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타인의 해석

오류의 원인을 찾았다. 그래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by 정 호

소통이 잘 안되어서 일이 꼬이고 속상했던 일을 살다 보면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된다. 그런 일을 여러 번 겪다 보면 점차 마음의 문을 닫고 타인과 소통하지 않으려 외로운 섬으로 숨었다가 이내 또 사람이 그리워져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의 세계로 빼꼼하니 고개를 들이밀기를 반복한다.


작가는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왜 오해가 생기는 것인지,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는 정보는 신뢰할만한 것인지를 고민하며 엄청나게 다양한 사례들을 정교하게 배열하여 전하고자 하는 바를 충실히 전달하고자 한다.


사례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고자 하는 책에는 명확한 장단점이 있다. 스토리텔링 방식의 여느 도서들이 그러하듯 작가의 주제의식을 선명하고 확실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야기가 너무 많다 보니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고 쉽게 머릿속에 정리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책을 읽는 중간중간 꿈틀거려 어지간한 인내심이 아니라면 읽는 중간에 책을 내려놓게 될지도 모른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발휘해서 읽다 보면 작가의 논리와 혜안에 탄복하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고된 만큼 분명히 얻는 것이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한 사건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샌드라 블랜드라는 이름의 흑인 여성이 차를 운전하다가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며 차를 세워 취조를 하는 백인 경찰관이 등장한다. 이 대화는 경찰차에 설치된 비디오 카메라에 녹화되었는데 유튜브에 공개되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중이다. 나 역시도 공유된 영상을 페이스북을 통해 스쳐 지나가듯 봤던 기억이 난다. 대화를 하던 중 크고 작게 서로의 신경을 거스르는 행동을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경찰이 흑인 여성을 체포하여 유치장에 수감하게 되고 사흘 뒤 그녀는 유치장에서 자살하게 된다. 이 사건은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통에 있어서 발생하는 3가지 오류가 종합적으로 뒤섞여 발생한 비극으로, 작가의 주제의식을 전달하기에 최적의 사료로서 가치가 있기에 채택된 것 같다.


그 외에도 역사적으로 전쟁은 멀리 있는 나라 간에 벌어지는 경우보다 국경과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인접 국가들과 발생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 에스파냐가 멕시코를 침략할 당시 언어를 통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일, 중앙정보국 간부들이 스파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판사들이 피의자를 파악하지 못하며 영국 총리가 적수였던 히틀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사례 등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타인과 마주하고 소통할 때 발생하는 오해와, 인식의 오류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문제제기를 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책의 첫 번째 챕터에서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낯선 이가 우리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데 왜 우리는 알아채지 못하는가

낯선 이를 직접 만나는 것이 만나지 않았을 때보다 그 사람을 파악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질문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질문이며 첫 번째 챕터에서 그는 한 가지 실험을 이야기하며 이에 대해 답한다. 실험은 다음과 같다. 단어를 완성시키는 실험이 있다. 예를 들어 가□□, 박□□, □송□ 이런 식으로 구성된 단어를 완성시키고 그 단어들로 실험에 참가한 사람에 관해 추측하는 실험이다.


우울한 단어를 많이 만들어낸 참가자에게 당신은 우울한 사람입니까? 성공에 관한 단어를 많이 만들어낸 참가자에게 당신은 성취 지향적 인간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실험 참가자들은 본인이 작성한 단어와 자신은 크게 연관성이 없다고 답을 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그렇게 답변한 참가자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작성한 단어 완성지를 보여주었더니 완성지에 적힌 단어를 가지고 그 사람을 판단하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하나의 통찰을 준다. 타인을 해석할 때 몇 가지 단서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만 스스로를 판단할 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은 복잡 미묘하고, 해석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타인에게는 그것과 정 반대의 기준을 들이밀며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존재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낯선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마주하고 있을 때 오히려 속기 쉬운 이유는, 얼마 되지 않는 정보를 통해 내 앞에 있는 낯선 이를 판단한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혼란스러운 일이면서 정보를 제공하는 낯선 이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제대로 자신을 드러내는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류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디폴트, 즉 기본값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낯선 타인을 마주할 때 기본값으로 그가 진실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마주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범죄를 비롯한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그의 잘못을 입증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끝에 더 이상 빼도 박도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러야만 그가 잘못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법원에서 판결을 할 때 지켜야 하는 원칙 중 하나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잘못된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일이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매체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솜방망이 같은 처벌을 받고 풀려나는 것을 잠자코 지켜볼 수밖에 없다.


거짓을 기본값으로 놓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삶의 모든 상황에서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바와 같이 모든 스포츠 코치가 소아성애자라고 가정한다거나 모든 의사가 잠재적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하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렇기에 우리는 진실과 선을 기본값으로 놓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 그것이 잘못된 것을 가려내기 위해 갖가지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기본값을 악으로 두지 않고 선으로 놓는 이유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적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당연하게 선택되는 결과라고 한다. 즉 기본값을 선으로 두었을 때는 가끔 발생하는 거짓 때문에 피해를 입기는 하지만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에 있어서 장점이 더 크지만 기본값을 악으로 두었을 때 발생하는 수많은 선을 가려내기 위해 들어가는 불필요한 에너지의 투입이 효용성의 측면에서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더 이상 당신을 믿지 못하게 될 때까지 언제나 당신을 믿었다.라는 문장은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았다는 것을 완벽하게 표현한 문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애인에게 여러 가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결국 벗어나지 못한다거나, 신뢰하던 정치인의 스캔들이 믿기 힘들어 지지를 철회하지 못하는 것, 좋아하고 응원하던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 등의 위법행위를 목격하고도 여전히 그들을 좋아하는 등의 태도는 선이라는 기본값을 부정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투명성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투명성이라는 것은 인간의 내면이 외면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화가 나면 화난 표정을 짓고 억울하면 억울한 표정을 지을 때 그것은 투명하다고 정의되며 우리가 타인을 판단할 때에 타인은 투명하다는 가정하에 판단을 한다는 것이 세 번째 챕터의 핵심 내용이다.


미국의 유명 TV 프로그램 프렌즈를 예로 들며 프렌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는 투명하며 그들은 속마음과 내적인 상황을 표정과 행동으로 완벽히 일치시켜 드러내기 때문에 우리는 자막 없이도 그들이 어떤 내용의 커뮤니케이션과 어떤 감정을 발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본 챕터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표정이나 행동은 시대와 문화, 장소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당황하는 표정이 어느 원주민 부족들에게는 위협의 표정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이 투명하더라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둘째 우리는 스스로 투명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깜짝 놀랄 때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고 안쓰러운 광경을 보았을 때 측은지심을 드러내는 표정과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그런 상황을 설정해두고 촬영을 해보았더니 실제 나의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투명성의 오류로 인해 잘못된 판결을 받은 몇몇 사례를 이야기한다. 요약하자면 내면과 외면이 불일치한 피의자를 투명하다고 생각하며 판결하여 생긴 비극이다.


첫 번째 사례는 한 남자가 자신의 애인에게 총을 쐈는데 불발되어 여성이 고소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 청년은 불쌍하고 차분해 보이며 정중하고 온순하며 똑똑하고 장래가 촉망받는 청년이기에 피의 사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고 얼마 뒤 기어코 애인을 총으로 죽이고 만다.


두 번째 사례는 룸메이트 관계인 두 여자의 이야기이다. 편의상 a와 b라고 하겠다. a가 살해되고 피의자로 몇 사람이 지목되는데 그중 b도 피의자 용의 선상에 오르게 된다. b는 그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괴상한 사람이었다. 매력적이고 섹시했으며 폭시라는 별명이 있었고 룸메이트가 살해된 다음날 남자 친구와 속옷을 사러 간다거나 살해된 룸메이트에 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투명하지 못한 정보였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기에 많은 남자 친구를 만나본 경험이 없었고 폭시라는 별명은 여우 같은 행동 때문이 아니라 초등학생 때 남자아이들과 축구를 할 정도로 날쌔서 붙은 별명이었고 속옷을 사러 간 것은 살해 현장이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입을 속옷이 없었기 때문이며 룸메이트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은 건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위의 두 사례 모두 정보제공자의 정보가 투명하지 않았지만 판사는 투명한 정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라 할 수 있다.


네 번째 챕터는 9.11 테러를 감행한 핵심간부를 생포하여 고문을 통해 진실을 확보하려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진실에 다가서려 할수록 진실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역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유인즉 고문을 당하면 뇌의 모든 부분이 손상을 입어 결국 기억해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타인을 통해 완벽한 진실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낯선 이에게 말을 걸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섯 번째 챕터에서는 결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맥락의 중요성을 뜻한다.

어떤 행동을 금지시켰을 때 다른 대안을 찾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는 행동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두 가지 답을 내놓을 수 있다.


첫 번째 답은 어떻게 해서든 비슷한 결과를 내는 다른 방식을 찾아 행동할 것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 답은 특정한 상황과 방법이 맞아떨어져서 그러한 행동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맥락을 제거하게 되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전자를 대치, 후자를 결합이라고 표현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가정은 도시가스를 사용했는데 여기에는 생명에 치명적인 일산화탄소가 다량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영국 사람들은 가정에서 가스를 이용해 손쉽게 자살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되었고 당시 영국 자살률의 절반 가까운 비율을 차지한 방식이 바로 가정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이르러 도시가스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이슈화되고 대규모 천연가스를 발굴하는 상황이 맞물려 도시가스에서 천연가스로 국가 에너지를 바꾸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약 10여 년에 걸쳐 도시가스는 천연가스로 완벽히 대체되었고 그에 따라 가정에서 가스를 이용한 자살률은 극도로 낮아진다.


여기에서 대치와 결합에 대한 물음을 던짐과 동시에 답을 확정 짓는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어떻게든 자살을 하는가?(대치) 자살하기에 적절한 상황이 제거되면 자살하지 않는가?(결합) 작가는 산술적 통계를 통해 대치보다는 결합이 분명하다고 결론 내린다. 즉 상황과 맥락이 제거되면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쪽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 외에도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서 유독 사람들이 자살을 많이 하는 것도 같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자살하기에 너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를 제시하며 미국의 공권력, 특히 경찰 권력이 그토록 막강해진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1970년대 미국의 캔자스시티라는 도시에서 실시한 연구가 시발점이 되었다. 캔자스시티는 미국 내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도시중 하나이다. 1970년과 1990년 20년의 간격을 두고 두 번의 연구가 이루어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번의 연구는 모두 실패로 끝난다.


첫 번째 실험은 다음과 같다.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서 도시를 세 구역으로 나눈 뒤 한 구역은 기존대로, 한 구역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구역은 경찰 인력을 두배, 세배 늘려 불규칙적으로 순찰을 돌게 한다는 것이다. 인력을 늘리고 불규칙적인 순찰을 통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안정감을 느끼고 범죄율 역시 줄어들 것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두 번째 실험은 다음과 같다. 도시의 전 지역의 가정에 경찰들이 일일이 방문하여 깊은 라포를 형성하고자 노력했다. 그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안정감을 느끼고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범죄율을 떨어뜨리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경찰에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마음의 준비는 되었지만 범죄율이 워낙 높은 터라 사람들이 밖으로 돌아다니길 꺼려하고 집안에서도 커튼을 치고 있는 등 폐쇄적인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된 상태가 도시 전체에 만연해 있었기에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인지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실험에서 경찰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내는데 이것이 성공사례로 전국에 퍼져 미국 경찰의 막강한 공권력을 형성하는 씨앗이 되었다.


실험과정은 다음과 같다. 도시 안에서도 특별히 범죄 발생빈도가 높은 구역을 찾아내서 그곳에 특수인력을 파견한다. 특수인력은 다른 어떤 업무도 하지 않고 오직 그 지역 안에서 관찰되는 의심스러운 상황에만 집중한다. 의심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경우가 되었건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에 대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률적 지원을 한다.


결과는 획기적이었다. 실험지역 안에서의 범죄율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20년에 걸친 실패의 경험 끝에 성취한 성공이었으니 경찰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성공사례에 힘입어 미국 전역으로 경찰의 공권력을 인정하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퍼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특수한 상황과 맥락, 즉 위험도가 상당히 높은 지역에서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채 평범하고 안온한 여러 도시에서도 동일한 공권력이 행사됨에 따라 불행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책의 첫 부분에 소개한 샌드라 블랜드 사건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몇 가지 소통의 오류를 해석하며 끝을 향해 달린다.


샌드라와 경찰관은 둘 다 투명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즉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수 없었다는 의미이다. 샌드라는 상대방으로부터 입수하는 정보가 진실이라고 믿는 신뢰를 기본값으로 둔 사람이지만 경찰관은 상대방으로부터 입수하는 정보가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불신을 기본값으로 둔 사람이다. 샌드라의 반항적인 모습,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사실 불안함을 감추기 위함이었을 뿐인데 경찰관은 그것을 불신의 기본값, 공권력에 대항하는 범죄자의 전형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경찰 역시 상대방이 위험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가갔고 여러 차례 경고를 했으나 그때마다 샌드라는 그것을 자신을 위협한다고 느끼고 점점 감정이 고조되는 것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서 우리는 앞에서 이야기한 진실에 대한 기본값과 투명성의 오류가 빚는 비극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경찰이 샌드라를 단속했던 지역은 인적이 드문 시골마을의 한적한 도로였다. 즉 타인을 올바르게 해석해내기 힘든 세 번째 조건에 정확하게 부합한다는 것이다.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할 만큼의 상황이 아닌 곳에서 공권력을 동원하는 행위, 즉 상황 맥락이 맞지 않는 장소였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가 아닌 선량한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처음에 시작할 때 물었던 핵심 질문 두 가지, 1. 우리는 왜 타인의 거짓말에 속는가

2. 많은 정보가 주어질 때 오히려 잘못된 해석을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챕터 3의 투명성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 필연적인데 챕터 2에서처럼 우리는 그것이 진실이라는 기본값을 두고 판단하기 때문이며 챕터 5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맥락에 따라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양한 학술적 근거와 경험적 사례를 통해 소통의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타인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시간을 들여 집중해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더불어 이 책을 읽다 보니 심리학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어떤 학자는 심리학이란 성경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로 대중을 프레이밍 할 수 있는, 다시 말해 권력층의 프레임 양산을 돕는 도구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알아야 비판이든 수용이든 가능할 터이니, 언젠가는 시간을 내어 심리학 분야의 책도 읽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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