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 스카이

꿈이 나인가 내가 꿈인가

by 정 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호접지몽, 중국의 철학자 장자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로 현실과 꿈의 경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자신이 장자임을 잊고 행복해하다가 깨어나 보니 자신이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이는 현실과 꿈의 경계, 자아와 세계의 경계,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 대한 철학절 질문을 던지며 절대적 가치가 없음을 강조한다.


바닐라 스카이는 시각적으로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몽환적인 매력을 풍기며 관람객을 사로잡고 스토리적으로는 혼란을 느끼게 만들어 이것이 저것인지, 저것이 이것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하지만 집중해서 본다면 마지막에 이르러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반전이 주는 맛과 상상력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꿈인지 현실인지, 참인지 거짓인지, 이 사람인지 저 사람인지, 끊임없이 주인공(톰크루즈)과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결과만 이야기한다면 주인공은 이미 죽은 지 150년이 지났고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은 꿈이었으며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의문의 남자로 인해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이것이 꿈이구나(자각몽)!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도 아주 드물게 자각몽을 꿀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희미하고 어렴풋하게 느껴질 뿐 그것이 자각몽이라는 것을 깨달았을지라도 꿈속에서 나의 행위를 조종하기는 매우 힘들다. 이는 주인공(톰 크루즈)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주인공이 꾸고 있는 꿈은 그냥 꿈이 아니라 생명연장 회사와 계약한 뒤 진행되는 일종의 상품이었던 것이다. 자신을 스토킹 하는 연인의 무리한 질주가 이끈 자동차 사고로 인해 주인공(톰 크루즈)은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그는 고통스러운 삶보다 행복한 꿈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꿈속에서 15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왔던 것이다. 꿈이라는 것을 자각한 뒤 혼란스럽지만 여전히 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꿈속의 삶과, 일그러진 현실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주인공(톰 크루즈)을 보며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읽었던 책 "영원한 천국"도 이런 내용이어서 겹치는 설정들이 서로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이해를 도왔다. 자각몽이라는 소재는 인셉션을 떠올리게 했고 행복한 거짓과 고통스러운 현실이라는 선택지는 메트릭스를 떠올리게도 만들었다. 자아와 세계의 경계가 무의미하다. 진실과 허구의 경계 또한 모호하다는 호접지몽의 뜻을 생각해 보니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라는 달콤한 인생의 첫 장면도 떠오른다. 영화나 책이나 미술이나 음악이나 역사나 철학이나 종교를 요리조리 살피다 보면 서로가 서로의 세계에 꽤나 두툼하게 간섭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세계는 얽히고설켜 무언가 완전함에 도달하려 애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왜인지 모르게 불교나 우주가 연상되기도 한다. 다양한 생각의 단서를 제공하는 영화를 만날 때면 한껏 기쁘다가도 그것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을 때면 좌절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해석들을 찾아보고 연결해 보며 나름의 의미와 재미를 발견하다가, 이게 또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여하튼 바닐라 스카이는 그런 영화 중 하나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