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 애니메이션 알아요?

너와 나의 싱크로는 어디 즘에서 맞닿을까

by 정 호

학생: 선생님 애니메이션 좋아해요?

교사: 그럼 좋아하지~

학생: 그럼 선생님 OOO 알아요?


담임을 하다 보면 교실 속에 매년 비슷한 성향의 아이들이 일정 비율로 섞여 있는 것이 신기하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들, 손재주가 좋은 아이들,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 춤을 좋아하는 아이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자신이 즐기는 것을 나열하며 베지터가 스카우트로 상대방의 전투력을 측정하듯 교사와 자신의 싱크로율을 측정한다.


해마다 교실에는 한 두 명의 애니 덕후가 있다. 그들은 기회를 엿보다가 담임교사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지 물어온다. 애니메이션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만화를 좋아하기에 일단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 순간 아이의 눈빛이 빛난다. 자신이 즐겨본 것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선생님도 그것들을 봤는지 확인한다. 만화책을 좋아해서 만화책 보려고 아르바이트했던걸 말하는 순간 빛나던 눈빛은 존경의 눈빛으로 바뀐다. 그렇게 서서히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무르익어 간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기꺼이 꺼내며 공감을 요한다. 교사가 아직 본 적 없는 애니메이션을 말할 때면 재미있으니 꼭 보라고 추천하기도 한다. 시간을 내서 아이가 추천해 준 애니메이션을 몇 화 보고 다음에 만날 때면 재미있게 봤노라고 아이의 장단을 맞춘다. 아이는 시간이 날 때마다 교사 옆에 다가와 조잘댄다. 아이는 들뜬다. 선생도 들뜬다. 그렇게 그들은 달뜬 관계가 되어 서로의 세상에 잠시 머문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 영화나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유독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공감받고 교류했던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들 특유의 어떤 성향이 있는 것일까? 인류학자가 아닌지라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경험적으로 그랬다.


주파수가 맞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학습도 생활지도도 관계 형성이 우선시 되어야 효율이 높아지기에 학기 초면 엄근진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주파수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과는 책에 대해서, 춤을 좋아하는 아이들과는 춤에 대해서,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과는 보드게임에 대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점점 아이들과 싱크로가 맞아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기 어렵고, 알지 못하는 분야가 많아서 전체 아이들과 높은 싱크로율을 이루어내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애를 써본다. 그렇게 주파수를 맞추며 반가운 사람을 찾아내는 일은 가끔 교사에게도 진심으로 즐거운 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