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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트리우스 Feb 07. 2023

먼저, 기획안 작성부터 해보자

센트리우스의 출간 일기 (2)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 특히 열정이 넘치는 N잡러라면 벌써부터 손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MS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을 이미 열어놓았을 수도 있다.


'나도 내 이름이 적힌 책을 출간해야지!'

'이웃 누구누구는 전자책을 팔아 2천만 원을 벌었다던데?'


 성격이 급한 분들이라면 이미 머릿속으로는 전자책을 팔아서 차를 뭘로 바꾸지- 하며 테슬라 가격을 검색하고 있을 수도 있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서 신사임당이나 부읽남처럼 유명해지면 좀 피곤하겠지- 하는 다소 무리한 상상의 날개를 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려 나가기에 앞서 어떤 방향으로 달려야 할지, 어떤 장애물을 통과해야 하는지는 미리 확인하고 가야 할 것 아닌가.




If I only had an hour to chop down a tree,

I would spend the first 45 minutes

sharpening my axe.

나무를 베는 데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내 도끼를 날카롭게 가는데 45분을 쓰겠다.


-Abraham Lincoln-



 에이브러햄 링컨의 명언처럼, 책을 쓸 예정이라면 기획 단계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나만의 기획안을 써 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렇게 작성된 기획안 중 대부분은 살아남지 못하고 휴지통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이번 글에서 다루려고 하는 '기획안'은, 원고가 완성된 뒤 출판사에 투고하기 위해 만드는 '출간기획서'와는 조금 다르다.(출판사에 보내는 출간기획서는 이후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기획안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설득시키는 목적으로 작성하는 글이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다양한 양식이 있지만, 딱히 정해진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획안에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세 가지 항목이 있다.


1. 무슨 주제로 책을 쓸 것인가?


 책 한 권을 채우기 위해서는 한글 프로그램에서 글자크기 10으로 빽빽하게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최소한 70페이지 이상의 분량이 필요하다. 만약 삽화나 그림이 많이 들어가거나, 애초부터 책을 아주 작은 크기 (손바닥만 한)로 제작하는 경우라면 조금 더 분량이 적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단 일반적인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를 쓴다고 하면, 최소한의 분량은 충족시켜야 한다. 


 이렇게 긴 분량의 글을 써 내려간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본인이 할 말이 많은 분야, 익숙한 분야의 주제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강백호 이야기(KT 야구선수가 아니다)를 잠시 했었는데,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가 책을 쓴다고 생각해 보자.


 강백호가 공부법이나 연애 노하우에 대한 글을 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축구나 야구 같은 종목에도 문외한일 테고, 결국 강백호에게 친숙한 분야라고 한다면..


'농구 초보 탈출, 7일이면 충분하다'

'산왕을 꺾은 농구 천재에게 배우는 레이업슛과 점프슛의 모든 것'


혹은


'1대 다 싸움에서 살아남는 법'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이처럼 본인이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주제라고 해도 책을 낼 만큼의 분량을 써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2. 어떤 독자층을 타깃으로 할 것인가?


  예상되는 독자층을 그려보는 것은, 출간을 목표로 하는 작가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다. 어떤 독자층을 대상으로 글을 쓸 것인가? 예상 독자층은 너무 넓어도 안되고, 너무 좁아도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도 곤란하고, '양천구 목동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도 문제가 있다. 여기 김혜남 작가님의 베스트셀러,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의 책 소개를 보자.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해 온 김혜남이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을 담은 책이다.'


 소개만 봐도 당장 주문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마흔 전후, 삶에 지치고 인생을 다시 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타겟팅이 절묘하다! 실제로 '아, 이건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예상 독자층을 고민해봐야 한다.


3. 책의 분야와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


 예상 독자층의 범위를 특정했다고 하면, 이제는 그 사람들이 내 책을 사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독자들이 책을 구매하는 이유는 책의 분야에 따라 다르다. 내가 쓴 책이 소설이라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고, 에세이라면 감동을, 실용서적이나 자기 계발서라면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줘야 한다. 기획안을 작성할 때 내가 쓰려는 책의 분야와 기획 의도에 대해 몇 줄 정도로 정리해 보자. 그러고 나서 본인이 그 타겟층이라고 가정했을 때, 관심이 가는 주제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눈을 돌리다가 책꽂이에서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저는 부동산 경매가 처음인데요!' 책을 예로 들어서, 기획안을 생각해 보자.


<기획안 예시 - '저는 부동산 경매가 처음인데요!'>


1. 주제 : 부동산 경매

2. 타깃 독자층 : 경매를 통해 부동산에 접근해보고 싶지만 막연히 경매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린이들

3. 분야 / 기획 의도 : 경제경영/재테크/투자가이드, 경매를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대해 쉽게 설명하고 실제 경매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게 짧게라도 기획안을 만들어 봤을 때, 본인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서 '오, 그거 괜찮은데?' 이런 반응이 나온다면 그 기획안을 살려서 더 고민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획안을 책 출간까지 이끌어 가는 동안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오, 그거 괜찮은데? 그런데 그런 책은 이미 너무 많지 않을까?'

'오, 그거 괜찮은데? 그런데 네가 그 분야에 그 정도로 전문가는 아니지 않아?'


 이런  경우라면 뒤에 붙어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생산적으로 나아가볼 수 있다.(물론 결국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기획이 엎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본인이 냉정하게 생각할 때 기획안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본인조차 설득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른 주제를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독자들은 냉정하고 또 솔직하다.


2023.2.4. 센트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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