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예쁘게 할 수 없어?"
어느 날 남편이 그렇게 말했다.
뭐래? 내가 얼마나 신경 쓰면서 말하는데,
남동생이 서울에서 내가 내뱉는 대사 들으면 토 나올걸?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자랐던 부산은 여자가 너무 애교 많으면 찍히는 곳이었다. 진짜라니까요? 욕으로 애정표현하는 곳이라고요.
예를 들어 "이 문디야, 그동안 와 연락이 없었노?"라고 물을 때 '문디'는 문둥이를 낮춰 부르는 좋지 않은 표현이다.
친한 친구에게 문둥이라니, 이 무슨 망발인가, 그런데 친할수록 더욱 친함을 돋보이게 해주는 단어란 말이다.
여자친구들 중에 애교 부리는 애가 있으면 '지랄하네'라고 간결하게 정리해 주었고. 이렇다 보니.
서울태생인 남편에게 친하다고 굴었던 대사들이 거슬렸었던 모양이다. 어떤 말 때문인지 난 전혀 추측조차 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하면 잘 기억이 안 난단다. 어쩌라고.
전반적으로 배어있는 톤이나 말할 때의 표정이 문제일까.
여하튼 가해자는 잘 모르는 법.
그래서 화가 날 때 '이 인간'이라는 말 대신 '여보', 심지어 어쩌다 '여봉'이라고까지 불러보았다. 혀가 말리는 것 같았다.
화가 날수록 높임말을 섞어보았다. 이러다 내가 화병이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참고 반복학습을 해보았더니 어라,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이도 나아지고, 무엇보다 살면서 해보지 않은 부드러운 말을 뱉을 때의 재미도 있었다.
최근엔 말 좀 예쁘게 하란 말 들은 적 없으니 효과를 본 건가, 상대가 포기한 건가.
나도 남편에게 도돌이표처럼 뱉는 불만이 있었다.
바로 "내 말 좀 들어줘"인데.
머릿속이 분주한 사람이라 그런지 내가 하는 말을 안 듣는 티가 역력할 때가 많았다. 그게 그렇게 서운해서 버럭.
따지고 보면 남편이 내 말을 잘 들어주면 말도 예쁘게 나올 것 아닌가. 돌고 도는 인생.
내 말을 안 듣는 것은 나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서 그렇다,라는 극단적인 판결로 이어졌다. 그래서 서운했던 것이다. 그러면 남편 또한 이해 못 하겠단 표정으로 쳐다보겠지.
부부사이엔 사랑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나는 사랑보단 공감이,
남편은 사랑보다 예의가 중요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