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배우자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

아이들과 결혼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역시나 요즘 애들은 결혼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 하나 책임지기도 힘든데, 결혼이라니, 너무 큰돈도 들고 말이죠.

자식이 배우자감으로 어떤 사람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아무에게도 터놓지 않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돈 많고 잘생긴 사람, 특히 나보다 조건이 월등하게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면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좋았던 조건이 사기였거나 돈 많은 시댁에 잘 보이려고 굴욕을 겪거나 잘생긴 남편의 바람기로 고생하는 일이 주변에도 꽤 많고, 뉴스가십에도 종종 등장하죠.

요즘은 다들 똑똑해서 그런지 결혼을 계산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계산이 안 맞는 걸 귀신같이 알아채서 결혼을 안 하려고 하나봐요. 맞아요, 계산하면 답이 안 나옵니다.

결혼 때문에 내가 열심히 쌓아온 커리어, 취미생활, 자유가 한방에 날아갈 수도 있는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사람 마음이 변하더라고요.

점점 사는 일이 만만치 않았고, 거친 세상살이에 내 편 하나는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결혼은 싫지만 이왕 할 거면 따지지 말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으로 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러다 같은 업계의 남편을 만나서 지금도 일 얘기, 업계지인들 얘기를 나눕니다.

물론 '남의 편이 남편'인 순간도 많았죠. 이 인간이...! 하는 순간들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되고, 내 치부를 드러내도 되는 사람이면 배우자로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긴긴 세월 살면 좋았던 조건은 나빠지기도 하죠.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나이 들어 외모가 변하니까요.

그럴 때마다 이혼하는 게 답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각각의 다양한 사정이 있으니 말이죠.

시어머니가 하시는 말 중에

'딸밥은 서서 먹고, 아들밥은 앉아서 먹고, 남편밥은 누워서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딸 집에 가서 먹는 건 사위가 의식되고, 아들밥 얻어먹는 것도 불편함과 미안함이 있으니 남편밥이 제일 편하다는 뜻인 것 같아요.

조건을 너무 따지는데 그런 편한 상대를 만날 수 있을까요? 상대도 바보가 아니므로 그러한 내 조건을 따지고 있겠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결혼에 너무 주판알을 튕기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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