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홍 Aug 17. 2024

나의 촌스러운 노포식당 <양꼬치엔 컵술>


그러니까 중국은 내게 아주 이중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나라다, 이 말씀입니다.

대뜸 뭔 소리냐 물으시겠지만은, 진짜 이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네요.



국민학생일 때 읽었던 '삼국지'는 어린 내게 충격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요즘 다시 읽기 시작하려고 전집을 구비해 놨지요.

성인이 되어 다시 읽으면 어떤 기분일까요? 책을 쳐다만 봐도 기분이 좋은데요, 최근 몇 년 사이엔 중국드라마에도  빠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잘 만들지 않는 무협, 판타지 같은 장르를 50부, 70부로 길게 보는 맛에 빠지고 말았죠.  

중드에 빠지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현생망'한다던데 그 말 그대로입니다.


중국 인문학  고전에 관한 강의를 들으면서

긴 세월 축적되어 온 철학의 깊이에 감명받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중국으로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은 안 들어요.  해외여행을 즐기는 편인지라 제 가족들도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요.

대신 한국 속 중국 현지맛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무협 하면 강호의 영웅끼리 술과 음식을 나누면서 나누는 환담 장면이 떠오르죠. 그러다 적수가 나타나면 갑자기 돌변해서 술잔을 휙, 젓가락을 슈욱 날리면서 객잔이 아수라장이 됩니다.

생각만 해도 흥겹네요.


그 때문인지 '건대 중국거리'를 오래전부터 찾아다녔습니다.

'양꼬치엔 칭다오'를 자주  시전했고, 독하고 싼 '컵술'을 마셨습니다.

중국술은 비싸고 향이 기가 막힌 것도 많지만 싼 독주가 주는 '갬성'도 있지요. 컵술 한잔을 홀짝거리면서 마시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건대 중국거리에는 중국에 왔나 싶을 정도로 중국현지맛집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홍매반점'만 다녔습니다.  


손님수도 적당하고, 중국현지분인 듯한 주인과 종업원 분의 손이 빨라 다양하게 주문해도 음식이 금방금방 나와요.

게다가 새콤달콤 맛있는 '건두부 무침'과 탕수육보다 맛있는 '유린기'를  서비스로 주십니다!

코로나 때 힘드셨던 걸로 아는데 위기를 잘 넘긴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데리고  다녔었는데, 그 때문인지 첫째는 중국음식을 아주 좋아하고, 여행까지 다녀왔습니다.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음식으로, 여행으로 확장되는 거죠. 마치 한류처럼.


지글지글 익어가는 양꼬치와 바삭한 가지튀김, 유린기와 컵술을 떠올리니 입에 침이 고이네요.

식사 후 중국거리를 구경하다가 현지디저트와 음료를 사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죠.

기묘한 중국식 빙수와 잘게 간 고기 토핑 케이크를 먹다 보면 어느새 여행 온 기분이 납니다.



곧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텐데, 큰돈 들이지 않고 하는 중국여행 어떠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촌스러운 유럽식당2 <프랑크푸르트의 장작구이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