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일색이던 나뭇잎이 노랗고 붉은 화장을 시작할 때쯤, 가을은 제 입에서 흥얼흥얼 콧노래를 뽑아냅니다.
정취에 빠져들거나 반대로 가슴에 응어리가 맺혀 소리치고 싶을 때 어떻게 푸시나요?
감정을 모른 척하지 않기로 한 후 그런 신호가 오면 저는 코인노래방, '코노'로 혼자 설렁설렁 갑니다.
일명 '혼코노족'인 셈이죠.
처음엔 코노가는 게 어색하고 불편했어요.
'라떼'는 친구만남이든 직장회식 뒤풀이든 노래방에서 목이 터지도록 불러대야 자리가 끝났어요. 습관처럼 남의 노래에 맞춰 탬버린을 흔들고, 코러스를 넣던 시절, 다들 기억하시죠?
혼자 덩그러니 좁은 새장 같은 코노에 처음 갔을 땐 이보다 썰렁할 수 있는가 생각했었습니다.
둘이 들어가기엔 좁아 혼자 놀기에 딱인 공간이었는데, 혼자 놀기의 달인인 제가 놓칠 순 없었죠.
시간제로 할지 곡수로 할지 원하는 대로 정하면, 각방에서 결제까지 가능한 곳도 있어 목청껏 감정을 뿌린 후 아무도 만나지 않고 나올 수 있는 신기한 공간이었어요.
그 가벼움에 물들기 시작했는데요.
남이 부르는 사이 휴식할 새가 없었기에 연달아 6곡을 부르고 나면 목이 칼칼해졌습니다.
개인주의성향이 강하고, 주머니 가벼운 젊은 친구들이 가기에 좋은 곳이다 보니 내가 부르고 싶은 90년대 곡을 부르기엔 좀 민망했어요. 방음이나 마이크 성능이 노래방보단 떨어져서 내 노래가 들리는 게 신경 쓰이더라고요.
초기에 민망했던 부분들이 아무렇지 않게 되면서 어색하게 '아이브', '블랙핑크' 노래를 부르는 것에서 편하게 이문세, 부활의 곡들을 불러댔어요. 그 시절의 감성적인 곡들이 20대로 돌아간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잔나비', '아이유'의 노래도 그 시절 감성이 느껴져서 그런지 자주 부르게 됩니다.
'잔나비'의 보컬인 최정훈이 무명시절 때, 60년대 같은 과거노래를 좋아하는 취향이었으나 주변에서 그런 건 촌스럽다, 트렌디한 곡들을 따라 하라고 조언해 유사한 앨범을 만들었다가 실패했던 경험을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결국 자기들 취향을 따르기로 결심한 끝에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같은 명곡들이 쏟아졌죠.
개인의 다양한 취향을 인정하는 요즘, 더 세련되고, 더 트렌디해 보이는 남의 걸 쫓는 어리석은 짓은 그만두고 싶습니다. 클래식만 깊이가 있고 트롯에는 없나요? 트롯이든 드라마주제곡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취존 하다 보면 내가 누군지 알게 되지 않을까요?
반백살인 지금도 나를 찾는 여정 중입니다.
6곡에 3000원', 카드 한 장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오늘도 코노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