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그 시대 카페 핫플은 종로였습니다
by
선홍
Nov 8. 2023
저는 '예술일기'를 거의 대부분 카페에서 씁니다.
카페는 저에겐 강제성 없는 직장이고, 영감을 얻는 곳이며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입니다.
1일 1 혼카페를 하니 자연스레 카페에 대한 관심이 커졌죠.
제 몸의 피와 살은 카페인과 베이커리류 디저트로 이루어졌을 겁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달콤한 스콘과 블랙커피와 함께하는 중이죠.
자연스레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커피를 마신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졌습니다.
대부분 고종으로 알고 있겠지만 그보다 10년도 전에 외국 선교사를 수행했었던 한국인이 최초일 거라고 추측하네요.
정동에 가면 ‘국내 최초 바리스타’라는 ‘미세스 손탁’과 고종에 관련된 커피 역사가 있습니다.
고종이 프랑스 태생, 독일 국적이었던 손탁 여사에게 하사한 ‘정동화옥’이 ‘손탁 호텔’이 되고, 외교관들을 맞는 영빈관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일본으로부터 ‘국권 수호하려는 커피 프로젝트’를 펼치려고 말이죠.
손탁 호텔 안의 ‘정동구락부’라는 레스토랑이 핵심 공간이었는데, 이들의 의도를 눈치챈 일본이 손탁 여사를 추방한 이후에도 고종은 목숨 걸고 계속 이어나갔다고 하네요.
그러던 고종이 갑자기 식혜를 마신 후 돌아가시자 일제에 의한 독살설이 퍼져 3.1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합니다
.
논외로 ‘정동구락부’는 현재 이화 여고 위치로 추정되는 것 같아요. 카페에 대한 궁금증 덕에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커피가 연관되어 있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
한국에 처음 다방을 차린 사람은 다름 아닌 일본인으로 1909년에 열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처음 다방을 연 이는 1927년 영화감독 이경손으로 '카카듀'라는 이름이었다고 해요.
우리가 잘 아는 시인 이상도 1933년 청진동에 그 유명한 '제비'라는 다방을 열었습니다.
극작가 유치진 등 문화예술인들이 줄지어 다방을 열었던 시절 핫플은 홍대나 성수동이 아니라 남대문, 종로 일대였던 것도 흥미롭네요.
프랑스 계몽 사상가들이 카페에 진을 치고 앉아 일반인들과 혁명에 대한 기운을 키워 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조선 지식인들이 식민지 시절에 차린 곳이 바로 다방이었던 거죠.
지금은 ‘마담’이니 ‘티켓’이니 하는 과거 용어와 낡고 촌스러운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다방이 탄생할 땐 지식인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
그로부터 10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한국은 이제 커피시장 세계 3위, 단위 면적당 카페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조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커피시장의 큰손답게 커피만 마실게 아니라 커피, 카페에 대한 역사를 공부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하루에 잠깐 향기로운 커피 타임 갖는 여유를
잊지
마시길
빌며.
성북동 카페 '몰린다'에서 예술일기
keyword
카페
종로
커피
22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선홍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엄마 맘대로 어디 가노
저자
영화계에서 기획 PD 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퇴사 후 글짓고 밥짓는 중입니다.
구독자
269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혼코노의 맛
'비대비소'를 아십니까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