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리우스의 출간 일기 (1)
조 권, 임슬옹, 정진운, 이창민 4명의 멤버로 구성된 2AM은 2008년 7월 11일 첫 싱글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게 벌써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의 일이라니! 우리 세대에게는 익숙한 그룹이지만, MZ세대 중에는 2AM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데뷔곡은 '이 노래'였는데, 연습생을 하면서 힘들었던 마음을 담아 만든 노래라고 한다. 여자친구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을 자책하면서 슬퍼하는 가사로, 지금 들어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멤버들의 애절한 감정이 전해져 온다.
줄 수 있는 게 이 노래 밖에 없다
가진 거라곤 이 목소리 밖에 없다
이게 널 웃게 만들 수 있을진 모르지만
그래도 불러본다
니가 받아주길 바래본다
'이 노래'의 인상 깊었던 후렴구는 위와 같은데,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기획 단계에서 이 노래를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흥얼거리며 따라 불러보는 것도 좋겠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간 기획이라는 것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 중에서 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단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내용이 필요하거나 궁금한 사람이 없다면 책은 출간되기 어렵다. 간혹 기획 단계에서 독자층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본인의 전문성을 뽐내기 위해 책을 내려고 하는 전문가들이 있는데, 책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이 글을 쓰는 것은 모래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며, 어찌어찌 성의 모양을 갖춘다고 해도 파도 한 방에 날아가게 마련이다. 미드 프렌즈의 주인공인 로스의 직업은 paleontologist, 영어 발음조차도 낯선 고생물학자이다. 만약 로스가 본인 전문 지식을 뽐내기 위해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들의 특성에 따른 역사적 견해' 같은 책을 출간했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그 책은 날개 돋친 듯이 팔릴까? 그렇지 않다. 차라리 '공룡 대백과 사전 (+스티커북 포함)'을 출간하는 것이 훨씬 어린이 독자를 공략하기 쉬울 것이다.
출간 기획은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이며, 건물을 짓는 청사진과도 같다. 기획이 좋아도 좋은 책이 나오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기획이 엉망인데 좋은 책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을 독자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위의 노래 가사를 다시 한번 빈칸과 함께 음미해 보자.
줄 수 있는 게 ( ) 밖에 없다
가진 거라곤 ( ) 밖에 없다
이게 너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진 모르지만
그래도 써본다
니가 읽어주길 바래본다
책을 출간하고 싶다면 먼저 자기가 가장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와 분야를 생각해 보자.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자세히 알고 있거나, 잘 설명할 수 있는 분야여야 한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부분이나 니즈를 잘 잡아내어, 내가 어떤 식으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이 그저 자기만족을 위해서 글을 쓴다고 말하지만, 막상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내 글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자기 만족조차 이루기 어렵다. 펜을 들거나 키보드를 두드리기에 앞서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기획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