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난 종교가 없다.
시어머니는 불교에 가까운 듯하나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인 무속신앙을 가지셨는데.
그 믿음이 자신을 이롭게 할 경우,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전파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아끼는 저식들에게, 안 그래도 되는데 말이죠.
내가 임신했었을 때, 장례식장에 갈 일이 있었던 남편은 바로 귀가할 수가 없었다. 귀신이 붙어올 수 있으니 사람 많은 곳을 거쳐서 소금을 뿌린 후 왼발인지 오른발인지부터 넣고 들어와야 했으니. 난 '뭣이 중헌디'를 중얼거렸고.
새 차를 사면 말린 북어와 막걸리로 간단한 제를 올린 후 뿌리면서 냄새를 피우는 바람에 인상을 찡그렸다.
이사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손없는 날'에 해야지, 그냥 했다간 아주 재수 없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이사했을 때의 일이었다.
이사와 옆집에 시루떡 돌리는 문화는 코로나로 인해 부담스러운 세상이 되었음에도 시어머니는 아침부터 떡집에 가셔서 김이 펄펄 나는 떡을 한 상자 해오셨다.
이삿짐을 나르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며느리 상태이다 보니 챙겨드리지도 못하고 있는데, 뭘 하는지 혼자 분주하셨다.
지켜보노라니 방마다 다니시면서 시루떡과 막걸리를 따라놓은 후 기도를 올리셨다. 새 집인데 방마다 떡부스러기와 막걸리 냄새가 가득하더란 말이다. 하하하...
이삿짐센터 직원분들까지 얽혀 아수라장이 된 현장 속에서 정신줄을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는데.
'전설의 고향'이 종영한 지도 수십 년이 지난 마당에 이 무슨 비과학의 횡포란 말인가!
부모님들에게 불만을 토로해 봤자 안 바뀌신다는 걸 체감했기에 마음을 비우고 보니 한편으론 참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무릎이 많이 아프신 연세에도 아침부터 무거운 떡을 주문해 끌고 오는 정성, 굳이 방마다 돌면서 빌어주신 건 자식, 손자, 며느리 무탈하라는 바람 때문이잖은가.
날 위해 빌어줄 사람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임엔 분명했다.
어쨌거나 시어머니의 샤머니즘 덕인지 무탈하게 지내고 있는데...
이상한 일은 감사한 마음이 늘어나면서 나도 종종 샤머니즘스러운 말을 내뱉는다는 것이다.
'조상신이 도왔나 보다', '수호신'이 어쩌고 같은 말들.
시어머니에게 동기화된 것인지, 가장 오래된 종교인만큼 DNA에 새겨져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일상이 지루할 틈이 없다.
이왕이면 냄새피우지 않는 샤머니즘이 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