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홍 Jun 01. 2024

엄마와 해외여행 다녔습니다만 1 <프롤로그>

- 1일1드로잉100 (9)


친정엄마와 20년 전부터 둘이서 해외여행을 다녔다.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고, 엄마는 부산, 나는 서울에 있어 만나기도 어려웠지만, 둘이 만나면 말싸움이 벌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여행을 떠났다.

엄마와 난 성격도 판이하게 다르고 세대차이도 컸지만 호기심과 모험심이 있다는 점이 유일하게 같았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 말, 엄마와 처음으로 둘이서  유럽배낭여행을 갔다.


1989년에 해외여행자유화가 시작되었으므로 그때의 젊은 세대들에겐 배낭하나 메고 유럽을 여행하는 것이 로망이었다. 2000년 초반에 해외여행이 본격화된 걸 생각하면 우리나라 해외여행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것에 놀라게 된다.


지금처럼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숙소예약에 길안내, 통역까지 되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세계를 간다'같은 여행안내서를 목숨줄처럼 끼고 다녀야 했다.


막상 현지에 도착해 보니 여행안내서의 정보로는 턱없이 부족해 '맨땅에 헤딩'하면서 배낭여행을 해야 했다. 점점  여행자인지 국제거지인지 헷갈리는 신세로 변해가면서 좌충우돌했던 유럽배낭여행의 추억은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었다.


그때의 내가 20대였고, 엄마는 딱 지금 내 나이 반백살- 글 쓰는 지금 알았다! 소름...-이었다.

나보고 지금  누가 돈 대 줄 테니 무거운 배낭 메고 유럽으로  떠나라고 하면 "어후, 아뇨 아뇨! 그런 선심은 그냥 깊이 넣어두십시오!"라고 소리칠  테다.

저질체력인 데다  허리디스크도 걱정이고, 무릎도가니도 시큰거리거든요.


그 시절 엄마가 참 건강하고 젊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랬었던 엄마는 많이 아파 고생고생하시다가 2년 전에 돌아가셨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 안다. 알지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나보다 건강하고 삶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나도 언젠가 하늘로 돌아가겠지, 머리로만 아는 진실이 뼈에 사무쳤다.  


문득 마와의 여행을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배낭여행 이후 7개국을 함께 여행했고, 기록도 별로 남아있지 않지만 최대한 기억을 살려보겠다.


여행의 추억도, 엄마도 나도 언젠가 사라져 버리기 전에.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