 동물은 식량이 부족해 개체수가 급감한다. 문화지체현상과 비슷한 식량지체현상이 자연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가뭄 때문에 식생은 말라죽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2400년 된 바오바브 나무도 말라죽고야 말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며 이산화탄소는 바닷물에 용해되어 탄산을 형성한다. 이는 해양 산성화를 일으키며 껍데기를 만드는 데 탄산칼슘을 이용하는 유기체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온난화는 바다 역시 따듯하게 만들고 따듯해진 바다는 산소를 덜 용해시킨다. 온난화에 의해 해양 순환의 흐름이 둔화되며 물속에 녹아있는 용존 산소량은 줄어든다. 이는 모든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먹이사슬에 관여하며 생명을 갉아먹는다.
<챕터 2. 2도 상승>
얼음이 없는 북극의 풍경을 목격할 가능성이 있다. 기온이 2도 올라 영구동토층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면 홍수로 인한 이재민이 7900만 명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면 상승에 노출된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나라에는 중국, 방글라데시, 이집트,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미국, 베트남이 포함되며 일부 해안 지역에 피해를 입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나라 전체가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로는 몰디브나 투발루 같은 작은 섬나라들이 손에 꼽힌다. 새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야 할 기후 난민이라는 단어가 머지않아 친숙해질 날이 올 것이다. 온난화가 가져올 문제 중 하나는 모기의 출현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모기 중 뎅기열을 전염시키는 흰 줄 숲모기와 이집트숲모기는 따듯한 것을 유독 좋아해서 서식 범위가 넓어진다. 뎅기열은 1970년대에 고작 9개국에서 발생했지만 지금은 100개국 이상에서 풍토병이 되었다. 매년 세계적으로 3억 9천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약 1만 2천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산된다. 비단 뎅기열뿐 아니라 기온이 높아지면 전염병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기온이 2도 상승하는 세계에서 인류에게 닥칠 가장 큰 건강 관련 문제는 질병이 아니다. 식량 부족, 이것이 더 큰 문제다. 게다가 킬리만자로 산맥, 안데스 산맥, 블랑카 산맥, 알프스 산맥, 히말라야 산맥 등 지구의 지붕이라 불리는 산맥 상부에 쌓여있는 빙하 역시 녹아내리는데 문제는 이 산악빙하가 줄어들게 되면 이를 식수로 사용하던 지역에 심각한 물부족 현상이 생기게 된다. 빙하가 급격히 녹는 바람에 때때로 갑작스러운 폭우와 홍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제트기류의 위치가 점차 변화할 것이고 그에 따라 습한 기후와 더운 날씨 둘 다 기간이 길어지고 빈번해질 것이다. 또한 엘리뇨의 발생빈도 역시 두배로 상승하게 되는데 이렇게 된다면 브라질에서 중앙아메리카로 뻗은 호에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게 되고 남아프리카, 인도, 동아시아, 호주에 건조기후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미국 남부, 스페인, 아르헨티나, 중국의 해안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고 태평양 전역에 사이클론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전 지구적으로 가뭄은 막대한 피해를 끼치지만 아마존에 끼치는 피해가 그중 가장 크다.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담수의 15%를 담당하는데 이 수치가 현격히 낮아질 것이다. 숲에 담수가 부족해지면 나무가 죽어가게 되고 나무가 사라지면 탄소 흡수율이 떨어진다. 당연하게도 이는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기온이 2도 올라가게 되면 산호는 99% 없어진다. 산호가 사라지면 산호초에 의존해 살아가는 생물 종들이 멸종하며 이는 해양 생물종의 1/4에 해당한다. 숲이 죽고 바다가 죽는다.
<챕터 3. 3도 상승>
평균기온이 3도 상승한다는 것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기후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역사상 그와 가장 근접한 온도를 유지했던 시절은 약 300만 년 전 플라이오세다. 플라이오세의 식생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플라이오세 북극의 평균기온은 14도였다. 현대 북극 평균 기온은 영하 40도다. 남극 역시 마찬가지인데 현재 평균기온이 영하 26도인 반면 플라이오세의 남극 평균기온은 영상 5도다. 2019년 인도 델리는 48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더 서쪽인 파키스탄의 자코바드는 무려 51.1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는데 이 정도의 더위는 평균기온이 3도 상승한 세계에서는 유난히 시원한 여름처럼 여겨질 것이다. 이 정도 기온이라면 외출이 힘들고 야외에서 일을 하거나 이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도로 보수 건설 작업, 외부 스포츠 활동은 전면 중단되어 사실상 실내에 갇힌 생활을 하게 된다. 에어컨 등으로 냉각이 가능한 시설이 아니라면 내부라고 해도 안전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건물 안으로 피신할 수 없는 가축과 야생동물들은 떼죽음에 이른다. 평균기온이 3도 상승한 세계에서는 매년 300회의 열대야를 경험하게 되고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는 폭염을 1년에 145일 경험할 것으로 예측된다.
<챕터 4. 4도 상승>
앞선 이야기와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고위도 지역의 영구동토층은 완전히 녹아버리고 산맥을 둘러싼 얼음 역시 거의 대부분이 녹아내린다. 기후대는 시시각각 이동한다. 열대 기후는 점차 고위도 지역으로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식생은 더 많이 멸종한다. 적도에서 위도 30도 사이에 위치한 대부분의 지역이 극한적인 열지수를 기록할 것이고 1년 중 상당한 시간을 폭염 속에서 보낼 것이다. 무더위로 인한 미국의 사망자는 500% 증가하고, 브라질은 850%, 호주는 470%, 필리핀은 1300%, 콜롬비아는 2000% 증가한다. 아주 드물게 좋은 소식도 있는데 열대지방이 너무 더워져서 적어도 열대지방에서만큼은 전염병의 발생률이 감소한다. 생물학적으로 사람이 살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된다. 왜냐하면 노약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조차 사망할 수 있는 기온이기 때문이다. 공기 중 습도가 낮아야 땀이 증발하며 열을 낮출 수 있는데 온도와 습도가 모두 임계 수준을 지나는 이쯤이 되면 아무리 땀을 흘려도 공기 중으로 땀이 날아가지 않기 때문에 땀을 흘리는데도 몸이 식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신체조건, 그늘, 물 섭취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필연적인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과 같다. 4도가 올라간 세상의 기후패턴은 지금과 다를 것이다. 여름은 3월 25일쯤 시작될 것이며 폭염 기간은 훨씬 길어질 것이다. 이런 변화는 점진적이고 선형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아주 급작스럽게 나타날 것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저지대 섬 국가는 사라질 것이며 네덜란드, 방글라데시, 베트남은 인구의 절반 이상을 잃을 것이다. 오늘날 인구 기준으로 20억 명이 주거지를 옮겨야 할 위기에 처할 것이며 미국과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챕터 5. 5도 상승>
5도 상승하는 지구는 기온 통제력을 상실한다. 식량 수확이 실패하며 나라 간 교역은 종말을 맞이한다. 이 시기의 인류의 피난처는 남극이 될 수 있다. 빙하가 녹아 강수량이나 담수 공급이 충분 해질 테고 부자들의 요새가 될지도 모른다. 뉴질랜드의 남섬 또한 피난처가 될 수 있는데 이곳은 인구가 넘쳐나는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매력적인 위치로 보인다. 열대지방의 저지대는 이미 구워진 상태이겠지만 적절한 기온을 유지할 수 있는 고지대가 피난처가 될 수 있다. 히말라야산맥 기슭, 티베트 고원 같은 고지대는 적절한 기온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좁은 땅덩어리로 인해 농업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5도가 상승한 세계의 피난처는 이토록 좁은 영역에 국한된다. 현재 거주 가능 공간의 90퍼센트가 소멸될 것이다.
<챕터 6. 6도 상승>
지구 어디에도 얼음이 없고, 북극에서 적도까지 끊임없이 불이 타올라 밤에도 낮처럼 환하다. 생태계나 먹이사슬은 존재하지 않고 열기가 너무 강한 나머지 대부분의 비는 땅에 닿기 전에 증발한다. 초고도 온난화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전되지 않는다. 이는 과학자들의 보신주의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1.5도 상승한 온난화 시나리오에 대한 연구 및 투자는 활발히 진행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과학자와 과학단체가 불필요한 우려를 자아내는 사람들로 여겨질까 봐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구의 자율 온도 조절계가 완전히 고장 날 뻔했던 적이 지난 50억 년 동안 딱 한번 있었는데. 이 사건은 세계의 종말과 같아서 90퍼센트의 종이 멸종했다. 페름기 말 대멸종이 바로 그것이다. 2억 5100만 년 전 당시의 세계는 거대한 초대륙 판게아와 나머지 표면은 판타랏사 대양이 덮고 있었다. 페름기 말 생물군계는 오늘날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유례없는 대격변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백악기를 종식시킨 소행성 충돌처럼 순간적으로 극적이지는 않았으나 페름기 말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된다. 수백만 년에 걸친 거대 분화의 흐름이 표출되자 땅이 갈라지며 마그마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화산 폭발로 인해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방출됐고 기후온난화는 대륙을 건조하게, 육지와 해양을 뜨겁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거대한 화산폭발이 페름기 말 대량 멸종의 원인인 셈이다. 얼마나 거대한 폭발이었는지 대륙으로 흐른 마그마가 6킬로미터 두께의 지층을 형성했다. 마그마는 표면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땅 속에서 흐르기도 했는데 그렇게 흐르며 땅 속에 석탄과 만났고 이는 화석연료의 지구적 연소를 일으키며 엄청난 가스를 대기로 분출했다. 그 위력은 발생한 연기 기둥을 성층권까지 날려 보낼 만큼 대단했다. 이 시기의 기온 상승이 바로 6도 상승 영역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