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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비소'를 아십니까
by
선홍
Nov 10. 2023
저는 질투가 많으면서 자신은 잘 믿질 않아 사는 게 참 피곤했어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날씬하고 예쁠까, 뭘 먹으면 저리 몸매가 글래머러스할까, 재테크를 어떻게 배웠길래 돈이 많을까, 애교는 타고 난 걸까, 어떻게 저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나 등등 부러움이 전문용어로 '천지삐까리'였습니다.
그럴수록 자신은 점점 쪼그라들어 사라지기 일보직전이었죠
. 사실 남들이 보기엔 자신감이 많아 보이는 편이었지만 속으론 그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단골미용실 원장님이 하는 말을 듣고 뭔갈 깨닫게 됐는데요.
몸매 콤플렉스가 많은 제게 바지핏이 너무 잘 어울리고 날씬해 부럽다는 겁니다. 통짜 허리라 원피스를 입으면 못나 보여 바지를 자주 입었거든요.
또 제 손목이 너무 가늘어 부럽다, 자긴 손목이 굵어 콤플렉스라고 하기에 봤더니 저랑 별 차이도 없고,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였습니다.
아, 어리석은 건 나뿐이 아니었구나...
원장님은 내게 동질감과 고마움, 깨달음까지 줬어요. 남이 가진 게 더 좋아 보이는 어리석음.
타인과 더불어 사는 한 비교는 멈출 수 없습니다. 그럴수록 나에게 집중하는 게 현명한 일인 것 같아요.
통짜허리면 바지를 입으면 되지, 어울리지도 않는 원피스를 입고 못나 보인다고 남을 부러워하며 살았네요.
불교에 '비대비소'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니다, 일체는 공한 것이니 집착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라는 뜻인 것인 것 같습니다.
내가 누굴 부러워하듯 누군가는 나를 부러워하겠죠. 그 누구도 못생긴 것이 아니고, 재능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매스미디어나 타인의 기준에 휘둘려사는 삶에서 벗어나 더 큰 시야로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쓸데없는 것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카페 '커피스토어'에서 예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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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 기획 PD 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퇴사 후 글짓고 밥짓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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