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간다움인가
발전된 로봇 기술로 인해 인간과 로봇이 어우러져 사는 사회, 극도로 진보된 기술 덕에 로봇과 인간의 구분이 사라진 사회가 되었다. 그런 로봇들 중에서도 세계 최고의 성능을 뽐내는 로봇 일곱 기가 있다. 그들은 인류를 위해 일하며 위인에 버금갈만한 업적을 남기기도 한다. 그들은 다른 로봇들과 달리 잠을 자면서 꿈을 꾼다. 꿈은 무의식의 발현인 탓에 과학자들은 로봇이 꿈을 꾼다는 것에 호기심을 느낀다. 그들은 슬픔을 느끼고 눈물도 흘린다. 비록 학습된 행위이긴 하나 극도의 모방을 반복하다 보면 가슴속에 어쩐지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몽블랑. 세계 최고의 로봇 일곱기 중 하나인 그는 나무를 사랑하고 새와 대화할 수 있다. 평화를 수호하고 자연 친화적이다. 몽블랑은 스위스에서 미지의 존재에 의해 파괴된다. 그에 이어 로봇인권을 옹호하는 사람이 살해된다. 로봇에게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 국제 로봇법을 만든 사람도 살해된다. 그 두 시체에는 뿔 형상의 흔적이 남아 있다. 두 사건을 조사하는 인류 최고의 경찰 로봇 게지히트는 세계 최고의 로봇 일곱기 중 하나다. 두 사건을 조사하며 난관에 봉착한 게지히트는 8년 전 인간을 최초로 살해한 로봇 브라우 1589에게 힌트를 구한다. 그 로봇은 여러 설명과 함께 플루토라는 이름을 되뇐다.
또 다른 로봇 7기 중 하나인 노스 2호는 군장교의 비서로 일하다가 스코틀랜드에서 거주하는 눈이 먼 음악가 폴 던컨의 집사로 온다. 그의 외형은 독수리 오 형제나 베르세르크의 페무토를 닮았다. 살인병기였던 노스 2호는 더 이상 전쟁이 싫다며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던컨은 기계 따위가 연주하는 곡은 진짜가 아니라고 일갈한다. 노스 2호는 폴 던컨의 비난과 질책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머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잘못된 기억을 바로잡아주며 그가 잃어버린 인간성을 되살리도록 기여한다. 로봇에게 마음을 연 던컨은 노스 2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며 그와 함께 웃는다. 즐거움도 잠시 노스 2호는 회오리와 함께 등장한 미지의 존재에 의해 파괴된다. 세계 최고의 로봇 7종을 파괴하고 다니는 미지의 존재 플루토는 늘 회오리와 함께 나타난다. 플루토의 존재는 무엇인가. 인간 수사관은 로봇이 벌인 소행이라 의심하고 또 다른 로봇 7종 중 하나인 아톰은 로봇 규칙 제1 명령에 의해 결코 그럴 수 없다고 판단한다.
게지히트는 아톰을 만난다. 아톰은 지나가는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보고 부러워하고 아이스크림을 정말로 맛있게 먹으며 비 오는 날 달팽이를 가만히 쳐다보며 신기해한다. 이런 아톰의 모습을 보며 게지히트는 신비감에 휩싸인다.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로봇들은 메모리 칩을 통해 각자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칩의 저장공간은 주로 뒤통수나 귀 뒤 등 주로 머리 근처에 있는데 아톰은 심장에 위치한 것이 인상적이다. 게지히트보다 상위의 인공지능을 가진 아톰은 연달아 발생하는 인공지능 로봇 파괴 사건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 게지히트의 메모리칩을 받아 읽은 뒤 게지히트의 이름을 되뇌며 눈물을 흘린다.
아톰은 복사한 게지히트의 정보를 바탕으로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와중 사망한 인간들의 공통점이 보라 조사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일원 중 한 명인 오챠노미즈 박사를 찾아가 보라 조사단에 대해 묻는다. 페르시아의 독재자 다리우스 14세가 대량의 로봇 군대를 보유하여 중앙아시아를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었다. 트라키아 합중국의 알렉산더 대통령은 대량파괴 로봇 제조 금지 조약을 발의한다. 국제연합은 즉시 승인했고 조약의 발휘로 페르시아 왕국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 보라 조사단이다. 그 뒤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에 참여한 로봇 7종은 인간다운 고민에 빠진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같은 로봇을 제거해야 하는지, 평화를 위해 왜 파괴가 선행되어야 하는지. 그렇게 전쟁이 끝난 뒤 몽블랑(자연), 노스 2호(예술), 아톰(일상), 브란도(가족) 등 로봇 7종은 각자의 인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브란도는 전쟁 이후 로봇 격투가가 되어 챔피언의 삶을 살아간다. 그는 900 전이 넘도록 무패를 기록하는 로봇 격투계의 스타플레이어다. 꽤 많은 돈을 벌었지만 허름한 집에 사는 이유는 그가 벌어들인 모든 돈으로 어린아이 형상을 한 로봇을 입양해 가족을 꾸리는 데 썼기 때문이다. 가족을 꾸리자 브란도는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언제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그가 이제는 가족을 위해 격투 대전에서 패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을 위해 죽고 싶지 않아 진 것이다. 또 다른 7종 로봇 중 하나인 헤라클레스 역시 로봇격투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는 브란도의 뒤를 바짝 쫓는 신예다. 승이 쌓일수록 그는 점점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 로봇에게 아량을 베풀게 된다.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상대를 파괴할 수 없다. 인간은 망각으로 인해 증오의 연쇄를 반복하지만 로봇은 모든 것을 선명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고통을 반복할 수 없다는 헤라클레스의 말을 통해 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망각은 인간에게 어떤 어떤 안도와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 것인가. 인간과 로봇의 공존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 로봇보다 더 로봇 같은 인간. 인간과 로봇을 무엇으로 구분 지을 것인가
세계 최초의 로봇 판사 노이만 판사가 폭발 사고로 사망한다. 그 뉴스를 듣던 아돌프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기계에게 죽음을"이라는 말을 구호처럼 반복한다. 3년 전 죽은 형의 시체를 인수하며 시신의 상태를 확인한 아돌프는 로봇이 사용하는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는 사실에 로봇에 대한 적개심이 커진다. 아돌프의 아버지는 아돌프가 어린 시절 로봇 대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축구공이 가지고 싶다는 아돌프의 투정에 마음이 아팠던 아돌프의 아버지는 가게에서 축구공을 훔친다. 하지만 로봇에게 발각되 금세 잡히고 마는데, 수치심과 좌절감을 느낀 아돌프의 아버지는 투신자살하고 만다. 아돌프의 형 역시 아돌프를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잘못된 방향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돌프는 모든 불행의 원흉이 로봇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인과오류에 사로잡혀 로봇을 증오하게 된다.
7종의 로봇 중 엡실론은 평화주의자다. 제39차 중앙아시아 전쟁 때 대의명분이 부족하다며 징집거부를 한 엡실론은 전쟁고아가 된 아이들을 거둬 기른다. 그가 거둔 아이 중 하나는 전쟁에서 마을을 통째로 잃어버린 끔찍한 경험이 있다. 그 아이는 전쟁 속에서 거대한 로봇을 목격한 뒤 실어증에 걸려 한 단어를 제외하고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이가 내뱉는 유일한 단어는 다름 아닌 '보라'
초상화를 그리고 꽃을 바라보는 로봇이 길거리에 쓰러져있다. 그의 두려움을 읽은 아톰의 동생 우란은 그의 두려움을 느끼고 그를 돕는다. 로봇의 에너지원인 에너지 촉매제를 가져다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는 생명을 촉진하는 능력을 가진 로봇이다. 그는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며 극도로 두려워하는데,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 역시 다름 아닌 '보라'다. 보라 조사단은 과연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 것일까. 페르시아의 천재 과학자라 불리는 고지, 그는 정말 트라키아 제국이 말한 대로 악당이기만 한 것일까. 증오는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에서 멈추는 것일까.
단순히 만화적인 재미만 보자면 그리 특별하지 않다. 극장판 같은 액션 씬이 인상적이지만 한화에 한 시간씩 하는 분량에 한두 번 정도 나오는 액션씬만 기대하며 8시간의 여정을 참아내기엔 액션이 주는 쾌감이 부족하다. 어린 시절 아톰을 봤던 세대라면 그 시절의 향수에 젖어 반가운 마음이 들 법도 하다. 다만 인간다움, 로봇과 인간의 경계,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를 상상하며 본다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더욱이 만화 20세기 소년과 몬스터를 즐겁게 봤던 사람이라면 그 익숙한 그림체가 반가워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다.
이 상황을 이렇게 웃긴 짤로 재탄생시키다니 대한민국은 해학의 민족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