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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선홍
Aug 11. 2024
나의 촌스러운 유럽식당2 <프랑크푸르트의 장작구이닭>
무거운 배낭
을 멘 우리 모녀는 낯선 초행길이라 더욱 피곤한 상태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습니다.
'유로스타'를 탔다가 내리면 나라가 휙휙 바뀌는 상황이었기에 매일 새로운 나라에 적응해야 했죠.
대략 25년 전의 일이니 스마트폰도 없었어요.
프랑크프루트역 주변에서
주린 배를
움켜쥔 채 돈낭비 없이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때 불기운이 확 밀려오는 치킨 통구이 집을 발견했죠.
'훈첸
브라테리(Hnchen-Brateri)'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식당의 무뚝뚝한 주인은 줄줄이 꽂은 닭을 익히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중이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들어간 우리는 닭반마리와 같이 나온 감자칩을 조심스레
입안
에 넣었습니다.
역시 짜고 기름져... 별로였던 나와는 달리 엄마는
한 마리를
시킬걸! 후회하며 뼈까지 쪽쪽 맛있게 드시네요
?
엄마가 맛있게 드시는 모습만 봐도 흡족한 것까진 좋았는데, 다음날 또 가자는 겁니다
.
솔직히 동네의 평범한 장작구이 닭보다 입맛에 안 맞았기에, 독일까지 왔으면 소시지와 맥주를 먹어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친구처럼 잘 수다 떨다가도 종종 입씨름을 벌이던 우리였습니다.
결국 내 주장대로
소시지집에 가기로 했지만 엄마는 불만이 가득했어요.
민박집주인이
맛있다고 알려준 '예거슈니첼'이라는 음식을 기대하며 주문했지만 그것은 소시지가 아니라 돈가스에 가까운 음식이었습니다!
희고 탐스런
소시지와 양배추절임을 기대했던
내
가 엄마를 멍하니 쳐다보자 이게 소시지냐며 "혼자 마이 무라!"며 고소해하셨죠.
식당 음식이 기대했던 것과 다를 때 분위기가 별로잖아요?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영화사에 다니는 나에게
엄마가 대뜸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고 시비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지겹고도 찔리는
,
피하고 싶은 주제, 꺼냈다 하면 무조건 싸우게 되는 얘기를 왜 여기까지 와서 또!
머리가 지끈지끈, 저도 좋은 말투가 안되어 말대꾸를 했습니다.
모아놓은 돈도 없이
시집갈 생각도 안 한다며 엄마는
공격의 수위를
더욱
높였고, 저 또한 강한
거부로
맞받아쳤습니다.
결국 엄마의 "니 잘났다!"로 대화가 결렬되고 말았죠.
한국의 모녀가 독일 소시지집까지 와서 마음속 불씨를 지피며 싸우다니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날 지경입니다.
시간이 흘렀고,
저는 모아놓은 돈도
없으면서
결혼했으며
,
잠깐 다닐 줄 알았던 영화사에서 십 년이 넘도록 일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몇 년 전
하늘나라로 돌아가셨습니다.
.
.
그게 뭐라고
우리는 서로의 예민한 부분을 자꾸 건드렸을까요.
저는 왜 '응응, 알겠어요'라고 대답하지 못하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웠을까요.
믿고 의지하는 엄마만큼은 날 믿어주길
바랐기
에
더욱
속상했던
것 같습니다.
지나고 보
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
에 너무 가시
세우며 살고 있지 않나요?
후회하지 말고 더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 중인데 쉽지는 않습니다.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영원한 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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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엄마 맘대로 어디 가노
저자
영화계에서 기획 PD 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퇴사 후 글짓고 밥짓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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