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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무거운 모성애 신화

by 선홍


저는 1일 1 혼카페하면서 자기계발한다고 말씀드린 적 있습니다. 카페는 시간대에 따라 찾아오는 손님층이 다양했어요.

특히 오전에는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낸 후 엄마들끼리 티타임을 즐기는 손님들이 항상 있었죠.

저는 일하는 엄마라서 일처리 부족하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엄청 바쁘게 살았기에 오전에 티타임을 갖는 엄마들을 보면 부러웠습니다.

그 엄마들은 회사라도 가서 집안일에서 해방되고 싶어 할지도 모르지만요.


아이 키우는 일은 실제 겪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중노동에 가까웠습니다.

거기에 아이 관련, 집안 행사관련해 챙겨야 할 것들은 어쩜 그리도 많은지.


저는 애가 임원이 될까 봐 솔직히 두려웠어요.

회사일이 항상 많아 학교에 불려 가면 회사 눈치가 보여 전전긍긍. 실제로 애가 임원을 해버렸을 때(?) 다른 엄마들에게 못 가서 미안하다는 변명을 자꾸 하느라 눈치 보여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려야 했죠.


그 외에도 학교 발표회, 담임교사 상담, 운동회, 특히 힘들었던 녹색엄마 등 참석해야 일이 많았습니다.

중, 고등학교 가면 초등학교 때보다 갈 일이 줄었지만 학교 시험감독, 담임교사 상담 등 여전히 일하는 엄마에게 부담스러운 임무는 이어졌어요.


그렇게나마 학교를 찾아가면 집에서와 다른 아이들의 학교 일상을 엿볼 수 있었기에 되도록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평소에 부족한 엄마니까 내가 가야지, 하는 생각에 남편에게 가달라고 하지 않았고, 실제 학교 행사에 가보면 여전히 90프로는 엄마들뿐이라 남편이 가면 많이 불편할 것 같았죠.

엄마라는 잣대가 유독 한국엄마에게만 엄격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




한때 누군가의 음모로 '엄마는 위대하다'는 모성애 신화가 만들어진 건 아닌지 의심한 적이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대가족제도가 있었고, 마을공동체가 있어서 같이 아이를 돌봤지만 이젠 초초핵가족사회가 됐는데,

사회나 국가가 나눠줘야 할 짐을 오로지 '위대한' 엄마들에게 몰아버리는 건 아닐까요.


저 또한 그 신화 때문에 혼자 거대한 짐을 지고 사는 것 같아 울고 싶은데, 어디다 하소연도 하지 못했어요.

애가 아파도, 공부를 못해도 다 엄마 탓으로들 생각하더라고요.

한국의 위대한 엄마들 열전에 눌려 내가 한심한 엄마라서 그렇다는 자책만 계속 했었죠.


회사눈치, 아이학교 눈치 보느라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으니 여자들이 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안 하는지 알만하지 않습니까?


일하는 엄마든 가정주부든 엄마, 아내라는 타이틀에 질식하지 않으려면 나와 대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급류처럼 빠른 삶에 빠져 익사할지도 모르니까요.


아무리 바빠도 나를 잊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일기를 써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저에게는 '예술일기'가 그런 생존수단인 셈이지요.

자책하는 엄마들이 줄어드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빌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카페 '오캄'에서 예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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