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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선홍
Dec 20. 2024
옹졸해지기 쉬운 부부싸움
지난 주에 부부싸움을 했는데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남편이 삼식이라는 자랑(?)은 이미 했으니 거두절미하고.
내 경우에
부부가 한 공간에서 부딪힐때 가장 조심해야 할 시간대는 바로 아침이었다. 남자가 그 시간대에 집에 있으면 서로 아주 피곤해지기 때문인데.
한때 아버지의 딸이었던 시절,
그 시간대에 집에 계시는 걸 보는 건 휴일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남자는 사냥을 하러가든 직장을 나가든 아침에는 집에 없어야한다 주의였다. 그래야 토끼든 물고기든 먹을 걸 잡아서 돌아올 게 아닌가.
잠이 덜깬 나른한 시각, 뉴스나 음악 들으면서 혼자 빵이나 요거트 먹을 때가 가장 기분좋은 순간인데, 씻지도 않은 아저씨가 김치냄새 풍기면서 쩝쩝거리고 있으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남편이
그릇과 숟가락을 달그락대는 통에 잠에서 깨버려 수면부족으로 눈을 뜨니 심기가 불편해져 잔소리를 시전했다.
더욱 경악스러운 일은 집에서 모닝 전자담배를 피우신 바람에 눈뜨자마자 담배냄새부터 맡아버린 것이다. 어느 것하나 예민하지 않은 구석이 없는 난 특히 담배냄새를 싫어했다.
아침부터
참자, 속으로 생각하면서 반농담식으로 잔소리를 했는데 점점 감정이 실리는 거다. 남편도 처음엔 웃으며 듣다가 점점 감정이 실렸고, 그만하라고 정색하고 큰소리로 말하더니 나가버렸다.
부부가 뭔지, 어제 잠들기 직전까진 해실거리며 사이가 좋았는데, 미중 교류처럼 얼어붙고 말았다.
쳇, 방귀뀐 놈이 성낸다더니, 부글부글!
그날 이후 남처럼 어색해져서 서로를 피했다. 누구 하나 진정어린 사과없이 대치국면이 이어졌는데.
갈등을 잘 못견디는 내가 먼저 얘기 좀 하자, 는 식으로 풀고 넘어가곤 했지만 그런 노력마저 귀찮았다. 왜 항상 내가 먼저 풀어야 되는데?하는 좁은 마음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반복되는 과정에 지치고, 점점 기대감이 사라진다. 이러고 나면 상대가 바뀌겠지 기대하지만 '에너지 보존의 법칙'도 아닌 것이 그냥 그대로야, 이러니 마음 쏟지말고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영영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부부들을 종종 보게 된다.
저럴거면 같이 사는게 뭔 의미가 있나 생각했는데, 나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다니 섬뜩해졌다.
성실한 남편이 삼식이로 살려니 말은 안해도 내 눈치가 많이 보였을 것이다.
집에 있다고 와이프가 자꾸 부리로 쪼아대니 불편했을 것이고, 나는 나대로 사냥은 누가 해오나 두려움이 있어 더욱 그랬을 것이다.
피곤하지만 내 마음속에, 상대의 마음속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어 갈등을 빚는지 생각 해봐야한다.
나이들수록 더 노력해야 한다.
포기하는 순간, 마음의 셔터를 내려버리는 옹졸한 인간이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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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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