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을 없애고 싶다

by 선홍


우리가 먹고살려면 누군가는 밥을 해줘야 한다.

집에서 밥을 해주는 사람의 대부분은 ‘엄마’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엄마의 레시피’, ‘엄마가 한 집밥 같은 음식‘ 등등

엄마와 음식을 떠올리면 마음 한편에

따뜻한 조명이 탁 켜지는 기분인데.


문제는 내가 엄마가 되면서 그런 수식어가 마음에 들지 않고,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치열한 대학입시, 역시 치열한 회사 취업, 결혼하고 애 낳아 키우면서 바쁘게 먹고사는 동안

요리 배울 정신이 있었겠는가.


그런데 여자의 DNA속엔 원래 요리 유전자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대뜸 '음식 만들기 과업'이 주어지는 것이다.

물론 그런 유전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나에게는 없다!


요리는 원래 정성이 든다.

흔해빠진 된장찌개 하나라도 끓이려면 얼마나 많은 재료들이 널브러지는지 아는가.

된장, 고춧가루, 애호박, 두부, 요리에센스 등등

벗겨진 껍질들과 뚜껑 열린 병들이 줄줄줄…

내 뚜껑도 열릴즈음,

만드는데 20분 걸렸다 치면 먹는덴 단 5분 컷!

쌓여버린 음쓰와 더러워진 그릇들만이 먹었던 흔적으로 남는다.


제일 쉬운 된장찌개가 이 지경인데 다른 건 말해 뭐 해.


식구들 먹을거리니 그 와중에 재료 하나하나를 깨끗이 씻으면서 하는 것도 고역.

이러니 대량의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식당에선

청결이 집밥만 못할 수밖에 없다.

내겐 식당의 간도 너무 세고 짜다.

귀찮다고 매일 사 먹다간 병원신세를 질지도 모르잖나.


남편도 아이도 돌아가면서 밥당번을 하면 좋겠는데,

재료 구입부터 설거지까지 아어지는 긴 세리머니 속에 낭비가 없으려면 한 사람이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니 이를 어째.

런저런 이유로 요리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으니.


물론 밥과 국, 반찬까지 빛의 속도로 해내는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다. 집 근처 반찬가게와 ‘홈쿡’ 같은 반조리식품 가게가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식당이고 반찬가게고 간에 음식 만드는 수고를 줄여주는 모든 업체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친정엄마가 정말 몸이 아프시구나를 절감했던 것도

요리를 끊으셨을 때부터였다,


먼 친정에 도착하면 내가 좋아하던 생선구이부터 내주시던 엄마, 내가 이 나이 먹고도 다시 응석 부리는 아이가 되는 순간은 그 이후로 없었다.

돌아가실 때까지 힘들어서 음식을 못하셨던 것이다.


요리는 그랬다. 나보다 남을 위할 때 가능한 것이었음을.

혼자 사는 부모님들 백이면 백, 음식 안 해 먹으실걸?

그런 수고를 남편, 자식들 배부르게 먹이려는 마음에 기꺼이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해주는 밥을 먹고사는 복을 누리고 있다면

상대에게 감사하길 바란다.

제발 표현해 주면 더욱 고맙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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