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쯤 되면 회사생활하는 이들은 셋으로 나뉜다.
잘렸거나 나와서 회사를 차리거나 공무원으로 버티거나.
여자라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기업에서 버티는 일은 만만치 않은 듯하다.
내 또래의 살아남은 이들은 부장급 이상, 요기고 저기고 간에 공통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바로 "요즘 애들 왜 이래?"인데.
뭘 시키면 전문용어로 '유두리' 없이 딱 그것만 하는데, 모르는 게 있으면 알아서 파는 법 없이 쪼르르 와선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하나하나 묻는단다.
오호라, 요즘 친구들은 똑똑하니 잘못했다가 시간낭비, 노력낭비하는 일 없이 목표에 닿으려면 그게 좋겠군, 싶다가도.
'라떼'는 선배가 무섭기도 하고, 물어봐도 핀잔이나 듣기 일쑤어서 어떻게든 알아서 해내려고 애썼다. 그러다 엄한 곳을 파는 바람에 다시, 다시! 하다가 열받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 배우는 것들도 있었다.
도움받다 친해지는 동료, 애쓰는 게 딱했는지 도와주는 선배도 생겼고.
지나고 보니 2000년대 초반까진 회사라는 조직이, 보스가 책임지고 같이 가는 시대의 끝물이었던 것 같다.
퇴근시간 안 따지고 주말출근도 불사하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질주했었던. 프로젝트 완수 후 같이 맛집 가고, 술 마시면서 서로 실수도 했었던 시대.
같이 마음 맞던 선배나 보스가 다른 곳을 가면 따라가는 패밀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열정과 이동이 많았던 영화판에서 회사를 다녔기에 그런 점이 더욱 도드라졌던 것 같다.
요즘은 회사가, 선배가 날 책임져주는 것도 아닌, 각자도생의 시대.
대신 커피심부름도, 귀찮은 회식도, 눈치 보는 퇴근도 없는 깔끔하고 효율적인 느낌이다.
부럽기도 하면서 너무 인간미가 없는 게 아닌가...?라고 묻는다면 어이없어하면서 받은 만큼 일하고 퇴근 후의 삶이 있는 인생을 살겠다고 다들 입을 모을 것이다.
변덕 심한 내가 10년 이상이나 한 분야에서 버텼던 것은 힘들어도 같이 버티는 동료애, 같이 가자는 선배, 보스가 있었던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둔 지 오래된 지금, 그것의 가치를 묻는다면, 그래봤자 다 의미 없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 했던 나 자신'이 남았다.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지금도 다시 달릴 에너지를 얻는다. 나와 같았던 사람들이 떠오르고, 포기하고 싶지 않은 용기도 생긴다.
물론 회사생활을 너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허나 수동적으로 시키는 그것만, 그 아우트라인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겠다는 효율적 태도가 정말 똑똑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회사생활하는 재미가 있을까?
어차피 누굴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날 위해서 사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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