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산을 두고 온 날의 기회
마른 장마가 계속된다.
말도 참 묘하다.
장마면 장마지, 마른 장마라니.
덕분에 우산은 제 기능을 잃고
양산으로 쓰이는 날이 더 많다.
그런데 꼭, 우산을 두고 온 날이면
햇빛이 유난히 독하거나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준비성 없는 나를 탓하며
혼잣말을 내뱉는데,
문득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우산을 두고 온 날 비가 오면
그냥 맞으며 웃었다.
빗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게
왠지 자유롭고 즐거웠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비는 피해야 할 불청객이 되었다.
호다다다닥,
비를 피해 서둘러 뛰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비가 언제부터 이렇게
기피 대상이 되어버렸을까.
어린 시절의 비는
분명 놀이감이었는데.
우리 아이가 빗속을 달리면
나는 과연 같이 뛰어줄 수 있을까.
아니면
“안돼! 들어와!”
단호히 외치는 어른이 되어버릴까.
다시 동심을 찾아
비를 반갑게 맞아보고 싶다.
우산을 두고 온 날이
아쉬운 게 아니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비와 함께 웃고 달리는
내 안의 아이를 만날 수 있기를.
◈ 오늘의 향 추천 – 주제: 마른 장마
▼ 추천향기:
히아신스 (Hyacinth)
▼추천 이유:
히아신스는 비가 그친 뒤의 공기처럼
서늘하면서도 은근한 단내가 나는 향입니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여도 마음속에 숨겨둔
동심과 설렘을 깨워주는 듯한 기운이 있죠.
빗방울이 스며든 길 위에서,
아이처럼 뛰고 싶은 마음과
어른으로서 서 있는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에 잘 어울립니다.
‘마른 장마’라는 풍경과 꼭 닮은,
촉촉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잔향이 오래 남습니다.
◈ 오늘의 질문
마지막으로 비를 맞으며 웃어본 건 언제인가요?
비가 내릴 때 당신 마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월·수·금 아침 8시,
세 편의 이야기를 한 병의 향수처럼 당신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