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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트리우스 Feb 08. 2023

책 쓰기에서 목차의 중요성

센트리우스의 출간 일기 (3)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저금통을 뜯어서 나온 동전을 은행에 가져가면, 자동 계수기에서 종류별로 분류가 되고 금액도 자동으로 합산이 된다. 물론 은행이 너무 바쁠 때 방문하는 것은 피해야겠지만, 한가한 날에 주거래은행에 방문한다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동전을 분류하고 통장에 저축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돼지 저금통을 뜯으면 일단 수작업으로 종류를 나누는 것부터 했었다. '500원짜리가 왜 이것밖에 없지?' '10원짜리는 또 왜 이렇게 많아-' 손에 쇠 냄새가 나도록 분류하고 나서는 10개씩 줄을 세워서 대략 얼마 정도인지 세고 나서 은행에 가져갔었다. 물론 고생스럽게 분류한 것 치고는 금액이 얼마 되지 않아 실망할 때도 많았다. 퍼즐 맞추기도 동전을 계수하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는데, 1000피스짜리를 쏟아놓고 번에 맞추려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늘이면 하늘, 사람이면 사람 비슷한 부분들을 분류해 놓고 맞추다 보면 조금씩 실마리가 풀려가곤 했었다.


 책의 주제가 정해졌다면, 책 쓰기의 다음 순서는 목차를 만드는 일이다. 물론, 처음 만든 목차가 최종적인 목차로 그대로 가는 일은 잘 없으며 글을 쓰면서 크고 작은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목차는 책의 뼈대와도 같으므로 본격적인 내용을 집필하기에 앞서서 책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전을 분류하고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내가 가진 내용을 정리해서 책의 흐름에 맞게 정리하는 과정이 바로 목차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목차를 만들 때 팁이라면, 책의 예상 독자를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그 사람에게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직접 설명한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본업 외에도 부업으로 스터디카페를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만약 내가 스터디카페 창업에 대한 글을 쓴다고 생각해 보자.


 '스터디카페 창업 노하우'라는 주제의 책이라고 했을 때 (가정이므로 물론 이 책이 잘 팔릴지, 얼마나 관심 독자층이 많을지는 논외로 하자-) 실제로 내 주변의 사람들이 많이 물어봤던 질문들을 바탕으로 뼈대를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PART 1. 무인 스터디카페로 월 ㅇㅇ원 법니다

    1) 월 ㅇㅇ원이라니, 진짜 무인으로 운영이 가능한가요?

    2) 자고 있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온다!

    3) 무인 매장 중 스터디카페를 선택한 이유


PART 2. 창업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

    1) 스터디카페에 적합한 입지 조건

    2) 화장실 이용이 편해야 한다

    3) 임대 계약 시 주의해야 할 점

    4) 인수 or 신규 창업


PART 3. ....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 목차이다. 위의 내용들은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들이 스터디카페를 운영한다고 하면 물어보곤 하는 질문들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도 있고, 실제로 내가 창업을 하면서 고민했던 부분들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목차를 쓸 때,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다는 느낌으로 쓰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이다.


책은 읽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괜히 책이 마음의 양식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판매를 위해 제작된 책이라면, 읽는 사람에게 그 책 비용 정도는 아깝지 않도록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서점에 깔려 있는 대부분의 책들이 그렇다)


 목차를 쓰고 나면, 작은 꼭지가 보통 20~30개 정도는 생기게 되는데, 이렇게 윤곽을 잡아 놓고 나면 차근차근 한 꼭지씩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나가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어 있는 원고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첫 책을 쓰면서 꼭지당 A4 기준 2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쓰려고 노력했다. 물론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가급적 꼭지당 분량이 너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이 좋다. 독자가 책을 읽는데도 흐름이 있어서, 적당한 분량으로 한 꼭지의 내용을 전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도움이 될만한 팁이라고 한다면, 자기가 쓰고자 하는 주제와 비슷한 책을 여러 권 놓고 그 책의 목차를 살펴보는 것이다. 물론 다른 책의 목차를 그대로 가져와 베끼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출간된 책들은 작가의 노력이 담겨 있으며, 편집 과정에서도 윤문과 교열을 거쳐 최종적으로 컨펌이 난 원고이기 때문에 목차의 배치와 단어 하나하나까지도 신경 썼을 가능성이 높다.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어차피 주제가 다른 이상 그대로 쓸 수도 없다) 목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시간을 내어 곰곰이 내가 쓸 책의 목차를 고민해 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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