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히 가라앉고 싶던 어느 날의 기억
몇 년도 더 지난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생생한 기억
그 당시 나는 침잠돼있었다.
슬픈 것도 아니었고,
힘든 것도 아니었고,
무기력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마음 깊숙한 곳에 잠기고 있었다.
침잠을 넘어 거의 침수될 뻔했던 그 순간.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건 겉보기엔
이미 죽어버린 나무였다.
죽은 나무는 자신의 마지막 생명을 다해 종이가 되었고
검은 잉크는 그 위에 내려앉아 활자가 되었다.
그렇게 죽은 줄 알았던 나무는 글자를 만나
보는 이마다 다른 생각을 품게 하고,
다른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생명을 지닌 하나의 존재가 되었다.
표면적으론 죽어있었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강인한
생명력과 의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오랜만에 내 안에 조용한 파문이 일었고,
그게 날 다시 이 세상 위로 떠오르게 했다.
언젠가 나는 또다시,
깊은 물속으로 향할지도 모른다.
그때가 오면 다시 한번,
그 아이를 붙잡아볼 생각이다.
다시, 죽은 나무를.
그리고 지금,
어디선가 침잠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조용히 죽은 나무를 붙잡아보길 바란다.
그 잉크 몇 줄이,
당신을 아주 조용히 꺼내줄지도 모른다.
그 어떤 걸로도 채워지지 않던 위로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오늘의 향 추천 – 주제: 침잠하다
▼ 추천 향기:
Black Tea & Neroli (블랙티 & 네롤리)
▼ 추천 이유:
블랙티의 부드럽고 깊은 쌉쌀함은 마음의 침잠을,
네롤리의 은은한 플로럴은
다시 떠오르는 희망을 떠올리게 합니다.
가라앉되, 무너지지 않는 감정을 이 향이 잘 품고 있어요.
▼ 오늘의 질문
언제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다고 느끼시나요?
또 그때,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다시 끌어올리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 침잠의 결이 우리에게 닿을지도 몰라요.
월·수·금 아침 8시,
세 편의 이야기를 한 병의 향수처럼 당신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