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대학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입시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 같다.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를 나만 계속 풀고 있는 기분이 드는데, 이런 학부모는 진정 나뿐인 건가.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것이지,라고 일관되게 수동적으로 태도를 견지했던 나지만 입시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은 초등학생 때부터 열심히 달려온 아이의 인생 성적표라도 받는 것처럼 긴장되었다. 실패해도 괜찮은 여유가 없는 사회, 성장이 고점에 다다르고, 취직할 기회가 줄어든 사회를 살 아이의 첫 관문이 대학입시다 보니 그 중요성은 세월이 이렇게 흘렀어도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 실제 겪어본 느낌은 되려 더 심해진 것 같은데.
첫째의 2022년 불수능은 ‘바보엄마’에겐 너무나 버거운 숙제였다. 무사히 치른 후에 느껴졌던 해방감을 느낄 새도 없이 둘째가 고1이 되고 말았다. 자녀의 대학입시를 한 번만 치러도 되다니, 외동을 둔 엄마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는. 또 한 명의 예비 고3 수험생이 기다리고 있을 미래가 너무 기대되어 덩실덩실 춤이라고 추고 싶다.
해마다 바뀌기까지 하는 입시제도가 올해부터 또 변화가 예상된다. 한 발 앞서는 엄마가 아니라 뒤따라가는 엄마다 보니 아이에게서 듣는 정보가 다인 상황에서 나를 비롯한 다른 학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뭣이 중한지’를 가늠해보려 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수시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내용이 대폭 축소되는 모양이다. 성적을 위주로 하는 ‘교과’ 말고 봉사활동, 대회 수상경력 등이 중요했던 ‘비교과’ 항목의 반영이 거의 없어지는 것 같다.
학교 수업, 학원을 다니는 것만 해도 힘들어 보이는 아이들이 점수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고, 각종 대회 준비, 독서활동, 동아리 활동까지 해내야 하는 것은 지켜보는 것만 해도 스트레스였는데 잘됐다 싶었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이 좋아 보이는 것만큼 안 좋은 것도 따라오게 마련이겠지만.
아무래도 성적이 가장 중요해질 것이고, 개인적인 느낌으론 수시가 점점 정시와 비슷해지는 것 같고, 그러다가 결국 우리 때처럼 학력고사나 수능만 치르는 것으로 바뀌는 건가?
아, 모르겠다. 이제 와서 그렇게 돼도 문제, 안돼도 문제… 어느 방향으로 가도 확실한 건 입시에 대해선 말도 많고 탈도 많을 것이란 점이다.
비교과 활동에 대한 부담이 줄면 당연히 성적의 중요성이 커질 테다. 내신 성적의 중요도는 말해 뭐해, 그중 ‘교과학습 발달사항,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일명 ‘과세특’, 혹은 ‘교과세특’)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한다. ‘바보엄마’는 또다시 멍해지기 시작하는데.
‘과세특’은 그야말로 선생님들의 중요성이 커서 아이의 수업태도, 성실성, 독서활동, 발표할 때의 적극성, 주도성 등을 바탕으로 판단해 학생부에 기재하게 된다.
선생님들이 실질적으로 그 많은 학생들의 면면을 다 기억하긴 불가능할 것이고, 성적순대로 잘 적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인터넷의 정보도 읽었다. 적극성이 뛰어난 아이라면 발표나 질문으로 교사에게 임팩트를 줄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그러기 힘들 것 아닌가.
대학이 전공적합성을 판단할 때 보는 과목도 ‘국, 영, 수’가 우선일 테니 결국 중요한 것은 성적이란 말씀.
뭔 당연한 얘길 하느냐고 묻는 분이 있다면 성적만큼 아이들이 비교과 활동에 쓰는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시는 분일 터이다. (아, ‘바보엄마’도 잘난 척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니 기쁘다)
고1 때 가고 싶은 전공을 정한 아이들은 집중해서 학생부를 쌓아나가면 되니 유리할 것 같다. 다만 그 선택이 흔들리지 않고 고3 때까지 갈 수가 있을까? 흔들리지 않는 것이 맞는 걸까?
고1 때 정했다면 그보다 더 어린 나이였을 때 전공을 정했다는 말인데, 그 나이에 어떻게 자기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가 있었을까. 다들 알다시피 맞는 전공, 직업이 뭔지, 대학을 들어오고, 졸업 후 입사한 다음에도 계속 되는 고민 아니었던가.
내 생각에 어린 나이에 정한 전공은 어른의 추천이나 네이버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첫째의 경우도 희망 전공학과가 생명공학, 약대에서 시작해서 결국 문과의 인문계열로 귀결되었으니 - 다 본인이 백퍼 희망한 것 - 어마어마한 통합형 영재를 낳은 것이 아닌가 싶다. 실상은 대학에 입학한 지금도 자신에게 적합한 과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현실.
젊음의 특혜는 ‘뻘짓’에 있다고 본다. 고로 고1 때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낙찰해버리는 것은 심하게 말해 폭력적이고 숨 막히는 일이다.
대학에서도 이런 것을 요구한다고 착각해 아이들을 기계로 키우려고 하나 의심했다. 우연히 블로그에서 교육과정에 능통한 분이 신문에 쓴 글을 읽었는데, 대학에서 원하는 것은 전공을 정하고 그와 관련된 활동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과목을 이수하는데 필요한 역량이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교과 과목의 물리를 잘 공부하면 되지, 물리학 공부를 하고, 조사, 발표할 필요까진 없다는 얘기에 다행이다 싶었는데.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는 수시이기에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틀린 건지 수치화하긴 어렵다. 수시에서 떨어졌을 때 일관성 없는 ‘자소서가 문제인지, ‘학생부’ 기재 내용이 부족했던 건지 이유를 몰라 답답하기만 했었다.
의심이란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이고, 입시가 생각보다 상식적이니 나를 믿고, 자식을 믿고, 제도를 믿는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는 뭘 전공하고 싶은지 몰라 방황하고, 헤매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후에 더 큰 시간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불안해도 티내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아이를 지켜볼 수 있는 내공을 내려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