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의 인생 서사
30년. 하나의 주제에 30년을 몰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단순히 수치상으로 30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대에 시리즈 1편을 찍고 60대가 되어 마지막 시리즈를 마무리한 톰 크루즈에게 미션 임파서블은 인생 그 자체였을 테다. 매 시리즈마다 후속작을 생각하지 않은 듯 당대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액션을 보여주고 날것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CG는 최소화하며 자신이 대부분의 스턴트를 감행하는 그는 가히 장인 그 이상의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의 그런 열정과 노력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져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지방의 인기 없는 영화관의 심야 마지막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객석의 3/4 가량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던 것은 톰크루즈의 숭고하기까지 해 보이는 의지에 대한 경외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매번 그러하듯 이번에도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과 절친한 지인과 얼굴조차 모르는 인류의 목숨을 사이에 두고 선택의 기로에 빠진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익숙한 긴장감을 즐기며 리더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뒤로 미루는 리더, 두 발로 뛰지 않고 말로만 앞장서는 리더, 실수와 손실에 대해 면피할 궁리만 하는 리더, 우린 불행하게도 온 마음을 다해 따르고 싶은 리더보다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리더의 모습을 더 자주 맞닥뜨린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살신성인의 정신과 뒤를 돌아보지 않는 행동력에 감탄하며 저런 리더와 한 시절이라도 함께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도 모르는 사이 품게 된다.
늙는다는 것은 쇠퇴하여 스러져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온전히 증명해 내는 과정이라는 것을 톰 크루즈는 그의 발자취를 통해 입증한다. 개인사와 종교적 이슈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는 사람이지만 그가 영화와 액션에 대해 오랜 세월 보여준 진심 하나만큼은 전 세계의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두터운 세월의 벽을 뚫어낸다. 그의 이름을 듣노라면 왠지 영원히 현역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주름과 눈빛은 기력을 잃고 노쇠한 남자의 그것이 아니다. 언제든 뛸 준비가 되어 있으며 누구보다 앞장설 수 있다는 것을 세월 앞에 증명해 낸 사람이 풍길 수 있는 에너지다. 그가 영화 속에서 보여온 행위들이 우리 같은 일반 대중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수준이라 관객들은 톰 크루즈가 사고사 하지 않고 자연사하길 간절히 바란다는 우스갯소리마저 생겼지만 그 덕에 우리는 이 시대 최고의 액션과 액션배우를 스크린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시리즈의 최종 편이 주는 감동은 단순히 압도적인 스케일이나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것은 그동안 차곡히 쌓여온 다층적인 이야기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그 시간을 함께해 온 관객들에게 온전히 스며드는 과정에서 전달되는 서사가 주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힘이다. 시작과 끝의 중간에는 이야기가 있다. 농밀한 이야기와 느슨한 이야기, 짜릿한 이야기와 심심한 이야기, 복잡한 이야기와 단순한 이야기, 기쁨과 슬픔과 허무와 환희가 뒤죽박죽 뒤섞여 오만가지 감정의 파동에 휩쓸리는 이야기. 이토록 깊고 넓은 이야기들이 뒤섞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이라는 접착제가 필요하다. 그렇게 톰 크루즈가 30년이 넘도록 빚어낸 미션 임파서블은 세월을 등에 업은 훌륭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는 현역으로서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테지만, 미션 임파서블과 함께 남겨놓은 그의 인생 속 한 지점은 꽤나 멋진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대중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