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라는 광고 카피가 인상 깊었다. 누구나 처음부터 부모였던 적이 없었다는 말처럼, 세상의 모든 역할들이 그러하듯 부모라는 존재 역시도 치열한 부딪힘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고 피어나는 위대한 존재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누구나 부모가 될 수 있지만 부모다운 부모가 되기는 참으로 고되면서 지난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구태여 말해봐야 무엇할까.
좋은 엄마란 무엇이며 좋은 아빠란 무엇일까
남자들끼리도 좋은 아빠에 대한 이상향이 모두 다르고 여자들끼리도 좋은 엄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역할 모델이 모두 다르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명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양육 철학을 가지고 있을 테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한 때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을 보면 남자와 여자가 아예 다른 종족이라는 생각에 대해서 동의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동성 간에도 메우기 힘든 엄마와 아빠라는 존재의 역할에 대한 이상향의 간극을, 서로 다른 성을 가진 남녀가 한 가정을 이뤄 아이를 양육하며 메워간다는 것은 차라리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자가 생각하는 아빠와 엄마의 역할에 대해 서로의 개념이 부딪힐 때가 종종 있다.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나와, 나의 부인 역시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선한 의도를 가지고 노력을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에게 선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게다가 아이를 기르다 보니 체력과 시간이 항상 부족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상대방의 의도를 읽으려는 노력을 할 여유를 종종 잊어버리곤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작은 부분이 상대방의 매우 큰 단점인 것과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켜 때때로 불편한 찬바람이 불기도 한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해결해야 한다.
하여 법륜스님의 즉문즉답도 들어보고 이런저런 양육서도 들춰보던 와중에 별생각 없이 집어 들게 된 책이었다.
E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글로 풀어 책으로 엮어낸 파더쇼크는,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한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1부에서는 아버지들이 왜 억울해하는지, 어떻게 아이들과 멀어지게 되는지, 친구 같은 아빠가 과연 좋은 아빠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정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아버지들에 대해서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2부에서는 아빠는 분명한 아빠의 역할이 존재한다는 것을 강하게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아빠로서의 역할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엄마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여러 가지 실험을 예로 들고 있는데,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있을 때 성취해내는 과제와, 아빠와 함께 있을 때 성취해내는 과제의 종류가 달랐으며 그것의 근거를 엄마의 역할과 아빠의 역할과 연관 지어 풀어내고 있다.
3부에서는 오늘날의 젊은 아빠들, 소위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 30~40대의 아버지들이 무뚝뚝함으로 대표되는 이전 세대의 아버지들, 즉 본인들의 아버지들과 다른 길을 걷고자 하지만 결국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4부에서는 앞에서 말한 아버지로서 바로 서기 어려운 이유들,
1부. 가정에서 설자리를 잃고,
2부. 제2의 엄마를 대행하며,
3부. 이전 세대의 아버지들의 전철을 밟고 있는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유지해라, 경제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마라, 사회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져라, 칼퇴근이 일상화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 하지 말고 좋은 남편이 되려고 하라.
좋은 말은 공허할 때가 많다
이 책을 읽은 뒤에 특별히 무언가 실마리가 잡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특별한 것을 기대하며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특별한 것이 없었다. 부분적으로 이상적이기만 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좋은 점을 발견해내는 것은 언제나 독자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새길만한 것을 골라내어 보았다. 그것은 결국 스스로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도덕경 같은 결론이냐고 물어올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문제의 해결책은 사실 행복으로 귀결된다. 소위 행복 만능론이라는 것인데 여기서는 그래도 다행히, 행복합시다~ 그것만이 해결방법이오! 라며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끝맺음하고 있지는 않았다. 구체적으로 행복이란 어떤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지 아버지의 입장에서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2006년 행복가정재단에서 아버지들의 행복지수를 조사하여 발표했는데 이 지수를 측정하는 척도로 3가지 기준점을 제시한다.
자신, 소속집단, 관계가 그것이다. 아버지들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소속집단에서 인정받고, 가정에서의 관계가 좋으면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이 세 가지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고르게 시간과 정성을 쏟으라는 이야기로 결론을 맺고 있다.내가 행복하고, 소속집단에서 만족감을 얻고, 부부간의 관계가 좋을 때에 자녀양육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글쎄... 공감 가는 부분도 있지만 의문스러운 부분 또한 많은 책이었다. 파더쇼크라는 강렬한 제목을 따라갈 만큼 내용이 강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